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령화가 던져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일본 고령화가 던져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8.05 15:06
  • 호수 2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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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0년 뒤 3명중 1명 노인…‘노후난민화’막기 위해 총력
내년부터 일본 ‘단카이’(團塊) 세대의 대거 퇴직이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1947~1949년의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세대(62~64세)를 ‘단카이 세대’로 부른다. 일본은 내년부터 이들의 퇴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202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그야말로 ‘노인대국’반열에 들어선다. 일본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어려움으로 경제적인 어려움과 건강악화 그리고 가족이나 사회로부터의 소외로 인해 일상생활에 커다란 곤란을 겪는 상황인 이른바 ‘노후 난민화’를 꼽는다. 일본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연장을 비롯해 퇴직자 재고용 등 고령자 고용기회 확대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인 퇴직에 돌입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일본의 노후난민 시대 도래와 정책 대응’ 보고서를 바탕으로 일본의 노후 난민화의 현황과 대응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앞으로 우리나라가 보완해야 될 정책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 은퇴자들이 퇴직 후 겪을 수 있는 경제적 어려움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년연장 또는 고령층의 고용기회 확대 등의 정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사진=연합
▲정년연장·고령층 고용기회 확대해야
은퇴 후 소득이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어려움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년연장 또는 고령층의 고용기회 확대가 가장 우선돼야 할 정책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정년연장에 대한 기업의견 조사’ 결과, 지난 30년간 평균수명은 약 15세 정도 연장됐지만 기업정년은 56.8세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공무원은 2012년부터 60세로 정년이 연장될 예정이다.

한국은행 국제경제실 정후식 부국장은 “일본의 경우 노동력 감소를 정년연장 및 계속고용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의 보급 및 촉진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또한 기업이 의무적으로 55~64세의 근로자들을 다시 채용토록 하는 새로운 법을 공표(내년부터 효력 발생), 이들의 경제 활동 참여율을 53.7%에서 65%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현상은 2020년이면 전체 인구가 500만명 안팎인 싱가포르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50만명에 이르게 되고, 이들 중 상당수가 노후자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정년연장이 청년실업을 증가시킨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다

정후식 부국장은 “정부는 정년연장이나 고령층 고용연장이 청년층 고용과는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는 노인부양 부담 저하로 인한 재정지출억제는 물론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 보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업도 법적 의무보다는 전문지식·기능의 활용과 전수를 통한 기술축적 및 향상을 위해 고령인력을 고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경우 법률에 의한 정년연장 의무가 강제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97.8%의 기업이 정년연장이나 정년 후 고용 또는 정년폐지를 실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임금피크제 도입률이 12.1%에 불과하다.

▲부양책임 등 사회보장체계 개편 시급
정후식 부국장은 “경제적 어려움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고령자가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면서 젊은 세대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도록 사회보장체계의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녀가 있더라도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다면 기초수급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관련 법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수십 년간 연락을 끊고 지낸 자녀가 소득과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되는 노년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저출산·고령화가 급진전함에 따라 연금재정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 지난 2004년 이후 연금제도의 개혁을 추진했다.

현행 연금제도를 비롯한 사회보장제도는 1960~70년대의 종신고용제도 및 정규직 고용, 고도경제성장 지속, 가족의 부양책임 등을 전제로 한 제도였다. 이에 따라 연금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수정할 계획이다.

새로운 연금제도의 내용에는 연금일원화 원칙을 비롯해 최저보장, 부담과 급부의 명확화, 지속가능, 미납 및 미가입자 제로의 원칙 등이 포함돼 있다. 일본은 지난해 ‘신연금 제도에 관한 검토회’를 결성, 내년까지 연금 개혁안을 종합·정리하고 2013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향후 고령자 관련 복지지출 비중이 급증에 따른 재정악화 가능성과 관련, 대책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 부국장은 “현재 복지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노인인구 급증에 따라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2010년 33.5%에서 2050년에는 137.7%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체 재정지출 및 복지지출의 우선순위를 충분히 검토, 집행하는 등 한정된 재정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외계층 교류 강화·예방적 건강관리 중요
급증하는 홀몸노인에 대한 대책도 절실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홀몸노인은 100만명을 훌쩍 뛰어넘어 106만5000명에 이른다. 전체 노인인구의 약 20%에 해당한다. 2006년 83만3000가구였던 홀몸노인은 불과 4년 만에 25% 이상 급증했고,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홀로 외롭게 노후를 보내는 홀몸노인의 ‘고립화’를 막기 위해서는 소외계층과의 교류 강화는 물론 사전·예방적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정후식 부국장은 “사회적으로 고립돼 생활이 어려운 고령자와 고립사(孤立死) 등에 관한 실태를 파악하고 지자체를 중심으로 각 지역별로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일본의 경우 내각부에 사회적 고립화를 방지하기 위한 ‘특명팀’을 설치, 각 지자체가 고령자 ‘고립’ 관련 정보수집과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공기관 등의 여유 공간이나 한산한 어린이 놀이터 또는 공원 등을 활용해 노년층의 휴식처나 상담센터, 체력증진센터 등을 설치해 고령층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와 함께 고령자가 편리하게 지역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애물이 없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정책을 확대 실시하고, 고령자를 배려한 주택공급도 확대할 것도 강조했다. 배리어 프리는 장애인 및 고령자 등의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인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기 위해 실시하는 운동 및 시책을 말한다.

이와 함께 평상시 건강관리와 질병의 조기 발견이 가능하도록 생활체육 등 다양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특히 종합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고령자 대상 의료시스템 구축 및 철저한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 바꿔야
고령자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 관념과 효에 대한 사회적 관념도 변해야 한다.

정 부국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수명이 71세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55세 이상이면 노인 취급을 받는다”며 “65세 이상이면 ‘쓸모 없는’ 노인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관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국장에 따르면 일본 노인의학연구소 조사를 토대로 올해 65세의 건강상태를 역산한 결과, 30년 전인 1981년의 48세와 신체적 역량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노인의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7년 87세 노인이 1977년 70세 노인과 체력과 건강의 역량이 비슷했다. 즉, 30년 동안 노인들이 17년이나 젊어졌으며 이를 역산하면 현재 70세 노인의 신체적 능력은 30년 전 53세와 동일하다는 결과다.

더불어 부모부양 책임을 전적으로 자녀에게만 지우지 말고 사회적 시스템으로 보완할 것도 지적했다.

정 부국장은 “부모를 부양할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요양원 등에 맡기면서도 불효자라는 사회적 시선과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하지만 신체적 수발은 비록 남에게 의지하더라도 정서적 보살핌은 자녀의 몫이라는 사실을 늘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병든 부모를 요양원 등에 맡긴 뒤 발길을 끊는 자녀들이 많다. 하지만 일본은 휴일이면 자녀들이 부모가 있는 요양원을 찾아 식사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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