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르신들은 일·자원봉사와 더불어 기부를 통해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나눔을 통해 삶의 질과 만족감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금전 및 물질적 기부와 더불어 최근에는 자신이 가진 소질을 남을 위해 사용하는 ‘재능기부’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우리사회에는 어르신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동참할 수 있는 기부대상이 너무도 많다. 과거 ‘부양 받는 대상’에서 탈피, 앞으로 ‘사회를 책임지는 당당한 노인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남과 나누며 사는 삶을 생각해 볼만하다. 백세시대은 연말을 맞아 전국 어르신들의 기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함께 동참하자는 취지로 ‘기부하는 삶, 행복한 삶’을 주제로 3회에 걸쳐 [연말기획]을 마련한다. 이번 호는 기부란 무엇이고, 어떻게 동참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나머지 두 차례는 기부에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통해 나누는 삶의 즐거움을 엿본다. |
올해 73세인 신평재 어르신은 지역의 초중고교를 방문해 진로교육, 금융이해교육, 어린이 경제교육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로 7년째다.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역임하고 은퇴한 신평재 어르신은 자신의 지식과 전문성을 살려 후세대를 위한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신평재 어르신처럼 자신의 경험과 적성, 소질을 살려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기부를 ‘재능기부’라고 한다. 개인이나 단체에 현금이나 물품을 대가없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일반적 의미의 기부와 함께 최근에 매우 보편화되고 있는 형태가 ‘재능기부’다. 신평재 어르신도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선정해 시상하는 ‘이달의 나눔인’ 재능기부자 25명에 포함돼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신평재 어르신과 함께 상을 받은 수상자들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순회공연하는 문화예술단, 초등학생들에게 바이올린을 지도하는 고등학생, 보육원 퇴소 청소년과 음악밴드를 구성한 청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영화제작 교육을 한 대학생 등 다양한 재능의 소유자들이다. 배우 권오중, 가수 하춘하·인순이도 함께 수상했다.
▲재능기부, 가난해도 나눔 실천 ‘확산’
이처럼 기부는 단순한 금전적·물질적 기부에서 출발, 재능기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참여할 수 있다. 자원봉사를 기부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어르신들은 다양한 삶과 직업경험, 사회활동 등을 바탕으로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연령대에 속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통계청이 11월 24일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 결과-나눔문화’에 따르면 13세 이상 인구 중 지난 1년 동안 기부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36.4%로 나타났다. 그런데, 40대가 45.7%로 기부경험이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은 24.0%로 가장 적었다.
기부를 하지 않은 이유는 전 연령대에서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란 응답이 62.6%로 가장 높았다. 동일한 답변에 대해 60세 이상은 76.0%로 다른 연령에 비해 유독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기부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이란 응답은 60세 이상이 14.7%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즉, 60대 이상 고령층은 기부를 하고 싶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어 기부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통계청의 조사에서도 현금기부자 비율은 60세 이상이 23.0%로 가장 낮았다.
물품기부에 있어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대상자에게 직접 물품을 기능한 비율은 전 연령대에서 40대와 30대에 이어 가장 높았다. 특히, 종교단체에 기부한 경우는 가장 높았다. 많은 어르신들이 알게 모르게 기부에 동참, 이웃과 사회를 위해 나누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는 증거다.
▲베풀면 면역력 향상돼 ‘장수’
행상으로 어렵게 모은 돈을 대학이나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등 우리 주변에서 금전적 기부를 실천하는 어르신들의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전쟁과 산업화 과정에서 어렵게 살아온 어르신들은 자신보다 더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을 돕자는 순수한 마음에서 기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순수한 동기로 기부할 경우 우리 몸속에서 병균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항체가 생겨 면역기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지난 1998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테레사 수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보여주고 사람의 침에서 발견되는 면역 항체를 조사했다.
학생들은 단지 영화를 본 것뿐인데 면역 항체가 매우 놀랄만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반대로 학생들에게 나치의 유대인 학살 영화를 보여준 뒤 똑같은 방법으로 수치를 비교했지만 항체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이 실험을 토대로 사람이 기부를 했을 때 면역 항체가 늘어나는 현상을 ‘테레사 효과’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도 암환자를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했다. 자신의 몸만 걱정하는 암환자의 평균수명은 19개월이었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병과 싸운 암환자의 수명은 37개월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남을 도우며 나누는 삶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암세포를 이길 수 있는 항체가 생겨난 셈이다.
인간의 수명을 연구하는 미국 미시건대 스테파니 브라운 박사도 5년 동안 432쌍의 장수한 부부를 조사하던 중 여성의 72%와 남성의 75%가 아무런 대가 없이 베푸는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남을 위해 나누고 베푸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오래 살 확률이 높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다. <계속>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기관들 |
▲월드비전(Worldvision) ▲굿네이버스(GoodNeighbors) ▲컴패션(Compassion) ▲유니세프(UNICEF) ▲기아대책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