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교통사고 급증 보호정책 마련 시급
노인교통사고 급증 보호정책 마련 시급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2.01.20 15:00
  • 호수 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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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명꼴 교통사고에 희생… 해마다 교통사고 사망자 증가
단순 사고방지 아닌 교통약자로 인식, 국가가 안전 담보해야

노인교통사고가 해마다 늘면서 고령화의 덫으로 부각되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3명이 노인인데, 노인사망자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노인교통사고는 주로 횡단보도에서 발생하고 있어 교통안전시설 확충과 교육만 제대로 이뤄져도 안타까운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통사고와 관련해서는 노인을 장애인과 함께 교통약자로 인식,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보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손해보험협회가 1월 17일, 2010년 65세 이상 노인의 자동차보험 인사사고 피해현황을 분석한 결과 1452명이 숨지고, 8만1592명이 다쳤다. 하루 평균 3.9명의 노인이 교통사고로 인해 숨지고, 223명이 다친다는 분석이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노인의 비율은 35.8%로, 2009년에 비해 3.5% 포인트나 늘었다.

법규위반에 따른 사망원인 분석에서 횡단보도 위반(무단횡단)이 9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음주운전 86명, 중앙선 침범 65명, 신호위반 58명 순으로 조사됐다.

도로교통공단도 최근 2010년 노인교통사고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노인교통사고는 2005년 1만9066건에서 2010년 2만5810건으로 연평균 6.2%씩 증가했다. 사망자도 2005년 1700명에서 2010년 1752명으로 연평균 0.6%씩 늘어났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5505명 중 노인이 31.8%(1752명)를 차지했고, 자동차보험 인사사고 현황과 마찬가지로 노인 사망자의 절반 이상인 966명(55.1%)은 보행 중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보행 중 교통사고 치사율은 노인이 11.0%로, 타 연령층 평균 치사율 4.2%에 비해 2.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노인의 보행 중 사망자(620명)가 남성노인(346명)에 비해 1.8배나 많아 여성노인이 보행 중 사고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는 11월, 시간대별로는 오후 6~8시에 보행 중 노인 교통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고, 사고유형별로는 도로횡단 중 57.0%, 차도통행 중 12.1% 등의 순으로 사망자 비율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이처럼 보행 중 노인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일반인과 다른 노인의 신체적 특성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인은 평균보행속도가 느린데다 신체적 노화에 따라 육교나 지하도의 계단보다 무단횡단을 선호하는 특성이 있어 사고에 취약하다는 것.

또, 도로횡단시 좌우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데다 접근하는 자동차의 속도를 정확히 파악, 충돌 가능성을 예측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교통상황이나 교통법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노인복지정책과는 별개로 노인을 장애인에 준하는 교통약자로 보고 포괄적인 보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약점을 보완하는 정책 방향을 통해 노인보호정책 및 시설물 확대를 국가의 의무이자 노인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교통약자인 노인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아닌, 사고방지 명목의 법과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노인교통사고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테면, 도로교통법(제11조)은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도로를 횡단할 때 흰색지팡이를 갖고 다니거나 안내견을 대동하도록 하고 있을 뿐 운전자가 취해야 할 안전조치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반면 일본의 도로교통법은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에서 자동차가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규정, 횡단보도가 없는 교차로나 도로에서 보행자의 우선권을 적극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일정지역 내에서는 무단횡단을 합법으로 규정, 보행자의 보행권을 보호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고, 영국은 도로교통이 거주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교통약자의 안전을 고려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사고가 잦은 횡단보도의 높이 차이를 없애는 한편 계단이 아닌 보행식 육교와 지하도를 설치하는 등 물리적 안전시설 확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안전한 보행이 가능한 횡단보도 및 일반 보도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노인보호구역(실버존) 확대도 시급하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0년 노인보호구역에서 일어난 사고는 5건에 불과했고, 이 가운데 사망자도 1명에 그쳤다.

또, 횡단보도의 녹색신호 시간을 늘리고, 횡단보도가 긴 경우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한편 횡단보도에 조명을 설치, 야간에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이밖에 경로당 등을 활용해 노인에 대한 교통안전교육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노인을 교통약자로 인식해 보호하는 근본적인 교통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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