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소비자 급부상…“시장이여! 시니어 세대를 주목하라”
노인소비자 급부상…“시장이여! 시니어 세대를 주목하라”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11.18 17:04
  • 호수 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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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 활동적인 노년층)가 새로운 소비세대로 주목받고 있다.‘베이비붐세대’로 상징되는 이들은 소득수준이 높고 자아실현 욕구도 강해 다방면에서 적극인 소비의욕을 보이면서 신 소비세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의 인구는 전체 인구 대비 14.4%를 넘어섰고, 소비지출 비중도 국내 전체 소비의 22.5%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 이들의 지갑을 먼저 열기 위한 각축전도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금융사들은 은퇴자금관리 상품을 쏟아내고 있고, 주요 백화점 및 오프라인·홈쇼핑 업체들도 시니어전용관을 앞 다퉈 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7080세대를 위한 문화공연이 생겨나고, 시니어들을 타깃으로 한 등산용품·크루즈여행상품 등 관련 소비시장도 커지고 있다.

▲ ‘세시봉’열풍은 7080 마케팅의 성공사례다. 조영남은 지난 6월 7일 1960~70년대 청년문화 이야기를 담은 책 '쎄시봉 시대'를 출간하고 간담회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김세환, 조영남, 윤형주.

▲금융권, “은퇴자금을 잡아라”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자금을 확보하려는 금융권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은퇴 이후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자산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과거에는 부동산과 예금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주식, 펀드, 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해 자산을 관리하려는 시니어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저금리 등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라 투자처를 다변화해야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더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시니어 전용상품을 앞 다퉈 출시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건강진단서를 제출하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의 시니어 전용 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연령별로 투자전략을 차별화하는 생애주기(라이프사이클) 펀드 등을 출시했다.

특히, 은퇴 이후 매달 급여형태로 받는 연금형태의 금융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연금저축, 연금펀드, 변액연금보험 등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5년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퇴직연금 전용상품의 종류도 다양화 되고 있다.

서비스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시중은행이나 증권사는 상품설명 자료를 큰 글씨로 바꾸거나 맞춤형 매매프로그램(HTS) 등을 통해 시니어 전용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은 안전한 재산상속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 변호사 등 전문가를 채용, 고품격 서비스도 마련하고 있다.

▲백화점, ‘5060’ 시니어패션 공략
백화점 의류·쇼핑매장에서도 시니어 전용관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8층, 총 24평의 ‘휴모니아’ 매장은 건강용품, 패션용품, 웰빙용품 등 세 가지 테마 상품군으로 구성, 한곳에서 다양한 시니어 용품 및 선물을 구매할 수 있다. 4년 전 8개월 정도 운영되다 매출부진으로 문을 닫았던 곳이다. 최근 시니어 소비계층의 약진으로 지난 5월 5일 다시 문을 열었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은 지난 가을 정기세일을 맞아 ‘뉴시니어’(New Senior) 고객이 선호하는 3대 브랜드 상품을 최고 80%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마련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10월 6일에는 부산롯데호텔에서 부산에 거주하는 중고령층 우수고객을 초대, 봄·가을에 어울리는 옷차림에 대해 알려주는 행사도 개최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 진입에 따른 시니어산업 시장규모는 2010년 44조에서 2020년에는 150조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본점에 시니어 전문매장을 다시 마련한 것은 중장년층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전체 매출 신장률이 16.8%였던 지난해에 50대 이상 매출 신장률은 21.3%를 기록하며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또 올해 1~6월, 50~60대의 평균 구매액은 103만원으로, 20~30대(평균 62만원)보다 66% 더 많았다.

백화점업계는 경쟁적으로 시니어 전용 매장을 적극 도입하는 등 이른바 ‘뉴시니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8월 압구정 본점에 중고령층 남성의류 매장을 선보인 것이나 신세계가 지난 9월 본점에 중장년층 남성명품 매장을 마련한 것도 시니어 고객을 노린 마케팅이다.

▲중고령층, 온라인 쇼핑몰 ‘큰손’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시니어세대가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들은 그동안 ‘2040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마케팅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60대 이상 시니어 계층을 위한 전용관까지 개설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www.11st.co.kr)는 10월 26일 시니어세대를 위한 상품을 한데 모은 ‘골드 시니어 전문관’을 문 열었다. 그동안 노인 관련 제품은 각 카테고리 별로 따로 구매해야 하거나 파는 곳도 일부 오프라인 매장으로 한정돼 있어 불편함이 많았다. 하지만 ‘골드 시니어 전문관’에서는 패션과 미용, 건강식품, 레저 등 관련된 상품을 한 눈에 살펴보고, 바로 구매할 수 있다. 또 생활 속 편의용품, 젊어지는 비결, 여가 생활뿐만 아니라 알아두면 좋은 건강상식, 시니어 재테크, 보험, 여행지 등 노년층을 위한 유용한 정보도 제공한다.

NS홈쇼핑(www.nseshop.com)의 온라인 쇼핑몰 ‘NS이숍’도 시니어용품 전문점 ‘더보탬’을 개설했다. ‘더보탬’은 고령층이 건강하고 편안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강식품, 보행 보조용품, 위생, 간병용품 등의 상품을 판매한다. 식품의 경우 카테고리 분류도 ‘음식물을 씹고 삼키기 힘드신 분’ ‘혈당조절 필요하신 분’ 등 섭취 대상을 구분해 선택이 용이하도록 했다.

옥션(www.auction.co.kr)도 60대 이상 시니어 고객의 증가로 인해 최근 건강측정용품과 물리치료용품, 시니어·재활·의료용품 카테고리를 약 3년 전부터 운영 중에 있다.

이밖에 주요 포털사이트를 통해 검색된 시니어 전문 온라인 쇼핑몰만도 100여개에 달한다.

실제로 옥션(www.auction.co.kr)의 60대 이상 고객 구매액도 2년새 37% 가량 증가했다. 이는 주 고객층인 30대 성장추이 11%보다도 높은 수치다. ‘커피 메이킹’ 품목의 경우 최근 1년간 60대 이상의 노년층 구매 비중이 전체 구매자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11번가의 2010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구매고객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구매 고객수가 51% 증가했으며, 40대의 연간 성장률도 42%에 달했다. 또 인터넷 쇼핑몰 롯데닷컴(www.lotte.com)에서도 60대 이상 시니어계층의 구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이상 증가했다.

옥션 이진영 팀장은 “60대 이상의 온라인 구매는 매년 20~30% 가량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으로, 생필품 위주의 소비가 이젠 취미를 위한 소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시니어 세대의 인터넷 쇼핑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레져·여행, ‘7080’ 상품 봇물
베이비붐세대로 대변되는 이들의 막강한 경제력과 여가문화욕구는 문화 트렌드까지 바꾸고 있다. 올해 초, 조영남ㆍ송창식ㆍ윤형주ㆍ김세환씨를 주축으로 한 ‘쎄시봉’ 열풍은 대표적인 7080 마케팅의 성공사례다. 시니어들이 젊은 세대처럼 박수 치고 눈물 흘리고 싶어 하는 문화적 요구를 자극해 콘서트 등을 개최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쎄시봉은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콘서트를 비롯해 미주, 유럽공연까지 소화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뮤지컬 제작사인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는 “쎄시봉 열풍과 더불어 공연업계에서 ‘7080세대’를 타깃으로 삼은 기획이 줄을 잇고 있다”며 “50대 이상 시니어 계층의 지갑 사정이 두툼해지면서 그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등산열풍이 불면서 등산용품 업체들이 급성장한데도 시니어들이 기여한 바가 크다. 휴일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전국 각종 등산코스에는 산을 찾은 시니어들로 넘쳐난다. 글로벌 등산브랜드 ‘노스페이스’의 국내 판매업체인 ‘골드윈코리아’의 경우 지난 2005년 1213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지난해는 3912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크루즈 및 효도여행의 대중화에도 시니어들의 영향이 컸다고 여행업계는 보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된 지난 2009년부터 크루즈여행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며 “이는 노후를 즐기려는 시니어세대들이 크루즈여행에 많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내외 다양한 효도여행 상품도 특화된 서비스로 실시되고 있다. 부모님의 현지 도착을 자녀에게 알려주는 안심콜 서비스, 자녀들의 효도편지 전달, 여행 후 기념액자 제작, 여행 시 ‘수양자녀’ 서비스제공, 휠체어 무료대여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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