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돌보는 서비스 아닙니다
정성껏 섬기며 어르신 대하지요”
“단순히 돌보는 서비스 아닙니다
정성껏 섬기며 어르신 대하지요”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2.01.06 15:23
  • 호수 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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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스 클리닉 네트워크, 한울클리닉·두울클리닉 ‘휴양병원’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우리 사회에 나타난 주요 변화 가운데 하나가 노인전문병원의 등장이다. 흔히 요양병원으로 불리는 노인전문병원은 2000년 13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 11월 현재 무려 972곳에 달했다. 불과 10여년 사이 1000곳에 육박하는 요양병원이 생겼으니, 어르신들께, 또는 부모님께 딱 맞는 요양병원을 선택하기란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요양병원들이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서울 근교 경기 광주시 퇴촌면, 고즈넉한 산자락에 자리한 노인전문클리닉 ‘로하스 네트워크’의 ‘한울클리닉’과 ‘두울클리닉’은 단연 눈에 띄는 요양병원이다. 흔해 빠진 요양병원이 아니라 어르신들의‘휴양병원’을 자처하는 한울·두울클리닉은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섬김’을 이념으로 새로운 노인요양문화를 확산시키는 진원지다. 글=장한형 기자 / 사진=임근재 기자

 

▲ 한울·두울클리닉을 책임지는 주인공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춘화(한울)·장은주(두울) 간호부장, 손정현(한울)·고영택(두울) 원장.
사실, 노인전문클리닉 한울과 두울을 방문하며 잠시 여행을 떠나는 착각에 빠져든 것은 당연했다. 미사리조정경기장을 지나 팔당호를 두르는 45번 국도를 미끄러져 경기 광주시 퇴촌면으로 이어지며 펼쳐지는 빼어난 풍광 때문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불과 1시간을 달려 그림 같은 자연경관에 안길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로하스 네트워크 한울과 두울은 퇴촌면 관음리, 양자산(710m)과 무갑산(658m)이 양팔을 쭉 뻗듯 품어 그 사이에 생긴 너른 자락에 한적하게 자리하고 있다. 주변 환경은 깊은 산중과 다름없으나 도심과 가까우니 절묘한 조화다. 지척에 등산로가 있고, 이런저런 토속 음식점도 많으니 입소한 어르신들에게는 쾌적한 휴양을, 자녀와 지인들에게는 일부로라도 찾고 싶은 곳이다.

길을 따라가다 먼저 만나는 곳이 두울클리닉이다. 고영택 원장이 손님을 맞기 위해 병원 문 앞에 서성이고 있었다. 수줍은 얼굴로 허리 깊게 숙여 인사하는 고 원장에게서 ‘의사’라는 직함이 갖는 권위와 딱딱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를 도와 어르신들을 모시는 장은주 간호부장도 서글서글하면서도 따스함이 배어나는 미소로 손님을 맞았다. 두울클리닉에서 자동차로 5분쯤 거리에 떨어져 있는 한울클리닉 손정현 원장과 윤춘화 간호부장도 매한가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생글생글 웃으며 인사하는 한울·두울클리닉의 직원들도 정감이 넘쳤다. 연습으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미소다.

한울·두울클리닉이 본산이랄 수 있는 로하스 클리닉 네트워크는 한 번쯤 관심 있게 들여다 볼만한 요양병원들이다.

지난 2007년초, 한울클리닉이 처음 전원형 요양병원을 표방하고 출범한 이후 2008년 5월 인근에 ‘두울’이 개관했다. 2008년 11월 경기 안양, 2009년 6월 경기 고양에 도시형 요양병원이 설립되면서 로하스 클리닉 네트워크가 구축됐다. ‘로하스’(LOHAS)는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줄임말인데, 쉽게 말하면 건강과 지속가능한 환경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2011년말 현재 11개의 병원이 ‘로하스 클리닉 네트워크’에 참여해 한 식구가 됐다. 올해 서너 개의 병원이 더 참여하면 최대 15개의 병원이 협력체계를 갖추게 된다는 게 고영택 원장의 설명이다. ‘로하스 클리닉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요양병원들은 각 전문의들이 협진체계를 구축하고 환자에 따라 전원형과 도시형 병원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신속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급성기 환자보다는 재활과 요양이 필요한 아급성기 환자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급성기 환자를 돌보는 종합병원처럼 과별 전문의가 상주하지는 않는다. 대신, 필요에 따라 각 진료과별 전문의들이 요양병원을 찾아 환자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검진한다.

▲ 한울클리닉 손정현 원장이 한 어르신과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하지만 현행 의료체계상 요양병원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노인전문병원’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보건당국의 인식이 미흡하다는 것이 요양병원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특히, 새로운 방식의 요양문화를 기존 의료체계에 포용하지 못하는 한계도 지적된다. 재활과 요양을 주임무로 하는 요양병원은 아급성기 의료기관으로 그만의 특성이 존재한다. 환자에게 제공하는 콘텐츠와 서비스 규모가 엄연히 다르다. 그러나 종합병원 등 급성기 의료기관과 동일한 울타리 안에 가둬 획일화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요양병원 이용자들의 몫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울·두울클리닉은 ‘용감하고 과감한’ 특화전략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니, 고집하고 있다.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야 이 병원 저 병원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한울·두울클리닉은 어르신 개별 환자에 맞춘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병행한다. 두울클리닉 고영택 원장과 한울클리닉 손정현 원장이 입소환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치료’를 강조하는 이유다.

이를 테면,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과정에서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치매의 원인이 가족 내 갈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르신들이 가족으로부터 갖게 된 다양한 심리적 부담과 질환원인을 찾아 해소하자는 시도다. 정신과 전문의인 손정현·고영택 원장이 ‘전공’을 잘 활용한 결과다. 한울·두울클리닉의 가족치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임상심사를 앞두고 있어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파될 전망이다.

또, 한울·두울클리닉은 음식치료와 음악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입소 어르신들을 위해 짠 시간표에는 건강체조, 운동치료와 같은 기존 치료방식은 물론 피아노 교실, 미술교실, 풍선아트, 원예치료, 요리교실 등 다소 생소한 치료요법이 즐비하다. 이 과정에 피아니스트, 미술치료사, 원예치료사, 영양사 등이 총출동한다.

새로운 노인요양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손정현·고영택 원장의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두울클리닉은 예술과 문화가 융합된 ‘아트 빌리지’(art village)가 목표다. 어르신들이 최대한 쉴 권리를 누리면서 편안하게 지내시라는 취지다.

▲ 아담한 전원속 별장을 연상케 하는 한울클리닉 전경.

또, 한울·두울클리닉은 지역사회와 융화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역발전에도 혁혁한 기여를 하고 있다. 퇴촌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건강검진사업을 통해 인지기능과 우울증을 평가, 상담하거나 퇴촌지역사회복지협의회의 일원으로 지역복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광주시가 운영하는 북부무한돌봄행복나눔센터를 맡고 있고, 광주시 기초정신보건심의위원회 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로하스 클리닉 네트워크는 주로 인제대 병원과 현대아산병원 출신 선후배 전문의들로 맥을 잇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관문을 통해 맺어진 인연이니 이들의 ‘실력’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겠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만큼 학연이나 동료의식이 아니라 환자와 질환에 대한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우선돼야 함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한울클리닉 손정현 원장의 귀띔이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최근 아산병원에 계신 ‘하늘같은’ 선배님께서 한 환자에게 로하스 클리닉을 추천하셨습니다. 우리의 노력이 드디어 인정받고 결실을 맺는 것 같아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앞으로 어르신들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정신적 재무장을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울클리닉 : 031-797-9114
두울클리닉 : 031-766-7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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