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홀몸 노인가구 300만… 다양한 사회변화 이끌어
부부·홀몸 노인가구 300만… 다양한 사회변화 이끌어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10.28 10:15
  • 호수 2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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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립·생계형 노동·창업·반려동물 사육 증가
고령화로 인해 노인가구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녀와 떨어져 노인부부만 살거나 홀몸으로 사는 노인 세대가 약 300만 가구에 달하고 있다. 자녀의 결혼 후 분가(分家)를 당연시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예닐곱 가구 중 1가구는 자녀와 동거하지 않고 노인들만 외롭게 사는 가구다. 대도시로 갈수록 그 비율은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다. 불과 10년 뒤인 2020년에는 5가구 중 1가구가 노인들만 사는 가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노인가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전에는 없던 독특한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생계를 위해 돈벌이에 나서는 노인이 최근 5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노인도 크게 늘고 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5곳 중 1곳 ‘노인가구’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세대주가 65세 이상 노인인 가구의 비중은 17.4%, 298만 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3분의 1인 102만 가구가 홀몸노인 세대다. 최근 자녀의 결혼 후 분가를 당연시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전체 6~7가구 중 1가구는 자녀 없이 노인들만 외롭게 사는 가구인 셈이다.

장혜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100세 시대 가족’을 주제로 한 여성정책포럼에서 “전체 가구 가운데 노인가구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이전 세대는 자녀를 여러 명 낳고 수명이 짧아서 자녀가 독립한 뒤 남편과 아내 단둘이 사는 기간이 짧았지만, 자녀수가 줄고 기대수명이 늘어난 예비노년층 세대는 부부만 사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를 비롯해 노인들의 거주형태, 노부모 부양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이 노인가구의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장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전체 부부 가구에서 노인부부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9%였지만 2030년에는 절반 이상인 54.2%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불과 10년 뒤인 2020년에는 5가구 중 1가구가 노인들만 사는 가구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노인 1인 가구, 즉 홀몸노인 세대의 급증도 최근 나타나는 가족구조 변화의 특징 중 하나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 분석자료에 따르면 홀몸노인 수는 2010년 100만 가구를 넘어선 102만1000가구였고, 2020년 151만2000가구에 이어 2030년엔 200만 가구를 훌쩍 넘어 233만8000가구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체 1인 가구 가운데 노인 단독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29.4%에서 2030년에는 49.6%에 이를 전망이다.

대도시로 갈수록 그 비율은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전체 노인 중 43%에 달하는 40만 명이 자녀 없이 부부끼리 살거나 혼자 사는 홀몸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동안 123.7%가 증가한 수치다.

서울시가 통계청의 2010인구주택총조사를 토대로 서울노인 통계를 내봤더니, 서울의 65세 이상 노인 중 자녀 없이 부부만 사는 가구 또는 홀몸노인이 2000년 17만8908명(33.5%)에서 2010년 40만224명(43.0%)으로 10년 새 12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양자인 자녀로부터 경제적 자립은‘필수’
자녀와 떨어져 사는 노인가구가 증가하다보니 노후생활을 위한 ‘경제적 자립’을 원하는 어르신들도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녀로부터 생활비를 타 쓰는 60세 이상 노인 비중이 크게 줄고 있다. 생활비를 자녀에게 의지하는 노인의 비율은 2006년 36%에서 올해 25%로, 5년 만에 11%나 하락했다.

생활비를 직접 벌어야 하니 노년층의 경제활동인구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자녀로부터 경제적으로 자립한 노인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2010년 조사한 노인통계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경제활동 참여인구는 23만5000명. 지난 2000년 12만1000명과 비교하면 10년 동안 두 배에 가까운 11만4000명, 94.2%나 늘어났다. 또, 65세 이상 취업자도 2000년 11만8000명에서 2010년 22만6000명으로 역시 배로 늘어났다. 전체 취업자 중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2.5%에서 2010년 4.6%로 늘었다.

이처럼 노인가구의 경제적 자립도가 높아지면서 자녀와 동거를 희망하는 노인 비율도 감소하고 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은 2005년 30.4%에서 2010년 21.5%로 크게 줄었다. 지난 2005년 조사에서는 ‘향후 혼자 살기 어려울 때 자녀와 동거를 희망한다’는 경우는 30.4%로, ‘노인전용공간을 선호한다’(18.7%)는 응답보다 많았다. 하지만 5년 뒤인 2010년에는 자녀와 동거희망은 21.5%로 줄고, 시니어타운 등 노인전용공간을 선호하는 응답이 30.9%로 역전됐다.

노부모 부양에 대한 어르신들의 견해도 달라지고 있다, ‘부모님의 노후생계에 대해 가족이 전담해야 한다’는 응답은 2006년 60.7%에서 2010년에는 절반으로 떨어진 30.4%로 나타났다. 반면, ‘가족과 정부·사회의 공동책임이다’라는 견해는 같은 기간 29.1%에서 51.0%로 늘었다. ‘노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도 7.7%에서 15.0%로 늘었다.

▲노후 위한 생계형노동·시니어창업도 증가세
이삿짐 도우미와 건물관리를 병행하고 있는 안모(63)씨는 “은퇴 후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해 일하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다”며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집세와 생활비라도 충당하기 위해 일터로 나가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씨처럼 자녀들로부터 경제적으로 ‘자립’한 노인들은 ‘생계형 노동’과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가가 공적연금 체계를 통해 생계를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 생활비 마련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층 고용율은 2010년 28.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아이슬란드(34.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OECD 30개 회원국의 평균 노인고용률 11.9%보다는 3배 가량 높은 수치다. 이들은 노후소득과 공적연금이 제 역할을 못해 일터로 내몰린 생계형 노동자가 대부분이란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55~79세 고령취업자 중 단순노무직은 2005년 32만명에서 지난해에는 128만명으로 급증했다. 여성들은 주로 청소·경비 및 가사·음식, 판매 관련 업종에 참여했고, 남성들은 운전·운송업을 중심으로 한 기능원·기계조작원 등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었고, 시간이 갈수록 그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65~79세의 임금근로자 가운데 77.2%가 저임금근로자였으며, 여성의 비율은 90%에 육박했다. 절반을 넘어선 전체의 59.6%가 초저임금근로자였다. 하지만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전체 노인의 9.1%, 빈곤노인의 29.3%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부머 세대(19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재취업 대신 시니어창업을 시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를 계기로 2000년대 중반 ‘자영업 대란’ 이후 감소하던 자영업자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자영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만8000명 늘어났고, 8월(5만3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특히 50, 60대 창업자가 크게 늘어 지난해 말 현재 50대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42.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예비노년층의 퇴직이 본격화하면 50~60대 구직자 및 창업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예비노년층을 위한 일자리 지원 및 창업보조 정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인가구 10곳 중 3곳, 반려동물로 고독 해소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점점 고립되고 있는 노인들이 외로운 노년의 동반자로 ‘반려동물’(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노년층을 겨냥, 최근에는 노인들이 운영하는 반려동물 관련업까지 등장할 정도다.

아홉 살짜리 ‘말티즈’(털이 많은 소형 애완견) ‘사랑이’를 키우는 김모(67·여)씨는 “내가 아프고 병들어도 변함없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며 기다려 주는 존재는 사랑이 밖에 없다”며 “3년 전 사별한 남편의 자리까지 사랑이가 메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노인가구 10곳 중 3곳이 반려동물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노인들이 스스로 외로움을 달래는 대안으로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 장례서비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노인 가구를 약 80만 가구로 추정한다. 이는 298만 전체 노인가구의 27%로, 전 연령대 평균(17%)보다 10%포인트나 높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노인들이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 편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수의사는 “동물병원을 찾는 반려동물 보호자의 20~30%가 노년층인데, 수십 만원에 이르는 병원비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물 장례서비스 이용료도 최소 15만원이 들지만 노년층 이용자는 계속 늘고 있다. 현재 반려 동물 장례업체는 6곳이 성업 중이지만, 노년 소비자층이 증가하자 노인들이 직접 장례업체를 운영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노인일자리 차원에서 후원하는 반려동물 장례업체인 ‘에이지(AG)펫’에서 일하는 12명의 직원은 현재 모두 60세 이상 노인들이다. 이 가운데 70%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다.

에이지펫에서 일하는 설완종(62)씨는 “홀로 외로움과 싸우는 노인들에게 반려동물은 무심한 가족보다 더 친근하고 고마운 존재”라며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이해하고 위로하기 때문에 노년층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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