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고령화 대책 통합관리 위한 전담기구 만들자”
“장기적 고령화 대책 통합관리 위한 전담기구 만들자”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10.07 14:44
  • 호수 2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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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시니어경제포럼, 50~64세 예비노년층 위한 대안 집중 논의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55세 이후 65세 미만에 속한 시니어들의 사회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들은 직장에서 은퇴한 이후 본격적인 노년층에 편입되기 직전의 세대로 왕성한 사회경제적 활동을 계속 이어간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인력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륜을 사회에 환원하고,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도 시니어들의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발맞춰 한국생산성본부는 시니어 및 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시니어 관련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내 최초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고령화 경제대책 전담기관 마련을 비롯해 정년연장, 연금제도 개선, 연령영향평가제 등 새로운 논의가 심도 있게 펼쳐졌다.

▲ 중앙대 경영학과 김진수 교수
▲ 시니어포럼 준비위원 이의준 박사
 










▲ 매일경제신문 온기운 논설위원
▲ 상명여대 김태현 명예교수












▲“체계적 고령화 대책 위한 전담기관 필요”

고령화 시대를 맞아 퇴직한 시니어들을 위한 정책 마련을 위해 9월 27일 서울 연세대 상남경영관에서 열린 ‘제1회 시니어경제포럼’에 참석한 발표·토론자들은 만장일치로 시니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언급된 시니어는 50~55세 은퇴 연령부터 노인인구에 편입되기 직전인 65세 미만 장노년층으로 한정됐다.

중앙대 경영학과 김진수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퇴임기에 있는 50대~60대 시니어는 향후에도 경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려는 계층”이라며 “하지만 현실은 일자리 부족과 준비 없는 노후대책으로 인해 은퇴 후 본인의 사회 경험과 일할 의지를 잃고 만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베이비부머 패널연구팀 조사결과에 따르면 50대~60대 시니어계층의 1년 소득평균은 4779만원, 월평균 지출은 283만6000원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고, 소비욕구도 높았다. 이들의 경제참여율은 75.9%달했다.

하지만 시니어 세대는 자녀양육과 부모 부양의무를 동시에 갖는 ‘샌드위치’ 세대로 정작 본인들의 노후준비는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2.1%만이 노후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이들은 은퇴 후에도 가정생계를 위한 소비지출을 자신이 책임질 몫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보건복지부에서도 고령화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며 “미국 노인청과 일본의 후생노동성과 같이 취업 등 노인복지를 종합 지원할 수 있는 정부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노인청이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우리는 이보다 젊은 시니어들부터 경제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시니어경제복지진흥원(가칭)’ 등과 같은 조직을 정부 안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니어포럼 준비위원인 이의준 박사도 고령화 대책이 부처별로 산재돼 있어 통합적인 지원기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박사는 “정부의 고령화 시책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7개 부처가 67개 사업을 진행 중인데 통합적인 정책 수립·추진이 이뤄지지 못한다”며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인구생산성위원회’를 설치, 법과 제도 보완을 체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핵심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교육기관이 협력해 패키지화된 ‘원스톱 취업·창업 서비스’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시니어들이 경제활동 인구로서, 또 생산자로서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년연장, 사회적 합의가 우선”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정년연장의 필요성도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의준 박사는 “인구고령화에 따른 문제는 1차적으로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지만 한계가 있다”며 “궁극적으로 정부의 역할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노동력 감소와 사회적 부담의 증가, 국가재정 악화 등 고령화 당면과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년연장’을 비롯한 시니어 경제활동 보장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생산인구가 감소해 2050년에는 734만명의 생산인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기획재정부가 2009년 발표한 ‘베이비붐 은퇴로 인한 조세부족액 규모’에서는, 올해 기준 165만명, 7조7210억원 세수 부족액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자로 참석한 매일경제신문 온기운 논설위원은 “198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동안 평균수명은 15년 늘었지만 정년은 55세 전후에서 고정돼 있다”며 “OECD도 한국 노년층의 빈곤퇴치를 위해 현행 60세 이전의 정년을 연장하고 장기적으로 정년제도를 폐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국민연금 수급기간이 2030년에 현재의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나면 은퇴 후 10년 동안 연금수급이 힘들기 때문에 조속한 정년연장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 논설위원은 “60세 이상 노후소득원을 조사한 결과(201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불과했고, 절반 이상의 소득을 ‘자녀지원에 의존’(56.6%)하고 있다”며 “시니어들의 50% 이상이 소득과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마련을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선진국들은 이미 고령화에 대비한 정년연장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과 영국은 정년연령을 65세로 의무화했고, 미국은 정년제도 자체가 불법이다. 미국은 연금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은퇴 이후에도 퇴직 직전 임금의 70% 수준에 달하는 연금을 지급받지만, 정년연장이 의무화돼 있고 중소기업청, 은퇴자협회, 퇴직경영자문 등의 민간기관도 활성화 돼 있어 55세 이상 근로자 추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 영국의 50~64세 고용률은 65%에 달한다. 이는 2000년부터 실시한 고령층 취업유인정책인 ‘뉴딜 플러스 50’ 도입 영향이 크다. 고용평등법을 시행해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한편 6개월 동안 실직상태에 있는 50세 이상 구직자에게는 소득지원과 취업알선, 창업촉진정책을 정부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영국정부는 현재 의무정년연령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일본은 재취업 중심의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실시해 65세까지 의무고용과 재취업 장려정책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김진수 중앙대 교수는 정년연장을 위해 대화와 타협으로 사회적 합의를 일궈낸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케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60~64세 취업자 수가 2005년 78만명에서 2009년 141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이는 일본정부가 1970년부터 기업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30여년 만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57.4%는 계속 고용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정년연장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92.6%의 기업들이 정년연장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속가능한 장기대책 마련 ‘인구생산성’ 높여야”

다양한 정부정책에 대한 보완 및 개선점도 언급됐다.

이의준 박사는 “현재 정부의 노인일자리 정책은 적은 예산으로 많은 개인에게 지원이 직접 이뤄지는 형태”라며 “예산집행도 보조예산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사업시행 후 후속지원이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김태현 상명여대 명예교수(前 여성정책연구원장)는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태현 교수는 “월 20만원의 노인일자리처럼 단기간 성과위주의 정책보다는 기관별·계층별로 구분된 통합적이고 복합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며 “시니어 정책연구원이 만들어져서 노인재능나눔 운동, 연령차별금지법, 연령영향평가제, 고령친화도시 운영 등 참여형 장기프로젝트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제안한 노인재능나눔 운동은 재능봉사와 창업을 연계한 사업이다. 또 연령차별금지법에 대한 규제강화는 ‘여성할당제’처럼 채용 시 시니어들의 차별을 엄격히 규제하는 법안 마련을 요구하는 것이다. ‘연령영향평가’는 노인들의 특성을 파악해 예산집행시 반영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는 취업훈련 기간을 연장해서 적용토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만들어지면 예산상에서 노인 심리, 특성, 자질 등이 고려가 되기 때문에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의준 박사는 장기·지속적 정책시행에 공감하며 인구생산성 향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시니어들의 갑작스런 은퇴가 문제가 아니라 높은 생산성을 보였던 세대가 한꺼번에 빠지는 것이 문제”라며 “기업의 생산성은 유지하며 다음 세대에게 그 노하우를 전수·발전시키는 것이 시니어 경제 활성화의 최종과제”라고 말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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