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은퇴자, 청소년 직업 상담가로 활약 큰 호응
[르포] 은퇴자, 청소년 직업 상담가로 활약 큰 호응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12.16 16:34
  • 호수 29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생, 목표의식 높이고
교사, 진로상담 부담 덜고
은퇴자, 자긍심 높여 ‘1석3조’

▲ 40년 넘게 조종사로 활동한 김익창 직업멘토(65)가‘하늘로의 출근’이라는 주제로 민항기 조종사에 대한 직업을 소개한 뒤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민항기 조종사가 되고 싶은데 힘든 훈련을 많이 하나요? 제가 무서운 걸 싫어해서요.”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 기술과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강도 높은 훈련을 많이 받지요. 하지만 민항기 조종사는 전투기 조종사만큼 강도 높은 훈련은 받지 않아요.”
“조종사가 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나요?”
“어느 정도 수준은 해야 하는데 못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영어교육은 따로 받거든요.”

12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영초등학교의 한 교실. ‘민항기 조종사’ 팻말이 붙어있는 교실에서는 학생·학부모 10여명이 김익창(65) 직업 멘토(조언자)의 강의가 끝나기 무섭게 질문을 퍼부었다.
서울시남부교육지원청이 학교 특성화 평생교육 일환으로 자녀진로에 관심 있는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맞춤형 직업진로교육’(직업멘토) 현장이다.

강의를 맡은 김익창 멘토는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공군조종장교(25년)를 거쳐 대한항공(13년)·제주항공(4년) 기장으로 총 42년을 하늘 위에서 보낸 베테랑 조종사다. 이날은 김익창 멘토 외에도 사업가, 문학, 광고 등 3개 분야의 베테랑 직업멘토들이 강연에 나섰다.

민항기 조종사가 꿈인 윤준식(12)군은 텔레비전에서 본 강도 높은 훈련을 꼭 받아야 하는지 궁금했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 싶은 여상민(12)군은 영어를 잘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김익창 멘토는 학생들이 던진 질문을 알아듣기 쉽게 정성껏 답변했다.

40년 넘게 조종사로 활동한 김익창 멘토가 이날 ‘하늘로의 출근’이라는 주제로 민항기 조종사에 대한 직업소개를 했다. 1시간 30분 남짓한 강의 내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강의를 경청했다. 강의는 각종 동영상과 파워포인트로 이뤄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관심분야 전문가들을 만난 학생들은 마냥 신이 났다. 안형준(12)군은 “평소 조종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직업멘토 선생님의 얘기를 듣고 조종사에 대한 정보를 알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학생들 못지않게 학부모들의 반응도 뜨겁다. 아들 안형준 군과 함께 민항기 조종사 소개수업에 참관한 정두희(46)씨는 “조종사 경험이 많은 전문가에게 생생한 정보를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아이들도 자신의 꿈을 알아야 꿈이 커진다고 생각하는데,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직업진로에 대한 강의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부교육지원청은 자녀 진로에 대한 학부모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달 중 서울 영등포·구로·금천구 초·중·고교 4곳을 선정, 직업멘토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대영초등학교는 지난 12월 7일에 이어 두 번째다.

강사들은 한국고령사회비전연합회(회장 차흥봉) 부설 평생교육원 소속 직업멘토들이다. 이 단체에는 현재 김익창씨 외에도 100명의 직업멘토가 더 있다. 전직 교수를 비롯해 교사, 군인, 조종사, 공무원, 소설가, 사업가 등 각 34개의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 경험을 쌓은 전문 퇴직자들로 구성됐다.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50~65세가 대상인데, 평균 연령은 58세다.

이 단체는 지난 4월부터 ‘직업멘토’ 과정을 개설, 청소년에게 직업진로 교육 및 상담활동을 펼칠 수 있는 조언자를 양성하고 있다. 직업멘토가 되기 위해선 다양한 교육과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파워포인트나 동영상 등의 자료 제작은 기본. 충분한 연습 없이 도전했다가는 사전 테스트에서 가차 없이 탈락된다. 이 과정을 통과한 멘토들만이 초·중·고등학교에 파견돼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업에 대한 정보와 현장체험은 물론 상담활동, 후견인 역할도 담당한다. 지난 6월부터 진행된 강연은 12월 연말까지 초·중·고·육아원(고아원) 총 21곳에서 48회의 교육을 실시했다. 강연을 마친 뒤에는 학교로부터 외래강사 수준의 강사비(3만~10만원)도 받는다.

직업멘토들의 활동이 주목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학생들에게 전문 직업 분야에 대한 이해도 및 목표의식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존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하던 교사들의 부담도 덜어주기 때문이다. 은퇴인력 활용은 이들의 자긍심과 보람을 한층 높여준다. 특히 올해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초·중·고교에 정규수업의 일부로 ‘진로활동’ 분야를 개설하면서 직업멘토의 수요도 늘고 있다.

정규수업 강의뿐만 아니라 육아원, 대안학교, 미혼모·탈북·다문화 가정, 소년소녀가장 등 취약계층의 청소년에게도 직업진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기업은행의 후원을 받아 육아원의 청소년에게 매주 일요일 직업진료 교육을 실시하는 ‘휴먼네트워크’ 멘토링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또 학생위주로 진행했던 진로교육을 학부모와 보호자도 함께 들을 수 있도록 범위 대상도 넓혔다. 한국고령사회비전연합회 부설 평생교육원은 최근 서울시남부교육지원청의 학교 특성화 평생교육 일환으로 자녀진로에 관심 있는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맞춤형 직업진로교육’(직업멘토)을 실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교육은 남부교육지원청 김진섭 평생교육팀장이 전문 은퇴자들을 활용한 맞춤형 직업진료교육을 통해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학부모와 자녀 간 진로 갈등을 해소하고자 마련한 것. 올해 추진한 시범사업의 만족도에 따라 내년 정식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고령사회비전연합회 박성보 사무총장은 “직업멘토 활동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점차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직업멘토 활성화를 위해 12월 29일 공군회관에서 ‘청소년 멘토링 시니어클럽’ 발대식을 개최, 내년 2월 창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령사회비전연합회는 청소년 직업멘토 프로그램이 좋은 평가를 받아 최근 서울시남부교육지원청으로부터 우수평생교육기관으로 선정됐다. 문의 02-919-4700
글=이미정 기자/ 사진=임근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