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주간·경로의 달 특별기획] “손자손녀세대를 이해합시다”②
[노인주간·경로의 달 특별기획] “손자손녀세대를 이해합시다”②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10.14 14:14
  • 호수 2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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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스마트폰이 ‘중매쟁이’… “살아보고 결혼” 혼전동거 보편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란 어렵다. 휴대폰 하나로 모든 일상을 해결하는 문화는 도무지 알 수 없고, 그들의 언어도 알아듣기 힘들다. ‘쌍둥이도 세대차를 느낀다’고 할 정도로 세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손자손녀세대와 대화하고 소통하려면 젊은 세대의 달라진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백세시대은 10월 노인주간 및 경로의 달을 맞아 ‘손자손녀세대 문화를 이해합시다’를 기획연재한다. 이번 호에는 두 번째 연재로 신세대들의 만남, 데이트, 결혼까지 달라진 연애관에 대해 살펴본다.


기획연재 순서
①변화하는 세대, 변화하는 놀이·여가문화
②만남·데이트·결혼문화
③변화된 가치관 및 대화방법

신세대의 모든 일상은 휴대폰과 인터넷, 블로그(blog·인터넷에서 기록하는 일기 형태로, 자유롭게 글과 사진 등을 게시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는 서비스)를 통해 이뤄진다. 그들의 만남문화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만남 전의 ‘사전심사’부터 무작위로 접속한 블로그 주인과의 만남을 비롯해 스마트폰을 통한 미팅(맞선) 문화까지 정보통신 문화에 익숙한 어르신들이 아니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요즘 신세대들의 데이트 풍속도다. 신세대들의 달라진 만남문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신세대는 대담하고 거침없이 사랑을 표현한다. 엘리베이터를 개조한 로맨틱한 공간에서 신세대 커플이 프로포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연애기간 짧고, 사랑표현은 대담

대낮에도 사람 많은 거리에서 낯 뜨거운 신체접촉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처럼 요즘 젊은세대는 대담하고 거침없이 사랑을 표현한다. 연애기간도 짧아졌다. 인터넷 포털 ‘다음’(daum)이 지난 2008년 누리꾼(인터넷 사용자) 2만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더니, 10명 중 1명은 처음 만난 당일 입맞춤을 한다고 답했다. 만난지 한 달 이내에 입 맞추는 비율은 무려 70%를 웃돌았다. 이처럼 요즘 젊은세대의 사랑표현은 빠르고 거침없이 이뤄진다.

육체적 관계를 맺는 평균 시간도 만난 지 한 달(22.1%), 100일(19.9%), 1년 이상(12.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은 당일(5.9%) 또는 1주일(3.4%)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10명 중 6명은 ‘사랑하거나 결혼할 사이라면 혼전동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세대들에게 성(性)은 ‘사랑의 마지막 증표’가 아니라 ‘만남의 한 과정’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헤어짐에 따른 실연극복 기간으로는 한 달(20.5%)을 꼽은 학생이 가장 많았고, 이어 1년 이상(12.7%), 6개월(12.2%), 1주일(11.2%), 두 달(10.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랑이 빨리 끓어오른 만큼 빨리 식는다는 얘기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우리 때는 얼굴도 안보고 결혼했다”며 어르신들의 연애관을 주입하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남 전 ‘사전심사’는 필수

신세대들은 맞선이나 미팅 대신 ‘소개팅’을 선호한다. 지인에게 소개받은 이성을 주선자 없이 당사자들끼리만 일대일로 만나는 방법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정말 괜찮은 남자(여자)야”라는 말만 듣고는 좀처럼 만나려 하지 않는다. 이성끼리 만나기 전에 ‘사전심사’를 반드시 거친다. 디지털카메라나 인터넷 개인홈페이지가 보편화됐기 때문에 외모를 비롯해 취미, 혈액형, 좋아하는 것들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다. 과거 맞선을 주선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사진을 받아 선보는 당사자들에게 보여주던 관례와 비슷하다.

대학생 유성근(22)씨는 “소개팅을 주선할 때 상대방의 얼굴이 담긴 사진이나 동영상을 휴대폰으로 먼저 전송한다”며 “요즘에는 소개팅 제의가 들어올 경우 ‘미니 홈피(인터넷 홈페이지) 주소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연상女·연하男 연애 ‘보편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이성을 만나는 ‘연하남’ ‘연상녀’ 연인이 유행을 넘어 보편화되고 있다. 흔히 이성을 만날 때 남성의 나이가 많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진지 오래다.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고 여권(女權)이 대폭 확대된 한편 서로 개성을 존중하는 젊은 세대의 만남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해 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성의 사고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겨, 이전처럼 여자를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 ‘의지할 대상’ 또는 ‘동반자’로 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평등한 남편을 원한다면 연하의 남자와 결혼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로 남성보다 여성의 나이가 많은 연인인 문혜란(26·여)·김대성(23)씨는 “능력 있고 리더십 있는 연상녀와 동생처럼 귀여운 연하남 커플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한다”며 “남녀가 만나는 데 나이의 많고 적음은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컴퓨터·스마트폰으로 연애상대 골라”

요즘 젊은 세대의 특징을 압축해 ‘디지털 세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만남도 크게 늘고 있다.

‘블로그 랜덤기능’(인터넷에서 불특정 다수의 블로그를 무작위로 선택해 방문하는 기능)을 통해 전혀 알지 못하는 대상과 만남을 시작하는 유형이 이에 속한다.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학연이나 지연보다는 이른바 ‘넷연’(인터넷 인연)으로 만나 사귀는 이성교제가 더 많을 정도다.

대학생 김모씨는 “블로그는 개인적이면서도 솔직한 공간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 수 있다”며 “인터넷을 통한 만남은 쪽지를 보내는 기능이나 대화 기능으로 시작하지만 실명을 비롯한 상대방의 정보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은 건전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친구나 지인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점찍어 둔 이성을 소개받는 경우도 있다. 이는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젊은이들의 문화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매일 1시간 이상을 홈페이지 관리에 투자하고 있다는 대학생 김은영(23)씨는 “홈피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고 미팅을 부탁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예전에는 ‘친구 중 아무나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면, 이제는 ‘미니홈피의 세 번째 사진에 있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솔직하고 적극적인 신세대들의 정서가 잘 반영된 만남문화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만남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소셜 데이팅’(Social Network Dating·SND)으로 불리는 스마트폰 만남은, 프로그램 이용자들의 연애성향과 이상형 등을 분석해 어울리는 상대를 자동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신의 이상형을 등록만하면 휴대폰에서 취향이 통하는 이성과 자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10대 청소년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밖에 인터넷에서 이성끼리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이어 스마트폰이 ‘중매쟁이’ 역할까지 도맡고 있는 것이다.


新결혼 풍속도, “미리 살아보고 결혼한다!”

▲결혼상대…맞벌이 필수·전문직 선호
남녀 평등사회가 현실이 되면서 배우자의 조건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남성들이 아내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이 맞벌이 가능여부다. 외벌이로는 고물가시대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불어 고학력·고소득·전문직 여성의 활동이 크게 늘어나면서 부부사이에 ‘살림하는 아내’→‘일하는 아내’→‘살림하는 남편’으로 세태가 전도되고 있다. 남성들은 아내의 직업으로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업군의 여성을 선호하고, 여성들은 자유전문직 남성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혼전동거 60%이상 긍정적
20~30대 미혼남녀 10명 중 6명은 혼전동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온라인 데이트사이트 ‘이음’이 올해 5월, 20~30대 남녀 998명에게 혼전동거에 대해 물었더니, 남성의 63%, 여성의 60%가 찬성했다. 동거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연애의 표현’이며 ‘경제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컸다. 이는 ‘사랑과 결혼은 별개’라는 젊은 세대의 달라진 결혼관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혼전동거를 찬성하는 신세대들은 기성세대의 반대가 있더라도 크게 상관 안하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무엇보다 이들은 ‘결혼은 선택일 뿐, 필수가 아니다’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예단·예물 간소… 주례 없어도 무관
젊은 세대들은 합리적이고 실속 있는 결혼을 추구했다. 매경이코노미신문이 올해 초 20~30대 미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대다수가 예단, 예물 없는 결혼을 원했다.
예식장과 주례에 대해서도 여성 응답자의 35.8%와 남성의 31.1%가 기존 관행에 의문을 제기했다. 주례 대신 가족 및 친구들의 편지와 영상으로 축하를 대신하는 새로운 혼례문화도 자리 잡고 있다. 조사대상자 4명 중 1명(25%)은 “주례문화는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형식적인 결혼식보다 실속을 추구하는 새로운 결혼풍속이 만들어지고 있다.

▲결혼비용은 3천만원 이내
실속을 추구하는 만큼 미혼남녀의 절반은 혼수비용과 집값을 제외한 결혼비용으로 3000만원 이하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10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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