경기 시흥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전국 ‘최우수상’ 비결은…
경기 시흥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전국 ‘최우수상’ 비결은…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6.10 16:01
  • 호수 2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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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경쟁력 극대화한 차별화된 사업 발굴이 성공요인
고령사회를 앞두고 노인인력 활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은퇴 후 적어도 20년, 길게는 40년의 노후생활을 준비해야 하는 어르신들에게‘일’은 노후소득보장을 비롯해 자아실현, 자존감 회복 등 노후생활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정부도 노인일자리사업의 확대와 활성화를 노인복지정책의 핵심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다양한 노인일자리 발굴과 시행확대를 위해 5월 31일‘2010년 노인일자리사업 평가대회’를 개최하고, 4441개의 노인일자리사업 가운데 다문화가정지원사업, 국수전문점 등 73개 사업을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 이번 대회에서 전국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물론, 최근 다수의 평가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시흥시니어클럽의 사업발굴 노하우와 성공비결에 대해 살펴봤다.

▲ 전문 간병인파견사업단‘작은사랑간병’에서 활동하는 어르신이 몸이 불편한 어르신의 눈을 살피며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 어르신들이 운영, 관리하는 시흥 월곶동의‘녹색동산’. 어린이들이 자연과 문화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주말농장과 산책로,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시흥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행복나눔 공동작업장’. 어르신들이 작업장에 함께 모여 부품조립과 포장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니어클럽’은 지난 2004년에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전문기관으로 지정됐다. 시흥시니어클럽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실시한 2010년도 노인일자리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2700만원의 사업비와 직원 해외연수지원(1명)을 부상으로 받았다.

시흥시니어클럽은 지난 3월 경기도가 실시한 노인일자리수행기관 자체평가에서도 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보건복지부 시니어클럽 사업성과 2년 연속 A등급 획득, 노인일자리사업 최우수기관 ‘보건복지부장관상’ 3회 수상 등 전국 노인일자리사업 수행기관 중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시흥시니어클럽의 매출은 보는 이를 놀라게 한다.

시흥시니어클럽이 개관한 2004년에는 8개 사업에 128명의 노인이 참여해 206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러나 꾸준한 사업 발굴과 지원을 통해 지난해에는 20개 사업에 참여한 532명의 어르신들이 15억23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6년 만에 참여 노인 수는 4.1배, 매출액은 73배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540명의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사상 첫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시흥시니어클럽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은 하루 평균 7시간씩, 매주 4일 정도를 일하고, 적게는 35만원에서 많게는 110만원까지 임금을 받는다. 평균임금은 42만원이며, 시흥시니어클럽 고유사업의 경우 10만 원이 더 많은 51만원을 받는다.

시흥시니어클럽 차선화 실장은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민간기업과의 연계사업 추진, 지자체의 예산지원 확보, 지역 기업 및 공공기관의 협조가 한데 어우러진 결과”라며 “무엇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차별화된 사업, 어르신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사업을 끊임없이 제안하고 실천한 것이 가장 큰 성공요인”이라고 밝혔다.

▲성공비결1. 차별화된 사업 발굴

시흥시니어클럽이 노인일자리사업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차별화된 사업발굴 노력에 있다.

2006년 시흥시니어클럽에서 활동을 시작한 재활용사업단이 모태가 돼 최근 사회적기업으로 승인된 ‘녹색사람들’이 대표적인 예다. 재활용 처리 전문기업인 ‘녹색사람들’은 폐가전제품이나 폐지, 폐자전거를 수거해 이를 분리하거나 분해해서 재판매하는 일을 한다. 지난해 23명의 노인이 참여해 2억1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차선화 실장은 “녹색사람들은, 시흥시니어클럽이 최초로 시도한 사업인 동시에 최초의 성과를 냈다”며 “이를 계기로 차별화된 노인일자리 사업발굴이란 목표에 탄력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8년 4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시니어인력뱅크’는 전국 노인일자리사업 수행기관 최초의 용역회사다. ‘녹색사람들’과 함께 2006년부터 시흥시니어클럽이 추진해 온 사업 중 하나다. 시흥시니어클럽이 전국 최초로 시작해 지금은 노인일자리사업의 대표적인 성공케이스로 알려지면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으며, 최근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희망일터’의 모델이 됐다.

지난해 시니어인력뱅크에서 파견한 학교보안당직원 69명이 시흥, 부산, 안산 등 54개 초·중·고등학교에서 활동하며 총 7억7000만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올해는 56개 학교에 75명이 파견돼 예상 매출액도 9억1000만원으로 늘려 잡았다.

전문 간병인파견사업단 ‘작은사랑간병’은 사업 시행 2년 만에 매출 2억9000만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26명에 이어 현재 30명의 어르신들이 전문 간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사업수익금의 일부를 휠체어기증 및 후원금 전달 등 지역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해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을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3세대 체험학습장 ‘녹색동산’은 2011년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 제공기관으로 선정돼 시흥시 어린이들에게 문화·자연·생태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09년부터 시행한 이 사업은 SK에너지와 협력해 기업의 사회공헌사업과 지역사회 개발, 노인일자리 제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녹색동산에는 올해 40명의 노인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5월까지 매출액이 2200만원을 넘었다.

▲성공비결2.‘老老상담’ 통해 참여자 경험·기술 발굴

노인일자리 참여자 모집 및 선발 등의 과정은 일반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초 지자체가 참여자를 모집하면 사업유형별 선정조건에 맞춰 각 기관에 배치·지원하는 형태다. 하지만 선발과정에서도 분명 비결이 있었다.

일자리 참여 신청자를 대상으로 노인상담원이 1차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다. 동년배의 노인상담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참여자의 과거 경험과 기술, 성품 등을 세심하게 파악해 적당한 사업단에 추천하는 방식이다. ‘노노상담’ 후에는 담당 사회복지사가 심층상담을 실시한 후 참여자를 최종 선발한다.

노인상담원을 활용해 어르신들의 아주 사소한 경험이라도 일자리 배치에 활용하고, 이후에도 개인의 감춰진 재능이나 기술이 발견되면 이를 담당 복지사와 공유해 최적의 사업단으로 안내하고 있다.

시흥시니어클럽 사업지원과 이재근 사회복지사는 “노노상담의 장점을 살려 참여 어르신들이 가진 전문 기술과 사회적 경험을 최대한 끌어내기 때문에 일자리를 얻은 어르신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자신의 적성과 성격에 맞는 일을 하기 때문에 참여동기가 높고, 급여수준 또한 공익형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일자리에 대한 만족도도 크다”고 설명했다.

▲성공비결3. 성공 위한 최고의 가치는 ‘믿음’

시흥시니어클럽은 노인일자리사업 수행기관이다. 이 곳에서 일하는 9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아무리 차별화된 사업을 발굴하고, 적절히 배치시켜도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인들이 즐겁게 일하지 못하고,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눈부신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따라서 시흥시니어클럽은 ‘노인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운영하는 행복일터’를 꿈꾼다. 용돈벌이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기여하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김영준 관장은 “노인일자리사업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믿음’이다. 사회복지사들은 물론 일자리에 참여하는 어르신들까지 ‘노인이라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들이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믿는 ‘믿음’이 모든 것을 가능케 했고, 시흥시니어클럽을 전국 최우수 기관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모두의 생각을 뒤엎고 믿음 하나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인형극을 통해 영·유아들에게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갯골인형극단’이다. 사업초기만 해도 전문성과 숙련도가 요구되는 인형극을 노인들이 사업화해서 성공할거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시흥시니어클럽은 ‘인형극이야말로 노인들에게 적합한 사업’이란 확신을 갖고 사업을 추진했다. 할머니 무릎에 앉아 옛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추억을 떠올리며 노인들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개발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 전문 강사를 초빙,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했고, 자신감을 얻은 어르신들은 수시로 모여 공연을 준비했다. 결국 갯골인형극단은 2010년 경기 노인일자리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사전 예약을 통해 올해 상반기 공연일정이 마감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재근 사회복지사는 “시흥시니어클럽과 참여 노인들은 서로가 ‘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기관은 어르신들을 응원하고, 어르신들은 그 응원을 받아 열정적으로 달려 나갔기 때문에 지금의 ‘갯골인형극단’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차선화 실장은 “이제 시작이다. 지금의 작은 성과에 만족해서는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며 “일자리사업 수행기관 뿐만 아니라 자활지원센터, 복지관, 사회적 기업 등 노인일자리와 관련된 우수기관을 탐방해 벤치마킹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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