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층 타깃 ‘스마트’ 기기·IT상품 ‘봇물’
노년층 타깃 ‘스마트’ 기기·IT상품 ‘봇물’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11.11 18:04
  • 호수 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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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노인 스마트폰 요금제 출시… 기본료 1만5천원
KT, 휴대용PC 통해 음악·TV·의료·방범·통화 ‘한번에’
손안의 PC로 불리는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10명 가운데 4명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셈이다. 지난 2009년말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불과 2년만으로, 증가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업무, 오락, 쇼핑,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스마트폰 파생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모바일 광고 시장도 4000억원 규모까지 커졌다. ‘스마트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불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의 물결이 이제는 노년세대를 대상으로 번지고 있다. SKT, KT 등 주요 통신업체들이 노인 전용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노인 관련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어르신들도 이제 ‘스마트 혁명’을 거스르기 어려워 보인다. 노년층을 타깃으로 최근 선보인 상품들을 알아본다.

▲ 10월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IT와 함께하는 행복한 실버세상’행사에서 어르신들이 태블릿PC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사진=연합
‘스마트폰 2000만 시대’에도 불구하고 노년층은 여전히 정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중 만65세 이상 노인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2.25%, 약 45만명에 불과하다. 노인인구 545만명을 기준해도 8.2%, 노인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실정이다.

스마트폰의 복잡한 기능은 물론 매달 10만원 가까이 나오는 비싼 통신요금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와의 정보격차는 더욱 커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최근 SKT가 노년층을 위한 전용 스마트폰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어르신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본요금은 60% 가까이 인하되고, 음성·영상통화 혜택은 일반 요금제보다 대폭 늘어나 노인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SKT, 노인 위한 전용 스마트폰 요금 첫선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에 따르면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T가 10월 31일 인가 신청한 ‘장애인 및 노인대상 스마트폰 전용요금제’에 대해 이용약관을 인가했다. 이번 요금제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의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이동통신사업자와 협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다.

7일 출시된 노인 스마트폰 요금제는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해 설계됐다. 노인대상 스마트폰 요금제의 경우, 일반 스마트폰 요금제(최저 3만5000원)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월 1만5000원의 기본요금이 적용된다. 이는 일반 3G폰의 일반요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본요금으로 주어지는 통화혜택도 음성 50분·영상 30분·문자 80건·데이터 100MB 수준이다. 노인들의 통화량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부담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노인 스마트폰 이용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선두 통신업체인 SKT가 노인소비자들을 위한 할인요금제를 출시한 만큼 KT와 LGU플러스 등 타 사업자들도 연내에 비슷한 수준의 할인요금제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전용 스마트요금제와 함께 시행되는 장애인 요금제도 주목할 만하다. 청각 장애인 스마트폰 요금제 ‘올인원손사랑’에는 음성통화 대신 영상통화가 들어간다. 월 3만4000원으로 기본료 할인폭은 낮지만 영상 110분, 문자 1000건, 데이터 100MB 등이 기본 제공된다. 시각장애인 스마트폰 요금제 ‘올인원소리사랑’(기본료 월 3만4000원. 음성 250분, 문자 50건, 데이터 100MB)에는 영상통화가 제외되고, 대신 음성통화 혜택을 늘렸다.

새로 출시될 장애인 스마트폰 요금제는 요금할인(월 1만 1000원)과 장애인 요금감면(35% 요금감면) 제도를 함께 고려하면 월 1만5000원(부가세 미포함)에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 요금제는 이달 7일부터, 시각장애인 요금제는 12월 1일 출시된다.

SK텔레콤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5년째 이어오고 있다. 우선 2007년부터 전국 11개 지역 노인복지관에서 문자메시지 보내는 법, 알람이나 달력 등 휴대전화의 각종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자체 선발한 대학생 자원봉사단이 1대1 도우미로 참여해 어르신들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어르신 휴대전화 활용대회도 열렸다. 11월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열린 ‘휴대전화 활용능력 경진대회’에는 200여명의 노인들이 참가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달인, 이른바 ‘실버 엄지족’을 찾는 독특한 경기에 관심과 열기가 뜨거웠다. 이 날 참가자 평균 연령은 73.3세였다.

▲KT, 주부·노인 대상 휴대용PC 서비스 개시
KT는 다양한 가정용 서비스가 설치된 ‘태블릿PC’(손가락이나 펜으로 화면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휴대용 소형 컴퓨터)인 ‘스마트홈 패드’를 10월 31일 출시했다. 라이프 자키, 올레TV 나우, 스마트홈 통화, 홈시큐리티 등 다양한 서비스가 설치돼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주부나 노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KT는 40~50대 주부들과 시니어세대를 스마트홈 패드의 주요 고객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스마트 기기에 친숙하지 않은 주부들과 노인들이 휴대가 편리한 태블릿PC를 이용해 가정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능을 구성했다.

주요 서비스는 △이용자 성향을 분석해 음악을 골라서 틀어주는 ‘라이브자키’ △1만1000편의 주문형비디오(VOD)와 실시간TV를 제공하는 ‘올레TV’ △저렴한 요금으로 고화질 영상통화가 가능한 ‘스마트홈 통화’ △센서를 통해 침입을 감지해 알려주는 ‘홈시큐리티’ 등이다.

이밖에 노인들을 위한 ‘해피 패밀리’(가족 간 사진·일정 등 공유), ‘스마트홈 닥터’(의료 상담 서비스) 등도 기본 서비스로 제공된다. 사용 요금(2년 약정시)은 단말기 값을 포함해 한 달에 3만5708원이다. 영상·음성 통화 100분이 제공된다.

KT 관계자는 “스마트홈 패드는 40~50대 고객에게 특화된 태블릿PC”라며 “앞으로 집안의 모든 유선전화를 스마트홈 패드로 바꿔 본격적인 스마트홈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한국 ‘실버 스마트족’, 모범사례로 OECD서 연구
국내에서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보급이나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한국의 ‘실버 스마트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구대상이 될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OECD는 프랑스 파리 본부에서 근무하는 과학기술산업국 수석 정책분석가인 엘레트라 롱쉬 박사를 10월 26일 한국에 파견했다. 한국을 ‘실버 스마트’ 분야의 세계적 모범사례로 보고 그 비결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OECD는 실버 스마트족이 늘면 사회 전반의 복지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롱쉬 박사는 11월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인들이 스마트 기기로 서로의 일상적 경험과 정보를 나눔으로써 사회적 고립감을 덜 느끼게 되면 정신 건강이 좋아지고 필요한 정보를 제때 습득할 수 있다”며 “그만큼 국가 전체가 노인층에 져야 하는 부담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화 문제를 IT로 해결하려 하는 선진국으로서는 상당수 노인이 스마트폰을 다루는 한국의 현실이 교과서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OECD는 노인들이 취미나 건강, 의학 등 자신들의 관심사와 관련된 정보를 IT기기로 스스로 찾아내 공유할 때 노인복지예산이 얼마나 절감되는지를 한국의 사례를 통해 연구하고 있다.

특히 OECD는 한국 특유의 끈끈한 가족적 유대가 실버 스마트족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롱쉬 박사는 “한국에서 스마트 기기를 쓰는 노인이 느는 건 단순한 마케팅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세대 간 결속력이 강한 한국 고유의 문화 덕분인지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의 ‘IT화’에 자극을 주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 말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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