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하는 소규모 노인복지센터 찾아가 봤더니…
서울시가 추진하는 소규모 노인복지센터 찾아가 봤더니…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7.08 16:22
  • 호수 2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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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서 가깝고 프로그램 다양, 경로당·노인복지관 단점 극복
어르신들의 복지욕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복지욕구를 충족시키기엔 노인복지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노인종합복지관의 경우 각 자치구마다 1~2곳에 불과하다보니 포화상태에 놓인 곳도 적지 않다. 인기 프로그램 이용하기 위해 수 개 월씩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서울시는 어르신들의 복지욕구를 보다 가까이에서 듣고 신속하게 반영하기 위해 ‘지역밀착형 소규모 노인복지센터’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25곳의 자치구 가운데 11곳이 완공돼 운영되고 있다. 어르신들의 복지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소규모 노인복지센터 가운데 강서구 화곡본동에 위치한‘봉제산노인복지센터’와 중랑구‘중화경로복지관’을 찾아가 봤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 사진 임근재 기자

▲ ▲봉제산노인복지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민요‘아리랑’을 부르며 즐거워하고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소규모 노인복지센터’ 운영
7월 5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 다세대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좁은 길목을 비집고 들어 서자 ‘봉제산노인복지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낡은 건물로 빼곡한 인근 분위기와는 달리 한적한 공원부지에 위치한 봉제산노인복지센터는 한눈에 봐도 최신식 건물임을 알 수 있었다.

1층 강의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머리가 희끗희끗 한 어르신 20여명이 장구소리에 맞춰 민요 ‘아리랑’을 따라 부르는 데 여념이 없다. 몇몇 어르신들은 어깨까지 들썩이며 장단을 맞춘다. 같은 시간 2층 컴퓨터실. 강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10여명의 어르신들의 손과 눈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비록 ‘독수리 타법’이긴 하지만 표정만은 사뭇 진지하다.

이곳은 지역인근 어르신들이 보다 편리하고 쉽게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이른바 ‘지역밀착형 소규모 노인복지센터’다.

‘소규모 노인복지센터’는 서울시가 지난 2007년부터 시내 25개 자치구마다 1개소씩 경로당과 노인종합복지관의 중간규모 여가시설을 마련해 어르신들의 다양한 복지욕구를 보다 가까이에서 듣고, 신속하게 반영 및 개선하기 위한 시설이다.

현재까지 용산, 중랑, 성북, 강북, 은평, 서대문, 서초, 강남, 송파, 강서, 동작 등 총 11개 자치구에 센터를 완공했다. 또 마포, 구로, 금천, 강동 등 총 4개 자치구는 설계 및 건립이 진행 중이며, 종로·노원구는 올해 건립비 지원을 완료한 상태다.

지난 2월 개관한 봉제산노인복지센터는 면적 1322m²(약 400평)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3층, 옥상을 갖춘 최신식 건물이다. 이곳에는 경로식당, 체력단련실, 실버카페, 생태체험관, 물리치료실, 강당 등은 물론 지난 3월부터는 치매노인보호시설인 데이케어센터도 운영해 지역 어르신들의 여가·문화는 물론 건강까지 책임지고 있다.

▲접근성 용이·복지 소외감 해소
봉제산노인복지센터는 한마디로 기존 노인종합복지관의 작은 축소판이다. 전체적인 운영 체계도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곳은 만 60세 이상 강서구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회원 수는 850여명. 하루 평균 150여명의 어르신들이 복지센터를 찾는다. 컴퓨터를 비롯해 영어·노래·민요·기체조·요가·종이접기 등 다양한 사회교육 프로그램도 실시된다.

또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생태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이 인근지역 어린이들에게 생태공부를 시킬 수 있도록 1층 로비에는 수십 마리의 나비, 무당벌레, 매미, 잠자리, 사슴벌레, 풍뎅이 등의 표본을 전시해 둔 생태체험 전시실도 마련했다.

노인복지센터는 화곡동 어르신들에게 노인복지시설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봉제산노인복지센터 서순애 관장은 “화곡동에 큰 규모의 노인종합복지관이나 종합사회복지관이 없다보니 노인복지센터가 개소하기 전부터 어르신들의 기대와 관심이 대단했다”며 “멀리 가지 않아도 다양한 프로그램과 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보니 어르신들의 호응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소규모 노인복지센터의 등장은 어르신들의 복지 소외감을 해소시켰다.

조학순(71·화곡본동) 어르신은 “그동안은 집 근처에 잘 갖춰진 노인복지시설이 없어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도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며 “하지만 이젠 집과 가까운데 복지센터가 생겨 한글도 배우고 노래도 부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소규모 복지센터의 강점은 단연 접근성을 꼽는다. 복지센터 이용노인의 80%가 화곡동 어르신들일 정도다. 특히 봉제산노인복지센터는 봉제산 근린공원 안에 위치해 산책로와 생태공원, 정자 등 인근주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경로당·복지관 융합한 ‘노인복합시설’

▲ ▲서울 중랑구 중화경로복지관 전경.
지난 2008년 개관한 서울 중랑구 ‘중화경로복지관’은 25곳의 지역밀착형 소규모 노인복지센터의 시초다. 이곳은 ‘경로당’과 ‘복지관’은 물론 치매지원센터인 ‘데이케어센터’까지 운영되고 있는 그야말로 ‘노인복합시설’이다.

연립주택을 허물고 신축한 중화경로복지관은 752m²(약 227평)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3층, 옥상을 갖추고 있다. 이곳도 중랑구 거주 만 60세 이상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평균 연령대는 72세다. 경로당의 이용 어르신들이 주로 고령이다 보니 기존 60대 초반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는 노인종합복지관의 평균연령보다 높다.

이곳을 방문한 날은 여름방학 중이어서 한가로웠지만 평소에는 하루 평균 200여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하고, 총 회원 수만 1500여명에 이를 만큼 어르신들로 북적인다.

중화경로복지관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위한 데이케어센터가 1층에 마련돼 있다. 이곳은 현재 20명의 어르신들이 치매관련 케어를 받고 있다. 계단을 따라 한층 올라가보면 ‘할머니방’ ‘할아버지방’으로 나뉜 경로당이 눈에 띈다. 이곳의 경로당은 중화동에서 운영돼온 경로당 가운데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4곳을 통폐합했다. 3층에는 샤워실과 물리치료실,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실로 운영되고 있었다.

흔히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은 따로 운영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용하는 연령이나 이용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어르신들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니 직면하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 터.

중화경로복지관 정길수 과장은 “처음엔 경로당과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성향이 달라 조율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로당 이용 어르신들이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복지관 이용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는 등 윈-윈 하면서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내 집 같고 가족 같은 분위기
중화경로복지관은 현재 사물놀이, 민요, 장수체조, 한글, 컴퓨터 등 사회교육사업은 물론 탁구, 영화감상, 바둑장기, 어르신 나들이, 원예 등 정서함양 사업, 복리후생사업, 자원봉사자육성사업, 지역복지협동사업, 후원홍보사업 등 웬만한 노인종합복지관 못지않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규모 노인복지센터의 특성에 맞춘 교육이 눈에 띈다. 방학제도는 신입 회원들의 가입을 높이고 프로그램 대기 제한 차원에서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제도다. 또 이용 회원들의 연령대가 기존 노인종합복지관보다 고령인 점을 감안해 어르신들을 신체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소규모 복지센터의 장점으로 접근성과 함께 직원들의 친화력을 꼽았다.

김정순(70·중화동) 어르신은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먼 곳에 있는 복지관을 갈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집과 가깝다보니 매일 같이 이곳을 찾는다”며 “집에 있으면 덥고 심심한데 이곳에 나오면 친구도 사귈 수 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홍정자(68·중화동)씨는 “거리가 가깝다보니 내 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또 자주 직원들과 마주치다보니 가족 같이 대해줘 올 때마다 즐겁다”고 말했다.

중화경로복지관은 노인시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하고 있다. 또 ‘효 실천 특화 복지관’을 이념으로 다양한 효실천 운동을 하고 있다.

중화경로복지관 김형기 관장은 “경로복지관이 단순히 노인들만 이용하는 시설이 아니라 70%는 노인이, 30%는 아동과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고 있다”며 “또 현재 성규탁 전 연세대 교수를 중심으로 지역 인근 초·중·고등학교와 함께 연계한 효 캠페인은 물론 효사랑 신문도 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복지센터의 등장은 어르신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노인복지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시립 또는 구립의 대규모 노인종합복지관의 경우 각 자치구에 1~2곳에 불과해 노인인구에 비해 포화상태에 이를 만큼 수요도가 높다. 그러다보니 컴퓨터나 건강체조 등 인기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수 개 월씩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이보석(73·화곡본동) 어르신은 “컴퓨터를 배우고 싶어 좀 크다는 노인종합복지관에 신청을 해 놓았는데 신청을 늦게 해 3개월 동안 대기한 적도 있다”며 “심지어 프로그램을 한 번도 이용 못하고 대기 상태에서 끝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복지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가운데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어르신들은 집에서 가까운 서울시의 소규모 노인복지시설을 반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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