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노무직 노인일자리사업, 이대로 좋은가
단순노무직 노인일자리사업, 이대로 좋은가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2.17 16:12
  • 호수 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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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쟁력 외면 ‘용돈제공 일자리’ 만연… 지자체 의지가 ‘관건’
정부는 ‘2012년 노인일자리사업’에 지난해보다 186억원을 늘린 1672억원을 투입, 지난해 20만개에서 22만개로 2만개의 노인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공공분야 ‘사회공헌형’일자리는 17만6000개에서 2만개로 늘어나고, 민간분야 ‘시장진입형’ 일자리는 2만개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시장자립형’ 일자리는 지난해(4000개)보다 700개 늘린다. 하지만 정부가 노인일자리 창출 및 확대에 주력하고 예산 투입을 늘린데 반해 전국 자치단체는 정부 차원에서 배제하는 ‘거리환경지킴이’등 단순노무직 일자리에 여전히 많은 인원을 배정하는 등 엇박자가 나고 있다. 지역내 노인일자리사업을 담당하는 자치단체의 사업 추진 계획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짚어보고 원인과 대안을 살펴본다.

▲ 올해도 정부는 노인일자리사업을 확대 시행한다. 사업 예산도 지난해보다 186억원 늘려 1672억원이다. 단순노무직 일자리를 줄이고 노인일자리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시장형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어르신들이 지난해 경기도 노인일자리 경진대회에서 모집요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백세시대DB
▲정부, “단순노무 지양… 시장형 확대”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가 노인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보급해 소득창출을 돕고 사회참여 기회를 늘리기 위해 2004년부터 100대 국정과제로 시행 중인 노인일자리사업 규모는 해마다 크게 확대되고 있다.

현재 노인일자리사업은 2004년 3만5000개에서 2010년 18만6000개로 약 5배 넘게 성장했다. 올해 예산만 봐도 지난해 1486억원에서 186억원, 12.5% 증액된 1672억원이다.

보건복지부는 노인일자리사업 확대 및 내실화를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수요자 중심의 일자리 제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기존 공익형 등 공공분야 사회공헌형 사업과 더불어 민간분야의 인력파견 및 서비스 제공 등 시장진입형 사업 이외에 민간자립형 사업도 도입했다. 시혜적 복지 차원의 노인일자리사업은 시장경쟁력이 뒤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재정지원 한계로 인해 지속가능한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팽배하고, 민간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참여 노인들의 급여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업 연계형 일자리가 절실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올해도 시장자립형 3개 사업을 확대, 고령자친화형 모델은 10개에서 15개로, 시니어인턴은 3000명에서 3500명으로, 시니어직능클럽 모델은 5개에서 10개로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시장자립형 예산도 지난해 75억원에서 106억원으로 늘어났다.

궁극적으로 정부는 향후 저임금 단순노무직을 줄이고 일자리 경쟁력을 높이면서 자체 수익을 올리는 시장진입형·자립형 등 경쟁력 있는 일자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일자리 사업의 사회적 유용성에도 초점을 둬 지자체가 시행하는 공공분야의 ‘거리환경지킴이사업’ 등 단순노무직 일자리는 심사 요건 강화를 통해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자체, “단순노무직 여전히 큰 비중”
정부와는 달리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비중 있게 시행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은 단순노무직을 포함하는 공익형 일자리에 저소득층 노인을 우선 선발하는 사례가 주를 이룬다.

올해 정부차원에서 노인일자리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예산과 인력 등을 본격 지원, 지자체의 권한과 역할은 커졌지만 지자체 일자리사업은 여전히 단순 노무직 비중이 높은 실정이다.

재정자주도가 높지 않은 지자체일수록 열악한 재정 탓에 노인일자리사업 실적과 저소득층 소득지원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지자체가 시행하는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3월부터 12월까지 7개월 동안 월 20만원을 받고 하루 2~4시간, 주 3~4일 일하게 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22만개의 일자리도 20만개 가량이 아직까지 단순 작업 위주의 공익형”이라며 “향후 정부는 점진적으로 질 높은 일자리를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사업 시행의 효율성을 위해 전달체계 간소화 차원에서 신규 사업 최종심사권을 시·도에 부여하는 등 각 지자체에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있다.

현재 노인일자리사업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시니어클럽, 노인종합복지관 등 수행기관을 비롯해 지자체 등이 주관하고 있다. 이들 기관이 주관하는 일자리는 내용적 측면에서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복사업도 많아 선결과제로 꼽힌다. 특히, 각 지자체가 시행하는 공공분야 사회공헌형 사업은 해마다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돼 노인일자리사업의 취지마저 퇴색시키고 있다.

▲지자체 의지가 질적 차이 ‘원인’
노인일자리사업의 시장경쟁력을 높이려는 정부 지침 준수와 관련, 사업 내용면에서 서울과 지역간 편차가 크다. 서울의 자치구는 재정자립도를 떠나 정부지침에 충실한 일자리사업을 기획, 시행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노인일자리사업을 민간 수행기관에 맡기지 않고 직접 시행하는 지역의 경우 사업 수도 3~4개 정도로 적고 대부분 단순노무직에 머물고 있다.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인구규모(64만명)가 가장 크고 재정자립도도 높은 송파구청은 복지관, 복지센터,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 등의 수행기관과 함께 정부의 노인일자리사업 관련 지침을 잘 준수하고 있다. ‘거리환경지킴이사업’ 등 공익형 사업은 제외됐고, 사업 내용도 비교적 다양하다. 이를 테면, 송파구는 모두 23개 사업, 787명의 일자리 가운데 ‘초등학교급식도우미’에 가장 많은 165명의 인원을 배정하고 있다. 올해 신설된 사업수도 5개다. 구 차원에서 교육형 사업에 주력하면서 올해 신설된 사업 5개 중 ‘공원놀이선생님’ ‘보육시설도움선생님’ 등 2개 사업 모두 교육형이다.

영등포구도 ‘초등학교급식도우미’에 가장 많은 인원인 268명을 배정하고 있으며, 교육형인 ‘어르신 강사 파견’(130명)이나 ‘노인상담사’(25명) 배정 인원도 총 155명이나 된다.

관악구도 교육형의 경우는 구가 직접 맡고, 공익형이나 복지형, 시장형은 수행기관에 일임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총 22개 사업에 참여하는 1012명 가운데 단순노무직 공익형에 해당하는 ‘어린이공원 환경지킴이 사업’은 11명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외하면 초등학교 급식도우미에 342명을 비롯해 구연동화·인형극 등 공연을 실시하는 실버극단, 머리맡 동화책, 1.3세대 강사파견 등 교육형 225명 등이 배정돼 있다.

지방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충남, 전남, 대전지역 기초자치단체를 무작위 비교한 결과, 투입 예산은 20억~24억원으로 비슷했고, ‘거리환경지킴이사업’에 가장 많은 인원을 배치하고 있다.

충남 D시는 예산 총 18억7400만원을 투입, 연말까지 노인일자리사업을 시행한다. 이 자치단체는 노인일자리사업 취지를 “어르신들의 자립능력 향상에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두 1178명의 참여자 중 약 70%에 달하는 816명을 ‘거리환경지킴이’에 배치하고 있어 취지가 무색하다. 정부가 올해 전략사업으로 제시한 ‘초등학교급식도우미’는 28명에 불과하다.

전남 H군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익형 사업비중이 교육형 및 복지형에 비해 월등히 많다. 총 911명의 참여자 가운데 ‘깨끗한 환경 만들기’ ‘찾고 싶은 OO군 만들기’ 등 ‘거리환경지킴이사업’에 총 340명(37.2%)의 인원을 배정하고 있다. 교육형(185명), 복지형(250명)에 비해 100~150명 가량 더 많다. 민간 시장형 사업 배정인원은 26명에 불과하다.

올해 총 26억4300만원을 투입하는 중부권 S자치구는 총 1682개의 일자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구가 직접 챙기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는 절반에 가까운 779명(46%). 구는 ‘거리환경지킴이사업’에만 389명을 배정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이 처럼 여전히 단순노무직 비중이 높은 것에 대해 “지금까지 시행해 온 사업이 별 무리 없이 진행되다 보니 크게 바꿀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며 “지역내 업무가 필요한 부분도 그렇고 종종 일자리에 참여하신 어르신 중에서 너무 복잡한 업무는 중도 포기하거나 오히려 (단순 업무가) 없으면 왜 없냐고 따지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공익형 중에서도 손쉬운 일자리를 희망하기 때문에 공익형 일자리에 배정 인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 대부분이 단순노무직에 신청하는 경우가 많고, 공익형 일자리 수행력이 가장 높아 어쩔 수 없이 다시 많은 인원을 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노인일자리사업도 아직 발굴이 덜 된 상태로, 애초에 손쉬운 일자리 위주로 진행돼 온 게 현실이고 보면 당연한 귀결”이라며 “단순노무를 지속해 오신 분들에게 일을 그만 두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없다”고 말해 일정 한계를 인정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단순작업 위주의 일자리 여건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가는 과도기 동안 전략사업으로 ‘초등학교 급식 도우미’나 ‘어린이집 강사 도우미’ 등 사회 문제를 완화하는 사업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함께 향후 노인일자리사업 평가에도 반영해 이 같은 일자리 상황을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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