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노년층, 미취업 자녀 뒷바라지에 등골 휜다
예비노년층, 미취업 자녀 뒷바라지에 등골 휜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6.24 14:42
  • 호수 27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6차 베이비붐 세대 미래구상포럼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후준비가 미흡한 이들에게 퇴직은 두려움 그 자체다. 특히 부모 부양뿐만 아니라 자녀 양육까지 도맡아해야 하는 이른바 ‘샌드위치’ 부양을 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더욱 냉혹한 현실이 된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는 청년실업으로 돈벌이를 못하는 자녀양육을 위해 이전 세대보다 더 오랫동안 취업을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퇴직한 베이비붐 세대가 진로를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퇴직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진로를 전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담기구가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6월 21일 오후 서울 불광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제6차 베이비붐 세대 미래구상포럼’에서 제기된 내용이다.

▲ 퇴직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진로를 전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담기구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YWCA가 최근 중·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주명룡 한국은퇴자협회장이‘다시 쓰는 은퇴’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사진=백세시대DB

▲“자녀양육 위해 경제활동 참여”

자녀양육 부담은 베이비붐 세대가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부모부양의 부담은 오히려 경제활동 참여율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과·사진)는 “베이비붐 세대는 과거 노년층과는 달리 노후에도 자녀양육과 부모 부양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로 불린다”며 “자녀들의 늦은 취업과 부모세대의 수명연장에 따라 다른 세대보다 노동시장에 더 오랫동안 머물러야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우석진 교수는 자녀양육과 부모부양의 부담이 베이비붐 세대의 노동공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2006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한국고령화패널 1차년도’ 자료를 통해 분석했다.
고령화패널 자료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베이비붐 세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6%에 머물렀지만 자녀가 1명일 경우에는 65.5%, 2명은 65.4%로 나타나 자녀수가 많을수록 경제활동을 더욱 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남성 베이비붐 세대 경제활동참가율만 보면 더욱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 자녀가 없을 때 경제활동참가율은 66.3%였지만 자녀가 1명일 경우에는 89.2%, 2명은 92.6%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결과는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는 자녀수만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자녀양육 부담의 경우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은 자녀수가 증가할수록 베이비붐 세대인 부모는 노동공급을 증가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부모부양과 베이비붐 세대의 경제활동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모와 함께 사는 베이비붐 세대 자녀의 경우 오히려 경제활동참가를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동거하는 부모의 건강 악화에 따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이 됐거나 부모의 유산으로 인한 사회활동 참가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석진 교수는 “청년실업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자녀를 둔 베이비붐 세대는 노동시장으로부터 완전은퇴가 크게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또 자녀가 취직이 되더라도 임시직이나 일용직으로 취업이 되는 경우가 늘면서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좀 더 오랫동안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는 좀 더 오랫동안 노동시장에 머물게 될 것”이라며 “임금피크제도나 단계적 퇴직제도 같은 제도의 적극적 도입과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로전환 지원 전담기구 절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기홍 박사<사진>는 “현재 중·고령자인 베이비붐 세대들의 진로전환을 위한 법적·제도적, 행정·재정적 지원 체계는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이들의 원활한 진로전환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고령자의 기술과 경험을 기초로 한 내실 있고, 재취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조기 진로전환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퇴직 전후 중·고령자가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시장의 환경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국가 진로전환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
김 박사는 베이비붐 세대가 안전하게 진로를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진로전환 지원체계 마련 △진로전환 지원을 위한 기관 간 연계망 강화 △정부·기업·개인의 진로전환 지원 서비스 개선 등을 강조했다.

국가가 진로전환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이를 전담하는 가칭 ‘중앙 진로전환 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해 중·고령자의 진로전환 지원 및 관련 정책 지원은 물론 공공 및 민간부문의 실질적인 연계, 협력을 위한 중간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고령자 진로전환 지원 서비스가 국가와 지역단위에서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들의 정책연계가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중·고령자 진로전환 지원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전담기관이나 협의회 구축 등 인프라 구축 및 개선을 위해서는 법적·행정적·재정적 지원도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베이비붐 세대 10명 중 6명은 진로전환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기홍 박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 37개 기업의 종사자 중 45~55세 370명을 대상으로 진로전환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중 61.9%가 진로전환을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로전환 준비 내용으로는 ‘정보수집’(35.5%), ‘자격증과 외국어 실력 향상을 위한 학습’(19.5%), ‘주변사람들과 의논’(14.7%) 등이었다.

▲ 베이비붐 세대는 청년실업으로 돈벌이를 못하는 자녀양육을 위해 이전 세대보다 더 오랫동안 취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베이비부머 중견전문인력 채용박람회’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가운데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

진로전환을 준비하지 않는 이유는 ‘어떤 진로로 전환할지 결정 못해서’(21.7%), ‘준비해도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21.2%),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19.6%) 순이었다.

희망하는 경제활동 한계 연령은 ‘60세’가 38.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건강이 허락하는 한’(18.9%), ‘55세’(19.2%) 등의 순이었다. 예상되는 직장이동 횟수는 1회가 48.2%를 차지했고, 2회(15.4%) 등이었다.

3~5년 후 직장이동 계획에 대해서는 44.5%가 ‘모르겠다’고 답했고, ‘그렇다’(34.9%), ‘아니다’(20.0%) 순이었다. 이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이유로 ‘정년퇴직’(35.1%),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 등 구조조정과 관련된 요인’(28.6%), ‘직장 폐업 또는 휴업’(13%) 등이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