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冠婚喪祭’ 위해서는 ‘虛禮虛飾’부터 없애야”
“건전한 ‘冠婚喪祭’ 위해서는 ‘虛禮虛飾’부터 없애야”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1.06.17 14:53
  • 호수 2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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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국민들은 최근의 관혼상제(冠婚喪祭) 가운데 문제점이 가장 많은 관행으로 ‘혼례’를 꼽았다. 지나친 혼수 등 결혼비용 때문이다. 또, ‘유흥’으로 변질된 성년례를 비롯해 ‘장례서비스 사업자의 횡포’가 가장 시급한 개선점으로 지목됐다. 제사문제로 인한 가족간 갈등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여성가족부가 5월 한 달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전국 각계각층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관련 학자, 전문가, 정부 관계 부처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조사한 결과다.

여성가족부는 이를 토대로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과소비 및 체면중심의 관혼상제 관행을 개선, 검소하고 실용적인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21세기 생활공감형 관혼상제 추진계획’을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 6월 10일 보고했다.

▲관(冠), ‘성년례=유흥’으로 변질

조사결과, ‘성년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성년을 맞은 사람끼리 유흥으로 보내는 것’(60.2%)과, ‘성년례에 대해 성년자나 부모가 잘 모르는 것’ 등이 꼽혔다. 성년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55.4%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고, 특히 10대는 68.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성년례에서 필요한 교육내용은 ‘어른이 된다는 의미를 가르쳐 주는 것’(72.6%)의 비율이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성년례는 일부 지자체, 대학 등 관련 기관 및 단체 등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별도의 의식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올해 전국 230개 지자체 가운데 ‘성년의 날’ 기념행사를 치른 곳은 38곳에 불과했다. 일본의 경우 매년 1월 8일을 ‘성년의 날’로 정하고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5월 셋째 월요일이 ‘성년의 날’이지만 공휴일은 아니다.

또, 집단 성년례의 경우 소수 대표를 대상으로 전통관례 재현에만 치중하다보니 수요자인 청소년에게 성년례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는 데는 미흡했다. 가정과 관련 전문기관이 아닌 친구 또는 선후배와 함께하는 성년식이 대부분이어서 부정적인 성인문화를 접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성년식을 계기로 성인으로서 권리와 의무, 인생설계, 이성관 등에 대한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가 부재한 상태다.

▲혼(婚), 과도한 혼수 ‘허례허식’ 만연

관혼상제 중 가장 많은 개선이 필요한 관행으로 ‘혼례’(56.1%)가 꼽혔고, 제례(23.5%)와 상례(12.1%)가 뒤를 이었다.

혼례문화의 개선과 관련, 응답자의 62.5%가 ‘형편에 맞는 혼수준비 문화 정착’을 지목했고,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보급’(26.7%), ‘경건하고 엄숙한 결혼식문화 정착’(5.9%) 등의 순이었다.

결혼비용에 대해 응답자의 59.6%가 ‘많은 부담이 되므로 대폭 줄여야 한다’고 답했고, ‘비용보다는 양질의 서비스가 우선되어야 한다’(25.2%), ‘부담은 되지만 일생의 한번 있는 일이므로 어떨 수 없다’(13.9%)는 의견을 제시했다.

혼례 가이드라인 보급 및 교육 참여여부와 관련해서는 ‘되도록 참여해 정보를 얻고 싶다’(50.7%)는 경우가 많았다.

조사결과, 최근 우리나라의 혼례문화는 신랑 신부가 결혼생활을 함께 설계하고 준비하는 계기로 활용하기보다는 결혼식 행사와 혼수장만에만 치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당사자 중심이 아닌 부모 중심의 혼례준비로 인해 체면, 부의 과시, 상류층 모방소비 등 물질주의가 만연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신랑의 평균 결혼비용은 8078만원, 신부는 2936만원이었으며, 신혼집 장만 비용으로 신랑은 6465만원, 신부 512만원을 지출했다. 또, 혼수 비용은 신랑이 1613만원, 신부는 2424만원에 달했다. 세 가지 항목을 더한 총 결혼비용은 신랑은 1억6156만원, 신부는 5872만원이었다.

이번 조사결과 일부 지자체, 종교단체, 대학,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에서 건전 결혼문화 조성 및 예비부부 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콘텐츠 부족과 대중화는 미흡했다.

▲상(喪), ‘우후죽순’ 상조서비스 문제

장례문화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1.6%가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장례서비스 사업자의 횡포’(38.9%)가 꼽혔고, ‘복잡한 장례절차 진행’(26.2%), ‘호화 장례행사 등으로 인한 위화감 조성’(22.1%) 등의 순이었다.

특히, 최근 장례절차의 복잡성 등으로 상조 서비스 가입이 증가하고 있지만 상조회사의 영세성과 당국의 감독소홀로 횡령 등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2009년말 기준 전국적으로 317개의 상조업체가 영업 중이며, 총 가입회원수는 약 353만명, 고객불입금은 약 1조4076억원에 달한다.
장례문화 개선과 관련, ‘건전 장례문화를 통한 장례비용 절감’(43.8%), ‘화장장 등 장례시설의 공급 확충’(22.3%) 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장례비용 수준에 대해서는 66.9%가 ‘많이 부담돼 대폭 줄여야 한다’고 답했고, 25.6%는 ‘비용 문제보다는 양질의 장례서비스 제공이 우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장례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상장례 절차 등 장례문화 교육’(42.1%), ‘장례서비스와 장례비용에 관한 교육’(26.4%), ‘죽음준비 교육’(19.1%) 등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최근의 장례문화는 망자를 애도하고 가족의 소속감과 일체감을 확인하는 장례의 본래적 의미는 약화된 반면 체면과 과시, 장례서비스 상혼이 겹쳐 유가족의 심적 물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소비자원 조사결과, 우리나라 장묘관련 비용은 매장시 1652만원, 화장시 1198만원이었고, 올해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는 1회 평균 장례부의금으로 5만3000원을 지출했다.

▲제(祭),

제례에서는 제사문제로 인한 가족간 갈등을 경험하는 비율이 47.6%에 달했다. 갈등 경험이 있는 경우 ‘형제자매’(59.3%)가 가장 많았고, ‘부모자녀간’(22.0%), ‘부부간’(9.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제사문화가 가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조상을 기념하는 기회가 된다’(27.8%), ‘가족의 화합에 도움이 된다’(27.7%) 등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29.4%였다.

현대사회에 맞는 새로운 제사모델에 대해서는 37.2%가 ‘제사절차, 제사시간, 제사장소, 음식의 간소화 방안 마련’을 꼽았고, ‘가족 축제형 제사’(32.1%), ‘연간 1회로 제사 축소’(21.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우리나라의 제사문화는 가족공동체의 유대감과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순기능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제사 준비과정 등에서는 가족 간 갈등도 상존했다. 특히, 남성중심의 제사 및 명절문화 유지는 제사 준비가 여성에게 집중돼 가족공동체의 갈등과 분쟁의 소지가 많았다.

지난해 가족실태조사 결과, 명절에 주로 일하는 사람은 어머니, 딸, 며느리 등 여성이 62.6%를 차지했고, 남녀 모두 같이 일하는 경우는 4.9%에 불과했다.

또, 명절에 남편 측 가족과 함께 보내는 가구가 62%, 남편 측과 보낸 후 부인 측으로 이동하는 가구는 34.6%, 부인 측과 보내는 가구는 2.1%에 그쳤다.

또, 장남위주 제사문화는 여성뿐만 아니라 제사를 모시는 장남에게도 심적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했는데, 이 때문에 장남과의 결혼 기피, 연중 계속되는 제사로 인한 일상생활 부담 등이 초래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이번 설문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검소하고 실용적인 관혼상제 실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생활공감형 관혼상제 실천협의체’를 구성, 운영키로 했다.

실천협의체는 건전한 관혼상제 문화 조성을 위한 활동계획 수립, 관련 기관 간 연계 지원 등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또, 관혼상제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결과 나타난 관혼상제 교육의 필요성과 정보제공 욕구 등을 고려해 성년례를 비롯해 혼례, 상례, 제례별 가이드북을 제작 보급하고,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을 통해 예비부부나 기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생애 주기별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공공시설을 혼례식장으로 적극 개방하는 한편 건전한 관혼상제 교육을 확대하고, 경조사 관련 공직자 행동강령 모니터링 강화 등을 적극 실천한다는 계획이다.

여성가족부 윤효식 가족정책과장은 “이번 계획을 계기로 우리사회에 허례허식을 탈피한 건전한 관혼상제의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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