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壽 & 白首 - 행복은 오래 전 박테리아적의 기억
白壽 & 白首 - 행복은 오래 전 박테리아적의 기억
  • super
  • 승인 2006.08.24 2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린 마굴리스와 도리언 세이건은 지구상의 박테리아의 총 무게와 질량이 박테리아를 제외한 다른 생명체들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우주과학자인 칼세이건의 아들과 부인)이 함께 쓴 책 ‘생명이란 무엇인가 ’에서 그들은 지구가 박테리아가 바글거리는 생명의 별이라고까지 한다. 사람의 몸에 무수히 많은 미생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지구 전체가 미생물을 머금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도 하찮기 그지없다. 미생물을 제거해 버리면 구멍이 숭숭 뚫린 스펀지 같다.

 

생물계와 무생물계 사이에는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어둡고 깊은 골짜기가 있다. 박테리아는 그 생명의 미싱링크 생물계 쪽 절벽에 위치하고 있는 존재다. 생물계로 이적한지 얼마 안 된 무생물계 속성을 아직도 지니고 있다. 환경이 허용하는 한 박테리아가 원칙적으로 영생불멸한다는 점은 그 대표적인 속성이다.

 

그럼에도 박테리아가 생명인 것은 번식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영생불멸하며 번식한다는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구가 박테리아화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은 46억년 지구역사에서 30억년 전에 처음 출현한 이 미생물이 어떤 종은 진화하여 고등생물이 되고 어떤 것은 여전히 미생물인 채로 지구의 곳곳에서 번식해가고 있는지 밝혀내고 있다.

 

그런데 박테리아의 번식은 수직적인 것이 아니라 수평적이다. 자식과 부모의 관계가 아니라 모체와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복제품을 하나 더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번식하기 때문이다. 고등생물의 번식과 마찬가지로 박테리아도 유전자 정보를 교환하는 행사를 통해서 번식을 하는데, 이때 자손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체와 동일한 복제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박테리아가 유전정보를 교환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고등생물의 섹스 방식과 유사한 접합이고 다른 하나는 바이러스나 플라스미드 방식의 교환이다.

 

박테리아가 유전자 정보를 교환하는 행사를 하는 까닭은 살아남기 위해서다. 보다 우수한 유전정보를 획득하여 생존에 유리한 박테리아로 거듭나서 영생불사하려는 것이다. 고등생물, 특히 인간의 사랑과 섹스 욕망의 기원도 거슬러 올라가면, 과격하게 말해서 박테리아의 유전자정보 교환의식에 가 닿는다.

 

박테리아의 접합은 고등생물 섹스의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킨다. 남녀라는 성역할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성별의 구분에 따라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박테리아가 그렇지 못한 유전자에게 다리를 삽입하여 유전자정보를 전해준다. 즉 열등한 박테리아의 필요에 의해서 생존환경에 유리한 유전자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접합을 한다.

 

그런데 이때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박테리아는 아무런 손실도 입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수한 유전자 정보를 나누어 준 뒤 삼투압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등한 박테리아 입장에서도 거칠게 이야기하여 상향평준화된 박테리아 개체로 거듭나면서 번식을 하게 된다. 

 

접합을 하지 못하는 박테리아는 바이러스나 플라스미드 방식으로 유전자정보를 교환한다. 박테리아 세포는 보통 여분의 DNA 세트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바이러스나 플라스미드 상태로 통째로 교환하여 번식을 하게 된다. 박테리아 세포가 커지게 되면 동일한 두개의 딸세포가 되어 분열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박테리아에 작은 싹을 틔워서 이것을 성장시켜 떼어내기도 한다. 역시 모체와 똑 같은 복제품이다.

 

박테리아는 영생불멸하기 위해서 번식을 한다. 생존환경이 열악해지면 그 환경에 적응한 박테리아가 생기고 다른 박테리아들이 그 유전정보를 입수하여 적응력을 기르는 것이다. 생물의 진화는 그렇게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영생하는 박테리아들이 끊임없이 번식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죽지 않고 번식하는 숫자가 많아진다면 아무리 큰 지구라고 할지라도 결국 포화상태에 이르고 만다. 미생물이기 때문에 30억년 동안 번식해 왔음에도 지구에서 박테리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미생물로 포화가 되어 풍선처럼 부풀어 폭발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한 묘안이 있었다. 수십억 년 동안 접합 형식의 번식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박테리아의 일부가 진화하여 남녀 성역할이 명확한 유전자정보교환행사, 즉 유성생식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영원히 존재하고자 하는 속성을 다른 방식으로 유지한다. 개체는 죽음을 맞아 소멸하지만 자신의 유전자정보를 자손에게 남겨줌으로써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었다. 종족 보존 본능도 결국 이것이다. 모든 생물, 심지어 사람한테까지도 박테리아 적의 영속적으로 살아남아있고 싶은 욕망이 유전적으로 전해진 것이다.

 

고등생물의 진화가 그래서 가속화된다. 생존에 좀 더 유리해지기 위해서 좀 더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섹스 파트너를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종의 개량, 혹은 돌연변이를 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수컷들이 멋있어지고 암컷들이 아름다워지는 이유도 거기 있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경우는 섹스 파트너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좀 더 복잡하다. 두뇌, 패션, 몸매, 학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선택을 받는다. 이처럼 매력 포인트가 다양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에 비해 일부일처제가 좀 더 우수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

 

젊은이들이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일을 기성세대가 권장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과학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은 약간 고등한 생물종일 뿐이기 때문이다. 영속적으로 존재하고 싶은 욕망에 따라 자손을 낳고 기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아름다운 일이다.

 

농촌 마을에 애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라고 한다. 도시에서도 젊은 부부들의 출산기피 현상이 나타나 사회를 떠받칠 중추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내리사랑하는 즐거움을 젊은층에게 나누어주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내리사랑이란 자식은 부모를 사랑하지 않아도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 유전자를 자식들에게 영원히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젊은층에게 출산 의욕이 생겨날 수 있으면 한다. 부모자식간에 사랑을 나누고 얻는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을까.

 

어린 손자를 데리고 <신비한 미생물체험전> 전시관을 다녀오는 할아버지의 지친 모습에서 희망을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