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판다는 ‘연금복권’ 인기 ‘상한가’
없어서 못 판다는 ‘연금복권’ 인기 ‘상한가’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8.05 15:00
  • 호수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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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회 630만장 매진행진… 20~60대까지 구매 연령층도 다양
1등 당첨자에게 20년간 매월 500만원(세전)씩 12억원을 지급하는‘연금식 복권’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안정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복권방마다 연금복권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금까지 발행된 5회차까지의 판매 물량이 모두 매진되는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시중에서는 2~3주 후 추첨복권을 미리 구매해야 할 정도다. 이마저도 판매 시작 후 2~3일이면 다 팔리기 때문에 복권을 구매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연금복권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중 복권방과 편의점, 가판대 등 서울에 위치한 연금복권 판매소 7곳을 직접 찾아가봤다.

 

▲ 1등 당첨자에게 20년간 매월 500만원(세전)씩 12억원을 지급하는‘연금식 복권’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안정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복권방마다 연금복권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2~3일 만에 한회분 동나…3주 후 추첨복권 구입해야
8월 2일 화요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행복만들기 복권방.’ 매주 수요일 당첨자를 발표하는 ‘연금복권520’(이하 연금복권)을 판매하는 곳이다. 다음날 추첨 예정인 ‘5회차’ 복권은 이미 매진된 상태였다.

6회차(8월 10일 추첨) 복권도 상황은 마찬가지. 복권판매대에는 이날 도착했다는 7회차 복권(8월 17일 추첨)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복권방 주인 박모(51)씨는 “월요일 밤이나 화요일 아침에 1400장씩 연금복권을 들여오는데 목요일이 되면 복권이 없어서 못 판다”며 “화요일에 복권이 들어온다는 걸 구매자들이 인지한 후에는 화요일 하루에만 반(700장) 정도가 팔린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또 다른 복권판매점 주인은 “연금복권 인기가 높아 매회 들어오는 600장의 복권이 이틀도 안 돼 몽땅 팔린다”며 “1등과 2등 동시 당첨을 노리고 일련번호를 붙여서 사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까지만 해도 복권 구매자의 대부분은 40~50대 중년 남성들이었는데 연금복권은 20대부터 60대까지 구매 연령대도 다양하다”며 “특히 주부들이 화요일, 수요일만 되면 아침 일찍부터 나와 몇 만원씩 복권을 사간다“고 귀띔했다.
연금복권 4회차 1등 당첨자도 경기도에 사는 46세의 주부로 알려졌다. 그는 인터넷으로 복권을 구매해 1, 2등 동시 당첨이라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연금복권 판매 이후 구매자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졌다고 복권판매자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편의점에서는 7회차 복권도 이미 다 팔리고 없는 상태였다. 복권판매대에는 8월 24일 추첨예정인 8회차 복권이 놓여 있었다. 3주 후 추첨 복권을 미리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권모씨는 “요즘에는 로또보다 연금복권을 찾는 손님이 더 많아졌다”며 “연금복권이 워낙 빨리 소진되니까 복권을 사러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다보니 300여장의 복권이 거의 하루 만에 다 팔릴 정도”라며 “판매점이 아직 많지 않아서 일부러 복권을 사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도심지에 위치한 6곳의 판매점들을 방문한 결과, 4곳에서는 2주 후의 복권을, 2곳에는 3주 후 추첨 복권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처럼 인기가 치솟자 8월부터는 2회분(7회, 8회)의 추첨복권을 한꺼번에 들여오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7월 29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사무처에 따르면 ‘연금복권520’은 발행 한 달 동안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회차 발행분 350만장이 모두 동이 난 데 이어 2~4회차 각 630만장도 발행 이틀 만에 모두 팔렸다. 연금복권을 사고 싶어도 구매하지 못하는 기현상까지 발생하게 됐다.

강환덕 재정부 발행관리과장은 “전국 1만4000여개의 복권 판매점에 600만장이 배부되고, 인터넷으로도 30만장씩 팔리고 있다”며 “로또와 달리 발행분이 한정돼 있어 그 다음 회차분까지 매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분할지급·높은 당첨확률이 인기비결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연금식 복권에 이처럼 열광하는 것일까.

로또복권 등 기존의 복권과 차별화된 연금식 지급방법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요인이다. 우선 연금복권은 1등에 당첨돼도 당첨금 12억원을 한 번에 받을 수 없다. 반드시 20년 동안 매월 500만원씩 나눠 받아야 한다. 1등에 당첨되면 수십억원의 당첨금을 일시에 받는 로또복권과는 다른 방식이다. 단, 2등(1억원)부터 7등(1000원)까지는 당첨금을 일시에 받는다.

한국연금복권 홍보마케팅부 맹준석 차장은 “복권당첨 후 가정불화나 도박중독 등의 폐해에 빠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데 연금식 분할 지급방식은 이러한 위험요소를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첨금의 연금식 지급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그만큼 연금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연금복권 발행을 주도한 홍남기 전 복권위원회 사무처장(현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소득보장과 노후안정에 대한 국민적 욕구를 반영, 1등 당첨금이 연금 역할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며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연금복권에 대한 관심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구매자들이 입을 모으는 연금복권의 최고 인기비결은 높은 당첨확률이다. 연금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315만분의 1로, 로또복원의 1등 당첨 확률인 814만5060분의 1보다 2.5배 이상 높다. 2등(1억원)은 157만분의 1, 3등(1000만원)은 90만분의 1, 4등(100만원)은 10만분의 1 확률이다.

연금복권을 꾸준히 구매하고 있다는 서울 신림동의 안(42)모씨는 “1등 당첨자 수가 2명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당첨에 대한 기대심리는 크게 높아진다”며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도 구매가 가능하고, 로또처럼 직접 숫자를 적을 필요가 없는 편리함도 연금복권의 인기요인”이라고 말했다.

연금복권은 로또복권에 비해 당첨금에 붙는 세금도 낮다. 로또복권의 경우 1등 당첨금이 대부분 3억원 이상이어서 33%의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연금복권의 1등 당첨자는 당첨금을 매월 나누어 받기 때문에 주민세, 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금만 내면 된다. 즉, 1등 당첨 시 실수령액은 매월 390만원이다. 20년간 당첨금을 모두 합하면 9억3600만원이 된다.

▲“복권 당첨에 불안한 노후 맡길 수야…”
연금식 복권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연금복권이 물가상승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돼 시간이 지날수록 당첨금의 실질가치는 더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매년 물가가 5%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20년 뒤 받는 390만원의 가치는 현재의 147만원 정도로 추측해 볼 수 있다. 390만원이라는 액면가는 같지만 20년 뒤에는 당첨금이 지금의 절반의 가치에도 못 미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매달 받는 390만원을 고스란히 20년간 적금에 붙는다면 4%의 이자가 복리로 붙을 경우, 16억원이라는 목돈을 한꺼번에 찾을 수 있다.

주택복권 때부터 30년 넘게 복권을 구매하고 있다는 김모(56)씨는 “연금복권이 국민연금과 같이 매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월 당첨금 지급액을 늘려서 준다면 은퇴자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금복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당첨금 지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민 김민옥(46·서울 오류동)씨는 “연금복권에 대한 이상과열 현상이 불고 있는데, 315만분의 1의 확률의 연금복권에 불안한 노후를 맡길 수는 없지 않느냐”며 “복권을 통해 쉽게 큰돈을 얻으려는 사행심보다는 한푼 두푼 아끼고 모아서 저축하는 습관이 건강하고 안정된 노후를 설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글=안종호 기자 / 사진=임금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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