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이 살아야 나라의 미래가 산다”
“인성교육이 살아야 나라의 미래가 산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08.18 09:39
  • 호수 2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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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건(60) 양천향교 재단이사장

조선시대 국립교육기관이었던 향교(鄕校)의 전통을 현대식으로 되살려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인성·예절·문화교육의 터전으로 만들고 있는 서울시 향교재단 유 건(60) 이사장.

유 건 이사장은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바로 새우고, 증가하는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밥상머리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지역의 교육기관 역할을 담당했던 향교가 이러한 인성교육의 터전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로 인해 그가 ‘향교지킴이’ 활동을 시작한 2003년부터 서울 강서구 양천향교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유 이사장은 “가족들이 모여 함께 식사하는 밥상에서 이뤄지는 ‘밥상머리' 교육이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젖어있는 현대 청소년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삶과 행동으로 전해주셨던 가정교육, 인성교육을 부활시키는 것이 내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유 이사장은 가장 먼저 향교의 높은 문턱을 낮추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편히 와서 마음껏 공부하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열린 학습공간으로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그래서 2009년부터 여름, 겨울 방학 때는 강서·양천·목동지역 초등학교 60여명을 모아 ‘충효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기본 생활예절뿐만 아니라 천자문, 국악, 중국어 등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 아이들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또한 향교를 벗어나 학교를 직접 찾아가 예절교육을 펼치는 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고령의 전문 강사들이 고교, 대학 입시를 마친 중3, 고3 교실을 직접 방문하는 것. 딱딱한 이론식 교육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께 듣던 옛날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수업시간에는 지역의 역사, 전통, 문화를 비롯해 가정·학교 예절, 다도 교육 등 흥미로운 강의가 펼쳐진다. 시행 3년째를 맞은 올해, 찾아가는 예절교실을 신청한 학교가 크게 늘어 재단에서 교육을 마친 전문강사 30명이 부족할 정도다.

유 이사장은 “향교는 어렵고 고리타분한 곳이 아니다. 전통문화를 배우고 공유할 수 있는 고향 같이 편안한 곳”이라며 “유교사상은 과거의 해묵은 사상이 아니라 현대 정치·사회· 문화 모든 영역의 근본 정신이자 뿌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갈등이 충돌하고 이해관계가 난립하는 현대사회의 모든 문제는 ‘충효’와 ‘인의’를 강조하는 유교적 관점에서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교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은 타 지역 향교와도 뚜렷한 차별성을 보였다. 우선, 향교에서 행해지는 모든 제례의식 집행을 향교 재단 산하 청년 유도회가 주관하고 있다. 청년회가 주축이 돼 향교행사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또 지방 향교 네트워크 구성을 위해 전국 향교의 주소와 창건연대 등을 알기 쉽게 표기한 ‘전국향교안내지도’를 최근 발간, 배포하기도 했다. 이는 ‘젊은 세대에게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향교의 본질을 되찾겠다’는 유 이사장의 신념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유 이사장의 뜻에 따라 전통을 강조하는 향교가 세대와 소통하고 젊어지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에는 유교사상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어 더욱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창건 600년을 기념하기 위한 전국한시대회, 향교심포지엄, 양천향교 600년사 편찬, 향교동아리행사 등이 올해 추진되고 있다. 이밖에 성현들에게 제를 올리는 ‘석전대제’와 ‘봉심제’ 등도 시민들과 함께 하는 지역문화 축제로 행해지고 있다.

‘인성회복이 고령사회의 해법’이라고 말하는 유 건 이사장. 그는 이미 다음세대에게 물려 줄 인성교육의 터전을 구상하고 있다. 시설과 공간이 협소해서 제한됐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수련원을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 중이다. 

우선, 인천 영흥도의 한 폐교를 인수해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연수교육원을 짓고 있으며, 오는 9월 2일 개원식을 갖는다. 수련원은 3000평 규모에 숙박시설, 교육시설, 교육장비 등을 완비했다. 한문, 역사, 예절, 인성교육 등 다양한 교육과목이 개설돼 부자캠프, 모자캠프, 1·3세대 캠프 등 대상별로 세분화된 코스까지 함께 운영할 방침이다. 더불어 유교경전반, 한시반 등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확대·개편, 문을 열 계획이다.

그는 “이 곳은 청소년들의 인성교육 수련원인 동시에 노인들의 평생교육장이 될 것”이라며 “자연과 어우러진 탁 트인 공간에게 남녀노소 모든 세대가 배우고 소통하는 전통교육의 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의 234개의 모든 향교들이 유교정신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을 바르게 교육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며 “주민들과 학부모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사진=임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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