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의 달 기획특집] 실종노인 이대로 방치해야 하는가②
[경로의 달 기획특집] 실종노인 이대로 방치해야 하는가②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1.10.21 15:14
  • 호수 2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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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노인 복귀 위한 인력 태부족… 관련기관 협력체계도 ‘실종’
노인을 비롯해 치매환자·지적장애인 실종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찾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과 정책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경찰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2008~2011년 7월까지의 노인·치매환자·지적 장애인 실종 현황’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5만1619명이 실종됐다. 급속한 인구고령화를 감안하면 실종노인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치매노인만 예를 들어, 점점 증가하는 치매유병률을 고려하면 현재와 같은 고령인구 증가추이에서 실종노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지난해 6500여명에서 2020년에는 9750명, 2050년에는 2만7600여명의 치매실종노인이 발생한다는 산술적 계산이 가능하다. 본지는 10월 경로의 달을 맞아 이번 호에 게재되는 실종노인 현황을 비롯해 현 대응책의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개선책에 대해 3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 최근 고령화에 따라 치매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과 비례해 실종노인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실종노인 관리체계 미흡과 사회적 관심부족으로 인해 치매에 걸린 뒤 가정이나 보호시설에서 이탈, 사고 또는 사망에 이르는 등 실종 어르신들이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한 지하철 역사내에서 소일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 사진=임근재 기자
싣는 순서

①실종노인 실태
②현 대응책의 문제점
③실종노인 보호정책의 개선방향

# 지난 4월 28일 오후 6시 40분쯤 충남 보령시 청라면 한 저수지에 정모(94)씨가 빠져 숨졌다. 이에 앞선 4월 10일 정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실종됐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평소 치매 증세를 보였다”는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4월 한 지방일간지에 보도된 정씨의 예처럼 실종노인의 결말은 사고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치매 증세가 있는 노인의 경우는 실종 위험과 그로 인해 각종 사고에 노출될 확률이 더더욱 높아진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실종노인 대책은 크게 △신고접수 및 대처 △인식표 배포 등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정부 위탁 실종노인 담당인력은 단 2명

우선, 실종노인 신고접수 및 대처는 △경찰청 182센터 △보건복지부 위탁 실종노인상담지원센터 △보건복지콜센터 등 3개 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경찰청 182센터는 △신고시 만 14세 미만 아동 △정신지체·발달·정신 장애인 △치매노인이 실종됐을 경우 전국 국번 없이 182번으로 전화하면 24시간 접수해 발생 즉시 탐문수색 등 대처한다는 것이 경찰청의 설명이다.

실종노인상담지원센터는 △상담 및 전단지 제작 등 실종 치매 어르신 가족지원 △다양한 매체를 통한 실종노인 사진홍보 및 캠페인 진행 △전국 노인복지시설 메일링 서비스 △실종예방수첩·보호자용 지침서 등 자료 제공 △배회가능 어르신 인식표 보급 △실종 신고사항 및 신상카드 등 자료 전산화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보건복지콜센터는 실종신고를 접수 받아 실종노인상담지원센터나 경찰청 182센터와 연계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경찰청 182센터의 경우 전국 경찰력에 의해 가장 효과적인 실종노인 찾기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치안에 집중하는 경찰의 업무특성을 고려할 때 상식적으로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종노인상담지원센터는 실종노인 관련 업무를 법인이나 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한 노인복지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위탁으로 실종노인의 발생 예방, 조속한 발견과 복귀를 위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실종노인상담지원센터는 정부위탁기관인 만큼 실종노인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관장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2008년부터 실종노인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실종노인상담지원센터는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찾기 전문기관에 소속된 하나의 팀에 불과하고, 직원은 단 2명에 불과하다. 2명의 직원 가운데 1명은 홍보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실질적인 실종노인 찾기 업무는 단 1명이 맡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콜센터는 애초 민생안정지원이나 소득보장, 복지서비스, 긴급지원 등을 목적으로 설립돼 있어 실종노인과 관련해서는 신고접수 업무 외에는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경찰·복지부 정보연계 ‘두꺼운 장벽’

더욱 큰 문제는 이들 기관끼리 실종노인에 관한 신상정보 공유 등 공조체제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감사원의 감사결과, 복지부의 무연고 노인 데이터베이스(DB)는 아예 경찰청과 업무협조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부가 2008년부터 운영 중인 실종노인상담지원센터가 보유 중인 무연고 노인 정보(856건)의 경우 경찰청이 실종노인을 찾는데 활용할 수 없었다.

특히 현 실종노인 관리체계가 얼마나 허술했으면 감사원 감사 중 무연고 노인 DB와 경찰청 실종신고노인 명단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4년여 동안 확인하지 못한 85세의 실종노인을 발견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아들(47)과 함께 살던 A(85)씨는 지난 2006년 9월 친척집을 방문한다고 집을 나선 뒤 실종됐다. A씨는 젊었을 때 약을 잘못 복용한 탓에 정신이 다소 불안정한 상태였다.

아버지를 찾아 나선 아들이 2007년 2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A씨의 행방은 묘연했다. A씨는 실종 당시부터 전북 익산의 한 요양원에 머물렀지만 경찰도, 요양원도 이를 몰랐던 것이다. 그랬던 A씨가 실종된 지 4년 7개월 만인 지난 9월 가족을 찾을 수 있었던 데는 감사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감사원은 지난 3∼4월 기관간 업무 협조 실태를 감사하던 중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8년부터 복지시설에서 ‘무연고 노인 신상카드’를 제출받아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운용하고 있으면서 이를 내부적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작 실종자 신고를 받고 이들을 찾는 업무를 하는 경찰청과는 자료 공유가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감사원은 복지부 DB와 경찰청의 실종노인 신고자료를 비교해 보면 실종자 파악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이후 감사관 10여명이 직접 5일간 복지부의 무연고 노인 신상카드와 경찰청의 실종노인 신고자료를 일일이 대조했다. 이런 과정에서 A씨가 요양원에 머물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감사원은 나머지 무연고 노인에 대해서도 경찰에서 지문채취 등을 통해 실종자 명단과 대조하는 등 추가 확인 작업을 벌여 보호자를 찾을 예정이다.

실종노인을 발견할 경우 노인복지시설에 보호해야 하고, 시설 관계자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경찰 또는 지자체에 실종노인을 신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노인복지시설이 보호하고 있는 실종노인은 복지부가 취합해 정보를 갖고 있지만 이미 실종신고가 돼 있는 경찰에 알려주지 않아 멀쩡히 살아 있는 노인이 4년 7개월 동안 생사확인도 안 되는 실종자로 생활한 것이다.

▲인식표, 극소수만 사용 ‘무용지물’

정부는 현재 ‘배회가능 어르신 실종 예방 사업’이란 명칭으로 인식표를 배포하고 있다. 치매를 앓는 등 길을 잃고 실종될 위험성이 있는 노인에 대해 보건소가 보호자로부터 사진과 인적사항을 접수받아 발급하고 있다.

인식표는 일련번호가 부여돼 옷 안쪽에 다림질로 부착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배회하는 노인을 발견했을 때 신고하도록 ‘가족들이 찾고 있는 분입니다. 연락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경찰청 182센터 또는 보건복지콜센터(전국 국번없이 129번)를 안내하고 있다.

문제는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이용자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치매노인 수가 약 49만5000명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인식표를 신청한 경우는 10%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인식표 배포 사업에 대한 홍보 부족에다 치매를 앓더라도 인식표 사용이 의무가 아닌 본인 및 보호자의 선택 사항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종노인의 가정 복귀를 돕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손꼽히는 인식표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각 보건소의 치매검사 결과 증상이 일정 기준을 넘어섰을 경우 인식표 사용을 강제하는 등 보다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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