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묵언수행’ 중인 간(肝), 정기검사로 돌봐줘야
[전문의 칼럼] ‘묵언수행’ 중인 간(肝), 정기검사로 돌봐줘야
  • 관리자
  • 승인 2011.11.04 13:49
  • 호수 29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북부병원 내과 정 훈 과장

전체의 80% 이상이 손상돼도 나머지 20%로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장기가 ‘간’이다. 어지간한 손상에는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하지만 간은 우리 몸의 화학 공장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장기다. 대사조절, 혈액조절, 쓸개즙 생성 등을 담당한다. 과묵한 성격 탓에 좀처럼 아픈 내색을 하지 않지만, 한번 상처를 받으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간 기능을 위협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이다. 인체의 여러 부위에 염증이 발생하면, 열이 나거나, 표면상으로 부어오르거나 통증을 동반한다. 이러한 증상은 쉽게 회복되지만, 간에 염증이 발생할 경우 언제 염증이 생겼는지도 모른 채 병을 키우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각증상을 발견했을 경우에는 이미 간 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치료도 쉽지 않다.
간염은 말 그대로 간세포 조직의 염증을 의미한다. 간염 바이러스가 몸 안에 침입하면 간에 지하당을 만들고 번식한 후 간세포를 파괴시키며, 궁극에는 간 기능 손상을 초래한다.
모든 간염 바이러스가 만성 간질환을 일으키지는 않고 B, C, D형만 만성 간질환을 일으킨다. 이중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우리나라 만성 간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한국 성인의 7% 정도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다. C형은 1% 정도가 보유자인데 D형은 다행히 우리나라에선 찾기 어렵다.

간 기능 손상은 초기 자각증상이 없어 쉽게 발견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웬만큼 간이 나빠지기 전에는 신체에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간은 스스로 손상될 것을 대비해 충분한 예비기능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간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면서 절반 이상 기능이 저하돼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간에 이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많은 손상이 가해진 상태다. 더군다나 간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 장기이기 때문에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들은 6개월마다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로 간 기능을 점검하는 것이 적극적인 예방법이다.

A형과 B형 간염은 간염백신이 나와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해야 하며, C형 간염의 경우 별도의 백신이 없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꾸준한 관리를 통해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 우선 불필요한 약은 오히려 간에 해로울 수 있으니 삼가는 것이 좋다. 양약뿐만 아니라 각종 건강보조식품과 생약 등도 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지나친 음주는 간질환 유발의 주범이다. 간에 유익한 술은 없으므로 가급적 절주하는 것이 좋다. 음주 후 불필요한 약제 복용은 간 손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