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지혜와 삶이 녹아 있는 전통 한가위 음식
선조들의 지혜와 삶이 녹아 있는 전통 한가위 음식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1.09.02 13:28
  • 호수 28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촌진흥청이 추석 및 음식전통에 대해 최근 도시·농촌주부 3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97.8%가 추석명절을 지키고 있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여러 가지 추석명절음식을 장만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송편과 갖은 나물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고 응답한 경우가 전체의 4분의 3 이상으로 나타나 아직까지는 고유의 전통음식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잡채, 고기산적 및 갈비찜 같은 음식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직접 만들어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유어, 빈대떡, 햇밤밥, 닭찜 등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는 추석명절을 지키는 우리 전통이 살아 있다는 사실과 지역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음식문화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희망적인 측면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몇 가지 음식의 경우 손이 많이 간다는 등의 이유로 잊혀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요즘 흔히 접할 수 있는 한가위 음식 외에 대중과 멀어지고 있는 전통 음식에 대해 알아본다.

▲송편
송편은 원칙적으로 추석 때 가장 먼저 수확한 햅쌀로 떡을 만들고, 햇곡식으로 속을 채워 빚는다.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조상의 차례상 등에 바치는 명절 떡이다. 특히 제철보다 일찍 익은 쌀을 지칭하는 ‘올벼’로 찧은 ‘오려쌀’로 만들어 ‘오려 송편’이라고도 한다.

▲토란탕
토란은 추석절부터 나오기 시작하는데, ‘흙 속의 알’이라 해서 ‘토란’이라고 부른다. 연잎같이 잎이 퍼졌다고 해서 ‘토련’이라고도 한다. 토란은 토란탕, 산적, 찜, 조림, 구이, 장아찌, 엿 등으로 요리해 먹는다. 토란탕의 경우 국거리로 양지머리나 사태를 푹 고아 내는 것이 일반적인 요리법이다. 곱창과 양을 합해 곰국을 끓여도 좋다. 흠씬 무른 고기를 썰어 양념한 뒤 무, 삶은 토란, 다시마를 넣어 다시 끓여내기도 한다.

▲닭찜
햇닭이 살이 올라 가장 맛있는 계절이 추석 전후다. 채소만 넣고 찜을 하거나, 북어와 다시마를 넣고 갖은 양념을 해 찜을 하면 구수하다. 토막 낸 닭에 칼집을 넣어 양념간장과 생강, 고추 등을 넣어서 간이 어느 정도 배면 닭을 번철에 넣고 노릇하게 지져 낸다. 이때 지져서 기름을 빼면 닭 특유의 냄새가 없어져 매우 맛있다. 계란 채 썬 것으로 고명을 얹어 내면 더욱 좋다.

▲송이회
연한 생송이를 잘 씻어서 얄팍하게 썰고 오이도 같은 크기로 썰어 참기름과 소금을 섞어 가볍게 무친다. 그대로 또는 초고추장이나 겨자를 찍어 먹는다. 송이산적은 송이를 도톰하게 저며 썰어서 쇠고기와 번갈아 꿰어 석쇠에 굽는다. 송이버섯탕은 끓는 맑은장국에 송이를 살짝 익혀 실파와 지단을 띄워 요리한다.

▲배숙
‘배 수정과’라고도 한다. 수정과에 곶감 대신 배를 넣은 것인데 예전에는 작고 단단한 문배를 사용했다. 배를 통째로 삶아 꿀물이나 설탕물에 담근 것을 말한다. 생강을 편으로 썰어매운 맛의 생강물을 만들어 둔다. 배는 여섯 쪽 또는 다시 반으로 나눠 삼각형으로 썰어 가도련한 다음 속을 빼내고 등 쪽에 통후추를 깊이 박는다.

▲누르미
누르미는 재료를 익혀 즙을 끼얹은 음식을 말한다. 쇠고기와 어패류·파·도라지·버섯·달걀·두부 등의 재료를 꼬챙이에 꿰거나 또는 그냥 익힌 뒤 녹말·달걀을 씌워 번철에서 지져내 누름즙을 끼얹는 것이 특징이다. 재료에 따라 쇠고기누르미·달걀누르미·굴누르미·생선누르미·개고기누르미 등이 있다.
누르미는 맛이 좋을 뿐만 아니라 육류, 어패류, 채소류, 버섯류, 달걀, 두부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영양식이다. 재료는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대체해서 응용할 수 있다. 도라지 대신 인삼을 꿰기도 하고 고비가 없을 경우에는 고사리를 쓰기도 한다.

▲밤다식(율란), 밤초
햇밤을 푹 삶아서 반으로 갈라 작은 숟가락으로 파내어 체에 쳐서 밤 고물을 만든다. 여기에 꿀과 계핏가루를 넣고 반죽해 다식판에 박으면 밤다식이 되고, 밤 모양으로 빚으면 ‘율란’이 된다. 밤을 설탕물에 넣어 졸이다가 꿀로 볶아 내면 ‘밤초’가 된다. 차례상에는 좋은 밤만 골라 속껍질까지 예쁘게 쳐서 돌려 담아 올린다.  

송편, 지역별로 어떻게 다른가

송편은 멥쌀가루를 반죽하고 콩과 깨, 밤 등의 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빚어서 맛있게 쪄낸다. 우리 조상들은 송편을 찔 때 솔잎을 깔아 맛으로만 먹은 것이 아니라 후각적 향기와 시각적인 멋도 즐겼다. 또 솔잎에는 살균작용을 하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많이 포함돼 있어 더위가 가시지 않은 음력 8월에도 상하지 않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준다. 조상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흔히 송편 속으로 콩과 깨를 많이 쓰지만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붉은팥, 거피팥, 햇녹두, 청대콩, 강낭콩, 검은콩, 밤, 대추, 고구마, 꿀이나 설탕 또는 소금으로 맛을 낸 깨 등이 있다.

 

송편 속은 각 지방에서 많이 나는 재료로 만들었고, 그 작물이 많이 수확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조상에게 올리며 감사의 차례를 드렸다. 요즘에는 송편반죽에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하다. 지역특산물을 이용해 다양한 색상과 질감, 영양기능성을 더한 송편을 선보이고 있다.

송편은 대개 북쪽지방에서는 크게 만들고, 남쪽지방에서는 작고 예쁘게 빚었다. 서울지역의 송편은 모시조개 모양으로 작고 앙증맞아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빚는 것이 특징이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도토리, 감자 등이 많이 재배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도토리송편, 감자송편 등이 있다. 특히 감자송편은 빚을 때 네모지게 손자국 모양을 꾹 찍어내는데 산간지역 서민들의 소박한 멋이 담겨 있다.

충청도 지역의 호박송편은 호박을 썰어 말린 호박가루에 멥쌀가루를 섞어 반죽해 만든다. 호박송편은 색깔이 곱고 단맛이 나며, 쫀득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전라남도식 송편은 초승달처럼 갸름하게 빚는다. 고흥지방에서는 푸른 모시 잎으로 색을 낸 송편을 정갈하게 빚는다. 모시잎 송편은 빛깔이 푸르고 맛이 쌉쌀하며 쉽게 쉬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오미자, 치자, 송기, 쑥 등을 이용해 오색으로 빚은 꽃송편도 있다. 송편 위에 오색의 떡반죽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붙인 것이 특징이다. 제주도에서는 완두콩으로 소를 넣고 비행접시 모양으로 송편을 빚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