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정서·안전·편의 고려한 ‘맞춤형’ 노인복지주택 인기
노인 정서·안전·편의 고려한 ‘맞춤형’ 노인복지주택 인기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1.12.23 16:05
  • 호수 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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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주택 놀라운 속도로 진화… 의료·문화·여가를 ‘한번에’
평균수명이 90세 가까이 늘어나자 2011년 한 해, 시니어를 비롯한 전 세대의 주요 관심사로 노후설계가 부각됐다. 특히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도심과 근접한 녹지지대에 의료·문화·여가시설을 두루 갖춘 시니어 복합주거공간이 속속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최근 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은 노인의 라이프스타일과 편의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시설을 선보이며 ‘시니어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지자체들도 고령자 전용 임대주택 등을 내세워 초고령시대에 대비하는 양상이다.‘실버타운’‘시니어타운’등 2011년 변화를 보인 고령자 맞춤형 주택의 특징과 현황, 추진계획 등을 통해 달라진 시니어 전용 주택의 현주소를 정리했다.

 
2011년, 건설사들이 노인 ‘맞춤형’ 주택 건설에 경쟁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이유는 은퇴를 앞둔 1955∼1963년생 ‘베이비붐’ 세대 때문이다. 경제력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으로 침체된 건설업계가 다소나마 활기를 띄며 돌파구를 찾는 형국이다.

소비 타깃인 노년세대들의 주거욕구는 어떨까. 통계청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는 10명 중 7명이 ‘자녀와 독립해 살기’를 원했고, 전·월세 등 임대주택보다는 집 크기를 줄여서라도 ‘내 집’에서 살기를 더 선호했다.

또한 자아실현의 욕구가 커 재취업, 문화·여가 생활을 지속적으로 누리려는 성향이 강했다. 이러한 베이비부머들의 욕구가 최근 등장하고 있는 고령자 맞춤형 주택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큰 집을 처분해 작은 집을 구입하고 나머지 자산은 은퇴자금으로 운용하려는 베이비붐 세대가 도심 내 소형주택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이들에 대한 건설사들의 배려는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머지않아 노년층이 아파트의 주요 소비층이 될 것”이라며 “도심의 편의성과 자연의 안락함을 동시에 원하는 젊은 노인들의 욕구를 파악해 지속적으로 노인을 위한 특화평면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건설사들이 중산층 이상의 소비층을 공략하는 반면 지자체들은 노인단독 세대, 특히 저소득층 노인가구들을 위한 장기전세주택이나 임대주택을 중점적으로 건설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갈수록 노인들의 수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지자체들도 앞다퉈 고령친화도시 및 복지타운 조성을 위한 중·장기계획 수립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노인용 출입구·운동기구·애완견 ‘펫바’도 등장
지난 5월 분양에 나선 대구 수성구 ‘수성못 코오롱하늘채’ 아파트에는 애완동물을 산책시킨 후 목을 축이게 하거나 발을 씻길 수 있는 ‘펫 바’(pet bar)가 도입됐다. 1층 출입문 옆에 이 같은 용도의 개수대를 따로 마련한 것. 이는 자녀를 출가시키고 애완동물과 함께 사는 노인 단독가구를 겨냥한 시설이다.

또, 일부 1층 가구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복도를 통하지 않고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노인 전용 출입구도 마련했다. 긴 복도를 통해 걸어 들어가야만 닿을 수 있는 현관문 대신 집 뒤쪽에 출입구를 더 달아 동선을 줄인 것으로 현관문이 2개인 셈이다. 노인전용 가구에는 문턱과 문틀을 없앴고, 발코니에 사우나 시설을 들이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경기 광명시에서 분양 중인 ‘광명 해모로 이연’도 유연성, 균형감, 순발력, 근력 등 4대 기초체력을 한 자리에서 강화할 수 있는 노인 전용 운동기구를 단지 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노인 체형에 맞는 운동기구와 야외 게이트볼장 등을 개설해 고령 입주자들의 건강 관리시설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서 힐스테이트’ 역시 노인 전용 운동시설, 건강관리시스템을 적용한 ‘골든클럽’을 운영할 예정이다.

▲ 경기 용인‘로드랜드 MC ’조감도
▲단지 내 종합병원… 시공 전부터 관심 ‘집중’
경기 용인 기흥구에 건설 예정인 ‘로드랜드 MC’는 최대 규모인 1190세대, 최고 부대·편의 시설(약 1만평), 국내 최초 단지 내 종합병원 건립, 최초 대지지분 120% 분양 등을 내세우며 시공 전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 최고 수준의 종합병원인 연세세브란스병원이 단지 내에 입주함으로써 선진국형 원스톱 의료시스템을 갖춘다는 청사진이다. 용인동백 연세세브란스병원(가칭)에는 입주자 전용 진찰실을 마련해 응급진료 및 건강검진 우대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또, 병원 응급실과 바로 연결되는 실내이동 통로와 전담창구도 마련될 예정이다. ‘로드랜드 MC’는 2015년, 연세세브란스병원은 2016년 개원을 목표로 내년 5월 착공할 계획이다.

교통 편의시설도 수준급이다. 2012년 개통을 앞둔 경전철 동백역과 분당선의 연장선인 기흥환승역이 인접해 분당까지는 10분, 강남까지 30여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단지 내에 시니어 몰을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지만 대형 슈퍼마켓과 영화관 등 문화시설도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 시도되는 특화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우선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안내데스크가 단지 입구에 들어서 생활편의 서비스 및 주치의 진료연결, 영화·여행 예약 등의 전담비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기존 노인전용 주택들이 선보였던 무장애 설계, 전문의·간호사 상주, 맞춤형 개인식단 제공 등은 기본이다. 올해부터 개발이 제한되는 자연녹지를 선점, 천혜의 자연과 분양시 대지지분 120%를 지급하는 것은 보너스다.

장성수 실장은 “‘로드랜드 MC’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합주거공간이 미래 노인전용 주택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수도권 인근에 분양을 계획 중인 건설사들은 시니어 세대가 만족만한 아파트를 지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서울 강남 세곡동 노인전용 아파트 ‘리엔파크’
▲서울시,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 가입 추진
지자체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급속히 진행되는 서울의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7월 ‘2020 고령사회 마스터 플랜’을 마련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올 7월, 국내 최초로 강남구 세곡동에 노인전용 아파트 단지를 조성했다. 장기전세주택 229가구와 국민임대주택 178가구를 대상으로 분양 신청을 받아, 12월 현재 85%가 넘는 357가구가 입주한 상태다. 노인전용 세대로 지정된 아파트 8개 동에 어르신들이 모여 살고 있다. 입주자 평균 연령은 77세이며, 최고령자는 94세다. 노인전용 신발, 의료기기, 운동기구 등 지금까지 다양한 고령친화 주택상품이 출시됐지만 고령자 맞춤형 아파트의 등장은 이 아파트가 국내 최초다.

세곡4단지는 고령친화 아파트답게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됐다. 비상사태에 대비한 최첨단 홈 네트워크 서비스를 비롯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휠체어 사용자에게도 불편함이 없는 무장애 공간으로 설계됐다. 도심과 거리감이 있었던 기존의 노인복지주택과 달리 서울 강남권과 경기 분당을 잇는 지리적 편의성까지 갖추고 있다. 특히 주변 아파트보다 전세금이 20~30% 낮아 입주자 모집 당시 3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2015년까지 아파트 인근에 병원·요양시설·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어르신 행복타운도 설립할 계획이다.

세곡4단지는 고령자 맞춤형 아파트 시범지구다. 서울시는 이곳의 수요자 만족도와 평가를 통해 향후 더 많은 고령자 맞춤형 아파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우선 2015년까지 천왕, 신내, 내곡, 항동 등 7개 지구, 35개 단지 1~2층에 총 1673가구 고령자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인 전용 아파트 단지 조성은 고령친화도시 조성사업을 위한 발판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고령친화도시 8개 영역 중 ‘주거편의환경’을 갖추기 위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시는 12월 16일 개최한 공청회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상반기 중 실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시는 이를 토대로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한다는 방침이다.

▲농어촌 복합 노인복지단지도 눈길
보건복지부의 농어촌 복합 노인복지단지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충남 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에도 최근 고령자 전용 임대주택 입주가 시작됐다. 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 임대주택 주변에는 노인복지관,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병원, 장애인복지관 등이 운영되고 있어 의료, 주거, 문화생활 등 종합 복지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어디서나 휠체어 이용이 가능한 넓은 통행 공간,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장애공간 설계가 눈에 띈다. 비상인터폰, 안전난간, 안전손잡이는 기본. 각 층에는 커뮤니티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모임 진행이 이뤄질 예정이다.

서천 어메니티 복지마을 고령자전용 국민임대주택은 6층 건물 2개동으로 구성됐으며 지난해 3월 착공, 올 10월 공사를 완료했다. 11월 28일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 50여 세대가 입주했고, 12월 27일까지 107세대가 모두 입주를 마칠 예정이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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