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노인상담제도가 필요하다
[금요칼럼]노인상담제도가 필요하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10.14 09:50
  • 호수 29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고령사회는 우리에게 즐거움과 어려움을 동시에 준다. 장수의 즐거움과 역할상실의 어려움이 그것이다. 많은 노인들은 무병장수와 활기찬 노년생활을 원하지만 그것이 그리 쉽게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노력이 우선이겠지만, 가족의 지지와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 노인이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영위하고 인간적인 존엄을 유지하며 나아가 자아실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년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자원의 결핍을 사회적으로 보충해 줘야 한다.

고령사회에서 국가와 사회가 노인들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의미 있는 교환자원을 보충해줘 노인에게 자긍심을 갖게 하는 일일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즐겁고 보람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노인과 노인을 모시고 사는 가족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심리적 불안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상담을 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평생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게 됐다.

우리나라 노인복지법에는 오래 전부터 노인복지상담원 제도가 규정돼 있지만 거의 사문화돼 있다. 있다고 해도 일반 공무원이 겸직을 하고 있어 전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소수의 민간단체에서 노인상담을 하고 있지만 그 범위는 아주 제한적이다.

‘한국노인의전화’에서 전화 상담이 이뤄지고 있지만 노인생활에 관한 정보제공 정도다. 대한노인회가 노인상담사 전문 교육과정을 두고 상담원을 배출하고 있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다. 노인 학대 문제를 다루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이나 보건소 내에 노인치매상담센터가 있지만 특정한 문제에 국한돼 있다. 소수의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죽음준비교육과 자살예방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죽음 및 자살에 관한 전문상담은 역부족이다.

다만 경기도가 노인종합상담센터를 두고 복지 및 법률에 관한 정보제공, 우울검사 및 심리검사를 포함한 전문심리상담, 그리고 필요한 경우 타 기관으로 의뢰를 시행하고 있을 뿐이다. 노인상담사는 노후생활의 6가지 요소, 즉 건강관리, 재정관리, 여가생활, 인간관계, 주거선택, 삶과 죽음 등에 관한 정보제공과 심리상담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노인상담은 건강한 노인과 심신이 허약한 노인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건강한 노인에게는 일자리, 건강증진, 자원봉사, 취미생활 등 여가선용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가족 및 인간관계의 갈등을 해결하고 성장을 돕기 위해 상담을 하며, 법률문제와 성문제에 관한 상담도 해야 할 것이다.

허약한 노인에게는 만성질환에 관한 적절한 의료상식과 지역사회 보건서비스, 그리고 치매와 중풍 환자를 위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와 서비스에 대한 자료를 축적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노인을 모신 가족의 휴식을 위한 정보제공과 호스피스 및 완화치료에 관한 상담도 필요하다. 나아가 노인에게 잠재돼 있는 영성을 확대할 방법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노인상담의 목표를 몇 가지로 요약해 보면 첫째, 경제‧신체‧심리‧사회적으로 독립적이고 자립적인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둘째,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노후생활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건강정도에 따라 심리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넷째, 노인을 모신 가족에 대해 정보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대를 초월해서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노인상담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인이 사회적 주변인이 아니라 진정한 어르신으로서 사회적 존경과 지위를 회복하는 것을 돕는 것이다.

결국 노인상담이 지향하는 노인상(像)은 받는 노인이 아니라 주는 노인, 닫힌 노인이 아니라 열린 노인, 그리고 수동적인 노인이 아니라 능동적인 노인이어야 할 것이다. 즉, 노인상담은 고령사회에서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기 쉬운 노인의 모습에 변화를 줘 우리사회의 진정한 어르신으로서 존경과 대우를 받으며 사실 수 있도록, 결국 노인의 역량이 강화(empowerment)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청소년의 경우는 청소년기본법에 청소년상담사 규정을 두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과 경력을 가진 자에게 국가시험을 통해 1~3급의 청소년상담사 자격증을 주고 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전문상담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가 작금의 사회적 이슈를 거론하면서 언필칭 고령사회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대비책 중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노인상담제도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대단히 이상한 일이다.

몇 년 전 국내 노인 관련 학회 중 가장 활동이 많은 한국노년학회가 노인상담제도의 도입을 주장했으나 정부의 무관심으로 방치되고 있다. 이제라도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하루 속히 노인상담제도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