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 최초 해외수출 물꼬 텄다”
“노인일자리 최초 해외수출 물꼬 텄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11.11 18:22
  • 호수 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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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화성지회 짚풀 공예품, 오스트리아에 2천만원 수출
삼성반도체 3억5천만원 후원 전시판매체험장도 건립…‘겹경사’

경기 화성지역 어르신들이 만든 짚풀 공예품이 해외로 수출된다. 어르신들이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자발적으로 짚풀 공예품 제작·판매사업을 시작했고, 이번에는 자력으로 해외수출의 물꼬를 틈으로써 노인일자리사업 사상 최초의 ‘금자탑’을 쌓게 됐다. 노인일자리사업이 시장경쟁력에서 결코 뒤지지 않음을 입증하는 쾌거다.

대한노인회 경기 화성시지회(지회장 박영근)는 11월 7일 오스트리아 빈에 짚풀 공예품 450개를 수출, 총 2000여만원의 수익을 냈다.
이번 수출은 평소 짚풀 공예 사업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던 송영휘 화성시지회 부지회장이 자신의 사위이자 재오스트리아 한인연합회 박종범 회장(글로벌 자동차무역 전문업체인 주식회사 ‘영산글로넷’ 대표)에게 현지 홍보를 적극 권유하면서 이뤄졌다.

수출을 통해 판매된 작품 중 일부는 11월 1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되는 ‘2011 한국어 차세대 웅변대회’ 참석자들에게 제공되고, 나머지 일부는 전 세계 16곳에 자리한 영산글로넷의 회사 홍보용으로 사용된다.

짚풀 공예품은 11월 7일 1차로 150개가 수출됐고, 나머지 분량은 12월말까지 제작해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수출을 계기로 오스트리아 빈 수출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2004년부터 어르신들의 여가활용의 일환으로 시작된 짚풀 공예는 어르신들의 소득보장과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07년 본격적으로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전환됐다.

화성시지회의 짚풀 공예는 현재 30여명의 어르신들이 팔탄면 노하1리·서근리, 비봉면 쌍학4리, 장안면 장안7리 경로당 등 4곳을 작업공간으로 활용해 이뤄지고 있다.

어르신들은 인형, 짚신, 똬리, 삼태기, 계란꾸러미, 조리 등을 새끼손가락만한 크기로 축소 제작한 뒤 액자에 넣어 실내장식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작품의 종류와 크기를 다양화해 사람 형상은 물론 돼지, 소, 거북이 등 다양한 동물 인형도 만들고 있다.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도 있었다. 사업 초기에는 상품성과 판로 등의 문제로 판매수익이 저조했다. 하지만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상품성을 높였고, 판로를 개척해 지난해만 32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10월 현재 4000여만원으로 매출이 뛰어 참여 어르신들은 물론 화성시지회 관계자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하지만 재료비가 워낙 비싸 아직까지는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7개월 동안 월 20만원의 임금을 받고, 이후 5개월은 자발적인 ‘무급’으로 일한다. 어르신들에게 짚풀 공예는 단순한 노후소득 보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족감과 자부심을 얻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의 열정에 힘입어 경사도 있었다. 화성시지회 짚풀 공예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지자체 친서민정책 및 일자리창출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화성시지회는 지난 2009년 6월, ‘지프로’(JIPRO)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특허청에 정식 서비스표와 상표등록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어르신들이 만든 짚풀 공예품은 현재 2곳의 매장에서 홍보 및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화성휴게소 편의점 내에 설치된 ‘지프로 1호점’에 이어, 올해 3월 서해안고속도로 화성휴게소 특산품판매소에 마련된 ‘지프로 2호점’은 많은 휴게소 이용객들에게 이미 명소가 됐다.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내년 3월에는 화성시 팔탄면에 자리한 ‘우리꽃 식물원’ 내에 495m²(150평) 규모의 2층짜리 지프로 전시판매체험장이 들어선다. 체험장은 삼성반도체가 3억5000만원을 화성시에 후원해 건축됐으며, 화성시노인회가 운영하게 된다. 체험관은 오는 12월 완공, 내년 3월 개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화성시지회는 짚공예의 맥을 잇기 위해 ‘지프로’ 명장으로 지정받은 6명의 기능보유자를 통해 60~70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기능전수를 위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또, 화성시지회는 지난 3월부터 ‘지프로사업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않고 어르신들 스스로 자립적으로 지프로 제작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과 홍보, 판로개척 등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 ‘지프로 사업단’의 목표다.

어르신들의 짚풀 공예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화성시지회 임영식 취업지원센터장은 “이번 오스트리아 빈 수출은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해외 진출을 위해 열심히 홍보하고 판로를 개척해 어르신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근 화성시지회장은 “노인들이 짚풀 공예 작품을 만들어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수출해 수익을 창출하게 돼 자부심과 자긍심이 매우 높아졌다”며 “우선, 올해 12월말까지 오스트리아 빈에 수출할 작품을 제작하는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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