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사회적 역할 빛낸 자원봉사①
자전거·요리로 전하는 이웃사랑… 창의·활동적 봉사 ‘인기’
노인의 사회적 역할 빛낸 자원봉사①
자전거·요리로 전하는 이웃사랑… 창의·활동적 봉사 ‘인기’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12.16 16:04
  • 호수 2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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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노인자원봉사클럽 사례 발표 대상·최우수상
활기찬 노후, 건강한 노년생활을 꿈꾸는 노인들에게 자원봉사는 거스를 수 없는 ‘필수요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노인의 사회참여를 위해 일자리만큼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이 바로 자원봉사다. 보건복지부와 대한노인회가 올해를 ‘노인자원봉사 원년’으로 선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한노인회는 12월 8일‘2011년 노인자원봉사클럽 발표대회’를 개최하고, 전국 16개 시·도 우수 봉사클럽의 사례와 에피소드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백세시대은 노인자원봉사클럽의 활약상을 알리고, 자원봉사 참여 동기를 높이기 위해 이번 대회에서 입상한 우수 자원봉사클럽의 활동상과 에피소드를 모아 8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 두발통봉사단은 자전거를 타고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친다. 회원들이 경남 창원 제5부두 주변 환경정화를 마치고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창원시 마산지회
[대상]
경남연합회 창원시마산지회 ‘두발통’ 자원봉사클럽
자전거 타고 건강증진·자원봉사·환경보호 ‘1석3조’

설립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신생 봉사단 ‘두발통’. 이름마저 생소한 봉사클럽이 올해 대한노인회 노인자원봉사클럽 발표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비결은 무엇일까. 이는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차별성과 참여 노인들의 건강증진, 환경보호라는 3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기 때문이다.

‘두발통’은 바퀴가 두 개 달린 수레나 기구를 뜻한다. 그래서 두 개의 바퀴로 어디든지 달려가는 자전거 봉사대를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됐다.

두발통 자원봉사클럽에는 현재 65세 이상 어르신 20명이 활동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자전거는 지역 곳곳을 누빈다. 마산예경병원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목욕봉사를 비롯해 삼일정품병원 급식봉사, 인근 초등학교 순찰보호, 관광지 주변 환경미화봉사, 진해 과학공원 질서계도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초등학교 순찰이나 공원 질서계도 봉사 등은 자전거를 즐기며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특히 회원들은 자전거 운동을 통해 얻은 체력으로 젊은 사람들도 어려워하는 요양병원 목욕봉사 등을 펼쳐 눈길을 끈다. 건강한 노인이 다른 노인을 돌보는 ‘노(老)-노(老)케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4개월 동안 벌써 50여 차례가 넘는 봉사활동을 실시했을 정도로 마산에서는 유명인사들이다.

두발통 자원봉사클럽은 봉사뿐만 아니라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자전거 강의도 실시하고 있다. 매주 화·목, 토요일 오후 5시 30분, 초보 라이더(Rider·자전거 타는 사람)를 위한 교육을 펼친다. 올 3월부터 실시한 어르신 자전거 교육이 발판이 돼 현재의 봉사클럽이 탄생된 셈이다. 두발통 총무이자 막내인 박순옥(60)씨는 “자전거를 타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 뿐”이라며 “자전거 모임을 통해 노인들이 함께 마음을 나누며 봉사하니 생활의 활력을 얻고, 건강은 덤으로 얻는다”고 말했다.

두발통은 신생 봉사클럽답지 않은 체계성도 갖추고 있다. 매월 자체평가회와 월례회의를 개최해 회원들과 봉사기관 담당자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는 두발통 회원 20명 전원이 지난 10월에 열렸던 자원봉사 소양교육을 수료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중 3명은 코치교육까지 마친 상태다. 최근에는 회원 의견을 수렴해 불우이웃돕기 사업도 벌였다. 추석을 외롭게 보내는 이웃을 돌보자는 건의사항을 실천한 것이다.

앞으로 두발통 회원들의 자전거 페달은 더욱 바빠질 것 같다. 회원을 증원, 목욕봉사 대상 요양병원도 늘리고, 환경정화활동도 보다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두발통을 창설한 강승의(75) 회장은 “회원들의 얼굴에 맺힌 땀방울이 늘어날수록 이웃들의 마음에는 사랑이 채워지고, 주변환경은 깨끗해진다”며 “두발통 자원봉사를 통해 의존적이고 나약했던 노인의 이미지가 건강하고 활기찬 이미지로 변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과 나눔의 기쁨을 함께 누릴 지역 어르신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 한울요리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은 매주 금요일 노인무료급식소와 공부방 아이들에게 무료 요리봉사를 펼친다. 회원들이 주방에서 음식재료를 다듬고 있다. 사진=광주연합회

[최우수상]
광주연합회 ‘한울요리자원봉사클럽’
요리학원 동기생들의 소통 위한 요리봉사

“오늘 메뉴는 닭볶음탕입니다. 밥조는 현미밥 지어주시고, 반찬조는 멸치볶음과 오징어채를 만들겠습니다. 요리조는 닭 손질 빨리 끝내고 양념장 만들어 주세요!”

12월 9일 노인무료급식소 ‘사랑의 식당’. 주방 안에는 요리를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다른 주방과는 달리 이곳의 요리사들은 모두 65세 이상 남성노인들이다. 15명의 봉사클럽 회원 모두 백발이 성성하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지만 앞치마를 두르고 칼과 프라이팬을 다루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칼집을 내고, 야채를 다듬는 솜씨가 전문 요리사 못지않다.

한울요리자원봉사클럽은 행정 및 교육 공무원 출신의 남성 어르신들로 구성된 요리 자원봉사단이다. 클럽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요리’라는 색다른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월 5회 이상 아동복지센터를 비롯해 지역 경로당, 어린이 무료급식소 등 소외된 이웃들에게 정성이 담긴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전문 요리사의 솜씨처럼 멋있고, 보기 좋은 음식은 아니지만 정성과 함께 삶의 이야기와 감성을 나누고 있다. 더불어 60대 이상 남성노인들에게 무료로 요리강습도 실시하고 있다.

요리봉사클럽을 결성하고 조직한 15명의 회원 모두 같은 요리수업을 함께 들었던 수강생이란 점도 특이하다.

이들은 지난해 광주광역시가 실시한 ‘퇴직 시니어 요리교실’ 수강생으로 만나 한달여 동안 한식, 일식, 중식 등의 기본 요리 이론과 실습을 배웠다.

태어나서 요리를 처음 해 본 회원도 있지만 노학생들의 참여 열기는 대단했다. 요리 재료와 조리법이 담긴 각자의 레시피 노트가 따로 있을 정도다.

이들이 요리교실을 듣게 된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은퇴 후 가족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싶어서” “손자손녀에게 멋진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서” “지금까지 고생한 부인을 쉬게 해 주려고” “나중에 혼자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등등.

하지만 교육을 마친 후 이들의 마음은 하나로 모아졌다. 뒤늦게 배운 요리 기술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올해 2월 탄생한 것이 남성 요리 자원봉사클럽 한울이다.

요리가 좋아서, 봉사가 좋아서 무작정 시작한 봉사클럽. 하지만 대한노인회의 지원과 시니어클럽이 기틀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대한노인회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의 전문 클럽코치 교육을 통해 봉사클럽의 위상 제고는 물론 재정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보수교육까지 받을 수 있었다. 광주 북구시니어클럽은 자원봉사 대상지 선정부터 봉사기획, 조리공간 및 조리도구 확보, 봉사결과 기록까지 활동 전반에 걸친 지원과 협조를 지원했다. 봉사클럽 내에는 현재 3명의 회원이 클럽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관련 기관의 협조로 봉사단의 골격이 점차 갖춰지게 됐고, 동시에 회원들의 요리솜씨도 일취월장이다. 봉사자들은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사랑과 나눔이란 위대한 요리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한울요리봉사단이 갖는 차별성은 진심어린 마음을 전하려는 클럽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에 많은 이웃이 있지만 이들은 초등학생 이하 지역아동센터를 고집한다. 할아버지의 정성이 담긴 전통 먹거리를 자라나는 새싹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봉사클럽에는 여성시니어들의 줄기찬 참여 주문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회원들을 남성만 고집한다. “요리라면 여성의 전유물이라거나 여성들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은 회원들의 강한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울봉사단은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로 모두가 만족하는 봉사활동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사전·사후 철저한 의견교환을 원칙으로 한다. 사전 봉사현장 방문 및 인터뷰를 비롯해 음식대접 후 대화의 시간과 간담회를 통해 상호 교류하는 시간을 반드시 갖는다.

요리는 소통을 위한 작은 도구일 뿐이다. 이러한 소통의 봉사활동을 추구하며 어제보다 나은 봉사, 오늘보다 발전된 봉사, 내일을 기대하는 참신한 봉사를 위해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요리하는 남성 어르신들의 도전이 은퇴 없는 평생 현역사회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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