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지키는 보람에 힘든 줄 몰라요”
“아이들 지키는 보람에 힘든 줄 몰라요”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7.29 11:24
  • 호수 2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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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학교보안관 안승규(63) 씨

7월 22일 오전 8시, 서울 양천초등학교 앞.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활기차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카우보이 모자에 보안관 복장을 한 중년의 신사가 적색봉을 들고 호루라기를 입에 문 채 등굣길 교통정리하는 모습이 분주하다. 입가에 인자함이 묻어나는 밝은 미소가 떠나질 않지만 눈빛은 학생들을 두루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교문 앞에서 한 학생이 넘어지자 쏜살같이 달려가 아이가 다치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핀다. 낯선 사람으로 아이들에게 접근하면 그의 발걸음과 몸놀림도 빨라진다.

안승규(63)씨는 학교 폭력을 비롯해 유괴, 성범죄 등 각종 범죄로부터 초등학생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가진 ‘학교보안관’이다. 지난 3월부터 서울시가 운영하는 어린이지킴이 사업이다. 안승규씨는 ‘보안관’이란 호칭이 말해 주듯 어린이들의 교내외 안전과 사고 예방을 책임지는 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등하교 때는 교통 안전지도에 나서고, 등교가 마무리되는 오전 9시부터는 정문에서 차량과 외부인 출입을 살핀다. 방과 후에는 순찰을 통해 혹시 모를 범죄와 외부인 침입을 막는다.

“학교보안관은 어린이 종합 안전 지킴이입니다. 나이가 들어 은퇴했지만 30년 넘게 경찰공무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위험상황에 대한 판단력과 대처능력은 젊은이 못지 않지요. 은퇴한 이후에도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현역시절에는 국민의 치안과 안보를 위해 일했다면 은퇴 후에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일한다는 작은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학교보안관은 등교 시간 전인 오전 7시 30분부터 밤 9시 30분까지 하루 2교대로 근무한다.

아이들이 방학에 들어간 요즘에도 학교보안관은 쉬지 않는다. 방학과 토요일, 재량 휴업일에도 학교를 지킨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책임감이 없다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안승규씨는 “잠시 방심하는 사이에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아동범죄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감 속에서 일 한다”며 “몸은 고되고 힘들어도 아이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긍지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와 보람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의 긍지와 자부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학교보안관은 서류전형, 면접, 인성검사, 학교장 면담 등 4단계의 엄격한 채용 절차를 거쳐 선발된다. 전문기관을 통해 업무 수행능력은 물론 품성, 정신 건강상태 등 다각도의 인성검사까지 통과한 정예멤버인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이미 ‘배움터지킴이’로 양천초교에서 봉사활동을 펼쳐왔던 안승규씨. 3년 넘게 아이들과 함께 해 온 그는 700명이 넘는 전교생의 얼굴을 대부분 기억한다. 처음에는 쭈뼛쭈뼛 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등하교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고, 수고한다며 음료나 사탕을 건네기도 한다.

안승규씨는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있으니 시간가는 줄 모르고 늙지도 않는 것 같다”며 “거짓말하고 말썽 피우는 친구들을 고자질하러 보안관실에 찾아오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고 있으면 업무의 고단함을 느낄 틈이 없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아이들의 안전지킴이로 일하고 싶다는 안승규씨. 그는 기본체력을 키우기 위해 고된 업무를 마친 후 하루도 빠짐없이 헬스장을 찾아 운동을 하고 있다.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몸이 흡사 서부의 카우보이를 연상시킬 정도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만한 실력과 힘이 있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안승규씨는 경찰공무원 출신답게 수차례 안전의식의 공유와 참여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안전은 몇 사람의 노력만으로 결코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우리나라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 나아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학교보안관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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