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사회적 역할 빛낸 자원봉사⑥
노인의 사회적 역할 빛낸 자원봉사⑥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2.03 14:55
  • 호수 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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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노인자원봉사클럽 사례 발표 장려상

▲ 119 백야시니어봉사단 회원들이 주택가 주변을 돌며 자연정화활동과 안전지킴이 봉사를 펼치고 있다.
대전연합회 ‘119 백야시니어봉사단’
‘특별한 재능 지닌 노인들의 신사다움’ 구현

2007년 신설된 대전 서구의 한 경로당에 자원봉사 열풍이 불고 있다. 지역적 기반이 전무한 신생 경로당이기 때문에 노인에 대한 인식변화와 회원모집을 위한 자구책으로 ‘봉사’를 선택해 성공을 거둔 것이다.
‘119 백야시니어봉사단’은 80대 경로당 회원 14명이 의기투합해 2010년 1월 결성됐다. ‘Genius Old Gentlemanship’(특별한 재능을 지닌 노인들의 신사다움)을 모토로 삼고 재활용품 수거 및 판매, 환경미화, 공동장업장 운영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회원도 20여명으로 늘었다.
김병조 회장의 리더십은 봉사단의 기틀을 잡는 데 귀한 밑거름이 됐다. 그는 자원봉사를 ‘무보수로 공익에 힘쓰는 활동’으로 정의하며,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적극 권장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심신의 건강을 도모하며 즐겁게 봉사할 것과 스스로 생각해 창조하는 정신을 강조하며 성취감을 높여 경로당 자원봉사 모델화를 이루는 데 기여했다.
김 회장은 “경로당을 찾는 노인들은 TV시청, 장기, 바둑, 화투 등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경로당을 근거로 하되 밖으로 나와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봉사단을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119 백야시니어봉사단’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은 홀몸노인 돌보기 사업이다. 관내 동사무소와 연계해 홀몸노인 87명의 명단을 확보한 후 돌봄 우선순위를 선정했다. 조를 편성해 우선순위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단순 봉사조는 빨래, 집안청소, 목욕 등을 도왔다. 또 맞춤 봉사조는 민원서류 접수, 병의원 방문, 심부름 등의 대행서비스를 맡았다. 일부 손재주가 좋은 남성 회원들은 전자제품 수리 등을 맡기도 했다. 봉사단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의미로 봉사단 이름 앞에 ‘119’라는 명칭도 붙였다.
소외계층 돌봄사업과 함께 중점 추진하는 봉사활동은 재활용품 수거 및 판매사업이다. 손수레 2대를 구입해 이웃을 돌며 필요 없는 생활용품 등을 수집하는 것이다. 대형 폐기물의 경우 구청에 신고하고 수거비를 내야하지만 봉사대가 다녀가면 번거로움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수거작업은 매일 오전 9시에 시작된다. 가전제품, 폐지, 고철, 신문, 헌책 등을 수집하면,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조와 수거물품을 판매 또는 교환하는 조로 나눠 작업을 진행한다.
쓸 만한 물건은 홀몸노인이나 불우이웃에게 전해지며 수익금은 봉사단 명의의 통장에 차곡차곡 쌓인다. 모인 돈은 경로당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홀몸노인 돌봄사업과 재활용품 수거 사업을 통해 마을 곳곳을 누비다보니 자연스럽게 청소년 선도활동과 등하교 지도, 환경미화 봉사도 펼치게 됐다. 수시로 지역 내 소공원 및 약수터 거리, 학교 주변을 돌며 쓰레기와 불량광고를 철거했다.
학교 성폭력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자 2인 1조로 전담반을 구성해 등하교 안전지도에도 나섰다. 봉사단 활동 이후 인근 초등학교의 범죄와 교통사고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덕분에 학부모들과 학교 측은 봉사단 활동을 적극 지지할 정도다. 최근에는 야간 순찰조도 편성해 청소년들의 안전 귀가를 책임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로당 회원 전원이 봉사에 함께 참가하기 때문에 화합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다소 불만도 있었지만 함께 경로당에 모여 봉사활동 결산보고를 하고, 활동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이제는 중요한 일과가 됐다.
‘하면된다’는 자신감도 얻었지만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존경어린 태도가 큰 변화이자 수확이다. 이제는 회원들이 앞장서 봉사활동을 계획한다.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 신사동 노래봉사클럽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요양원을 방문해 노래치료와 레크리에이션 자원봉사를 펼친다. 봉사단이 도솔천 노인전문요양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연합회 남구지회 ‘신사동 노래봉사클럽’
‘노래천사’ 노인요양원 공연봉사… 거리공연도 계획

노래로 사랑을 전하는 노인봉사단이 화제다. 울산 남구노인지회 소속의 ‘신사동 노래봉사클럽’은 노래를 사랑하는 순수 아마추어 노인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봉사단의 평균연령은 여든에 가깝지만 목소리만큼은 40~50대에 뒤지지 않는다. 회원들은 2010년 울산광역시 남구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우수상, 2011년도 제2회 울산광역시 주민자치센터 동아리 경연대회 3위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진 신정4동 실버노래교실 회원들이 주축이다. 노래를 사랑한다는 공통점과 거주지역이 비슷하다보니 마음을 모아 사랑을 전하는 일에도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이들은 울산시립노인요양원과 도솔천 노인전문요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인근 경로당과 지역축제에도 수시로 찾아가 공연을 펼친다. 그동안 갈고 닦은 노래 공연을 뽐내는 것은 물론 레크리에이션, 치매예방체조 등도 배워 즐거운 시간을 꾸미고 있다.
하루하루가 지루한 일상이었던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노래와 레크리에이션은 가뭄 속의 단비와 같다. 노래봉사클럽이 다녀간 자리는 노래꽃과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다.
봉사단원들은 “노래는 신이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대와 공간을 초월해 모두가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과 슬픔은 멜로디에 실어 날려 보내고, 기쁨이 가사를 통해 가슴에 전해진다는 것.
노래봉사단이 전하는 것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소망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꿈을 심어주고 있다. ‘노인’이라는 호칭 때문에 잊혀져가는 어르신들이 노래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을 준다.
신사동 노래봉사단 문병근 회장은 “노인자원봉사활동 활성화는 그동안 사회로부터 일방적으로 보살핌을 받는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타 연령대에 비해 저조한 노인자원봉사 참여율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신사동 봉사단원들은 서로를 ‘상담가’라고 부른다. 노래로 병든 몸과 마음을 치료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오면서 같은 노래를 듣고 자랐기 때문에, 만난 적은 없어도 많은 것을 공유한다. 봉사단의 노래에는 추억이 있고 정겨움이 묻어난다.
노래봉사단의 활동은 앞으로 더욱 넓어질 것 같다. 주민들과 소통하고 젊은이들과 만나는 기회를 갖기 위해 앞으로는 거리 공연도 펼칠 계획이기 때문이다. 입소문을 타고 더욱 늘어나는 공연 요청을 감당하기 위해 실력 있고 열정 넘치는 봉사단원들도 충원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여가를 즐기고 끝내는 노래교실이 아니라, 배운 것을 공유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참된 봉사정신을 실현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대단하다. 그들의 노래가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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