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00세 시대’ 온다는데… 사회체계·국민인식은 ‘인생 80세 시대’
‘인생 100세 시대’ 온다는데… 사회체계·국민인식은 ‘인생 80세 시대’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11.04 14:10
  • 호수 2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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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100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고령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노인인식 변화는 물론 가족관계, 고용정책, 여가문화 등 다각적인 변화가 이뤄져야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다가올 ‘인생 100세 시대’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제도나 물리적 환경 구축과 함께 복지서비스 대상인 노년층의 연령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족자원 활용 등이 강조되고 있고, 국민이 ‘인생 100세 시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시스템 변화를 위한 다각적인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10월호에서 논의됐다.

 

▲ 전문가들은 다가올 ‘인생 100세 시대’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제도나 물리적 환경 구축과 함께 복지서비스 대상인 노년층의 연령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원도 강릉의 한 보건소가 어르신들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체조와 요가 등을 실시, 어르신들이 환한 표정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
▲“건강·생활자금 뒷받침할 사회제도 구축 시급”

우선, 건강하게 ‘인생 100세 시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보장제도나 물리적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프지 않고 오래 사는 ‘건강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체계구축은 물론 연금제도의 재정 안정화, 인적자원 개발 및 활용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우덕 연구위원은 “인생 100세 시대의 도래는 건강수준의 향상과 생활자금의 확보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결국 개개인의 행동양식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나 물리적 환경이 구축돼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우덕 위원은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최대한 평균수명의 한계 내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확장시킬 수 있는 체계가 필수”라며 “이를 테면, 만성질환이나 낙상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년기 소득보장을 위해 연금제도의 재정안정화는 물론 초고령 연금 수급자의 실질적인 연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강조됐다.

선우덕 위원은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퇴직연금·개인연금이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주택연금과 농지연금 등 역모기지 상품의 정부담보 위험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정책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배우고 일하는 노후가 실현될 수 있도록 인적자원 개발 및 활용방안 모색도 제안했다.

선우덕 위원은 “최소한 60~65세까지 노동시장에 머물 수 있도록 정년제도 내실화와 점진적 퇴직지원 등이 시행돼야 한다”며 “더불어 퇴직 전 제2의 취업 준비를 위한 평생학습 체계 구축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령자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고려한 여가문화 인프라 확충은 물론 고령친화적 지역사회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선우덕 위원은 “즐거운 노후생활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고령자 여가문화 인프라 확충과 노인의 특수성 및 다양성을 반영한 특성화된 여가문화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노인들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교통과 주거시설을 비롯해 공공건물이나 공원, 여가문화시설 등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여 현 거주지에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화 편차 반영, 정책 대상 달리해야”

노년층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때 획일화되고 경직된 연령기준을 설정하기 보다는 유연한 연령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테면, 동갑내기 80세 어르신들이라도 건강상태 등에 따라 서비스 내용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정경희 선임연구위원은 “노화는 개인별 편차가 발생하는데도 정책대상자로서의 노인은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노년층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때 획일화되고 경직된 연령기준보다는 유연한 연령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경희 위원은 “복지서비스 대상을 제한하기 위해 연령기준을 조정할 때는 노인의 특성 변화와 사회의 재정적 능력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1983년 노인보건법 제정에 따라 실시된 ‘노인보건사업’은 70세 이상 국민을 기준으로 하되, 65~70세 미만인 국민은 장애인정을 받은 ‘와상자’에 한정하고 있다. 당시 노인보건사업 이외의 사업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2008년 노인보건법 폐지와 함께 ‘고령자 의료 확보에 관한 법률’(고령자의료확보법) 신설로 장수의료제도(후기고령자 의료제도)를 실시하면서 적용대상을 75세 이상으로 정했다. 또 65~74세 이하에 대해서는 ‘일정한 장애가 있고 지자체자 인정하는 국민’으로 대상을 변경하는 등 연령기준을 유연하게 설정해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독일도 장기요양보험의 경우 연령과 상관없이 요양서비스를 원하는 급여대상자를 선정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경희 위원은 “획일화된 연령기준을 규정할 것이 아니라 노화의 다양성을 반영해 정책대상자를 설정해야 한다”며 “어떠한 영역에서 어떤 연령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지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기요양, 재정 완화 위해 在家·가족자원 활용해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이나 가족의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는 한편 증가하는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재가(在家)서비스를 강화하고, 기능 악화를 예방하는 서비스 체계구축, 가족자원 활용 등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건사회연구원 이윤경 부연구위원은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르신들과 가족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적절한 서비스와 늘어나는 재정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개선 방안으로 △재가중심 서비스 강화 △예방서비스 체계 구축 △가족 자원 활용 등이 제기됐다.

우선 재가중심 서비스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어르신이 자택에 거주하면서도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서비스 제공인력의 방문시간을 줄이는 대신 횟수를 늘리자는 제안이다.

이 위원은 “현재 재가급여 이용자 대부분이 방문요양을 이용하며, 3시간 이상의 급여 이용자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재가노인의 경우 하루 1회 방문으로는 신체기능 및 일상생활 수발이 어렵기 때문에 방문시간을 줄이되 횟수를 늘리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장기요양보험 대상자 중 재가서비스 이용자는 66.5%로, 시설서비스 이용자 33.5%보다 2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가서비스 이용자 가운데 88%가 요양보호사들이 가정을 방문해 수발하는 ‘방문요양’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현재 방문요양 중심의 재가서비스 체계에서 방문간호와 주간보호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인책을 마련할 것도 강조했다.

이 위원은 “앞으로 무자녀 노인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여 앞으로는 가족이 정보 제공과 선택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날로 늘어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재정 절감을 위해서는 가족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도 권고했다.

이 위원은 “가족자원을 통한 재정 절감을 위해서는 가족요양비의 지급 수준과 대상자의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부모 등을 수발하기 위해 자녀들이 휴직을 희망할 경우를 대비해 가족요양 휴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 100세 시대 체감 못해 ‘인생 80세 시대’의식 정체”

국민 5명 중 2명은 ‘100세 이상’ 오래 사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어지는 노년기에 반해 빈곤과 질병, 소외와 고독 등 이른바 노후에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와 더불어 자녀에게 부양부담을 안길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오영희·김유경 부연구위원이 지난 6월 1~8일, 전국 16개 시·도에 거주하는 30~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43.3%가 오래 사는 현상을 축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반면 축복이라는 응답은 28.7%에 그쳤고, 28.0%는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

오래 사는 것을 축복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38.3%가 ‘노년기가 너무 길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빈곤·질병·소외·고독감 등의 노인문제’(30.6%), ‘자식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서’(24.1%)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국민이 희망하는 수명은 70대와 80대 연령층에 집중돼 ‘인생 80세 시대’의 인식에 머무르는 반면 희망수명을 90세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6%에 불과해 대다수의 국민이 100세 시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생 100세 시대에 대한 국민의식을 고취시켜 체감도를 높이고 정책수용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며 “사회전반의 시스템 변화를 위한 다각적인 정책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더욱 길어진 노년기에 적극적인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욕구와 특성에 따른 연령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며 “여가는 장기간의 사회화 과정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생애주기에 걸쳐 개인의 취미생활을 개발하고 자원봉사활동 등을 통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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