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 육아가이드 ①
좋은 육아란 좋은 성격 길러주는 것…
생후 3년 보호자 역할 중요
조부모 육아가이드 ①
좋은 육아란 좋은 성격 길러주는 것…
생후 3년 보호자 역할 중요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2.24 14:52
  • 호수 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문화 가족, 기혼여성 취업 등이 자연스러운 요즘, 손자손녀 양육에서 조부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손녀. 하지만 양육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입니다. 제 부모보다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돌보고 똑똑하게 자라도록 돕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지요. 요즘 아이들에게 맞는 정확하고 올바른 육아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손자손녀를 양육하는 어르신들에게 달라진 시대에 필요한 양육 지식을 제공하고, 육아로 지친 어르신들의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10회에 걸쳐‘조부모 육아가이드’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생후 3년 동안 보호자와의 경험이 아이의 성격을 좌우하며, 이는 성장 후 행복한 삶과도 직결된다. 아이의 행동에 대한 보호자의 반응에 따라 아이는 안정적인 성격이 되거나 불안정한 성격이 된다.

 
‘좋은 육아’는 한 마디로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 혼자서도 원하는 삶을 살아갈 힘을 키워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행복의 충분조건은 ‘편하고 좋은 성격’으로 꼽히며 성장 후 행복한 삶의 유지와 직결된다.

날 때부터 타고난 기질은 대인 관계에서 중요하지만 기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격이다. 그리고 양육 태도와 방식이 아이의 성격을 좌우한다. 특히 생후 3년 동안 아이를 돌보는 보호자와 겪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신속하게 해결해 안정감을 찾도록 해야 한다. 또, 일관된 애정표현, 그리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의 성격을 가름한다.

양육법은 아이와의 관계, 사랑하는 대상과의 애착관계를 어떻게 맺느냐에 관한 문제다. 기질이 순한 아이라도 보호자와의 관계가 두렵고 혼란스러우면 타인과 갈등을 일으키며 차후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보호자와 애착관계가 원만하면 ‘함께 있을 때 즐겁고 편안하니 다른 사람과도 그럴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타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울리며 혼자일 때도 차분한 성격으로 자란다.

▲일관되고 지속적인 ‘관심’ 중요
아이의 기질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달래면 울음을 쉽게 그치고 잘 먹고 잘 자며 까다롭지 않고 환경에 잘 적응하는 ‘순한 아이’가 있다. 둘째, 감정 기복이 심하고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으며 고집이 센 ‘까다로운 아이’가 있다. 호기심이 왕성해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때문에 부모가 쩔쩔매는 유형으로, 양육에 인내심과 믿음, 설득력이 필요하다. 셋째, 수줍음이 많고 낯선 환경에서 위축되는 등 ‘반응이 느린 아이’가 있다. 자신의 욕구 등을 잘 드러내지 않아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행동패턴이나 환경에 대한 반응이 느리다고 ‘굼벵이’라고 다그치면 자존감이 부족해질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은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눈맞춤, 웃음, 울음, 안아달라는 몸짓’ 등으로 행동하며 보호자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이를 ‘애착행동’이라고 부른다. 이때 보호자의 반응이 성격 형성에 중요하다. 제대로 반응해주면 아이는 편안한 성격으로 성장한다. 예를 들어 표정과 행동, 말 등으로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도움을 요청하면 ‘화 났구나’ ‘할머니에게 불만이 많구나’ ‘하고 싶은 말이 있구나’ 등 적절한 반응을 보여줘야 한다. 이럴 경우 아이는 좋은 대우를 받았다고 여기게 되며, 이 같은 만족감이 정체성과 대인관계에 좋은 영향을 준다. 만약 귀찮아하거나 무시하거나 요구를 들어줬다 안 들어줬다 변덕스러울 때 아이는 심리적으로 불안해지며, 성격도 불안하게 바뀐다.

바람직한 사랑 표현은 ‘민감하게’ ‘꾸준히’ ‘행동으로 반응’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민감하다’는 말은 관심을 갖고 아이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릴 만큼 예민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애착의 질을 뜻한다.

‘행동으로 반응해야 한다’는 12개월까지는 무조건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하고 그 후에는 아이와 의논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 아이가 보호자의 행동과 조치를 이해한 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또, 이 같은 표현은 변함없이 ‘꾸준해야’ 한다. 적어도 60% 이상은 일관돼야 한다. 관심을 보이다가 본체만체하는 등 종잡을 수 없이 행동하면 아이는 보호자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적극 애정 전달, ‘안정 애착형’ 심어줘야
성인의 성격은 나와 타인에 대한 생각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로 나뉘는데, 흔히 성격이 좋은 사람은 자신과 타인에 대해 모두 긍정적인 ‘안정 애착형’이다. 전체 성인의 3분의 2가량이 이에 속한다.

보호자의 마음이 안정돼 있으면 아이도 편안한 성격으로 자란다. 이 성격은 보호자와의 ‘안정 애착’에 기반하고 있다. 자신도 존중하고 다른 사람도 존중할 줄 아는 이들은 감정 조절을 잘 하고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심을 갖고 있다. 혼자 있을 때도 편안하고 타인과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반면, ‘불안정 애착’ 패턴의 성격은 대인관계에서 문제를 느낀다. 불안정 애착 패턴은 기본적으로 부모(보호자)와 친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있으면 불편해한다. 전체 성인의 3분의 1가량이 ‘불안정 애착에 기반을 둔 마음 패턴’을 갖고 있다.

아이가 뭔가 요구할 경우 반응이 좋다고 해봐야 ‘네가 알아서 해’라거나 기분이 나쁘면 ‘왜 이렇게 해달라는 게 많고 귀찮게 굴어’라며 짜증을 낸다거나, 아이가 계속 신호를 보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관심 없다’ ‘귀찮고 짜증스럽다’라고 반응할 경우 아이들은 냉담한 반응 때문에 다음에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눈치를 보게 된다.

▲보호자 나쁜 성격은 대물림하지 말아야
이 같은 불안정 애착 패턴은 크게 ‘무시형’ ‘집착형’ ‘혼란형’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자신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타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무시형’은 혼자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친밀한 관계를 부담스러워하며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거나 외면한다. 어린 시절부터 차라리 혼자 있는 게 편하다고 느낀 경우다. 보호자에게 무반응 등 거부당한 경험으로 보호자와의 감정 연결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타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집착형’은 혼자 있을 때는 긴장과 불안으로 분노를 느낀다. 대인관계에 집착하며 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유형이다. 보호자가 아이의 요구에 반응할 때 일관되게 지속적이지 않았던 경우 아이는 집착형 성격이 된다. 악을 쓰고 야단을 쳐야 문제가 풀린다는 행동패턴을 내면화해 성장한 경우다. 이들은 직면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불안을 느끼며, 문제 해결에서 감정을 과도하게 표출한다. 감정표출만이 보호자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라서도 모든 일을 감정적으로 처리한다.

자신과 타인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혼란형’은 친밀한 관계를 두려워한다. 자신은 못마땅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은 무서워한다. 아이를 위로하고 안정시켜야 할 보호자가 어렵고 힘들 때 가학 행동으로 아이를 두려움에 빠뜨리면 아이는 혼란을 느낀다. 이럴 경우 혼란스럽고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갖고 자라난다.

불안정 애착 패턴의 아이로 키우는 보호자는 그 자신도 불안정애착 패턴의 성격이다. 자녀와도 동일한 유형의 상호작용이 반복되면서 같은 유형의 자녀로 키우게 된다. 무시형 성격의 부모는 무시형 자녀로 키우며, 집착형 성격의 부모는 집착형 자녀로 양육하는 것이다.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10가지 덕목
1. 부모(보호자)와 아이는 무조건 친해야 한다.
2. 가정에 민주주의를 도입하라.
3. 만 3세 이전에는 주된 보호자를 바꾸지 마라.
4. 아이 때문에 화가 날 때는 일단 참아라.
5. 때려서는 아이의 나쁜 행동을 고칠 수 없다.
6. 가정에 재판절차를 도입하라.
7. 학원에 보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8. 과잉보호는 아이의 정서적 성장을 방해한다.
9. 아이가 컴퓨터에 집중할 때는 놔둬라.
10. 사춘기 자녀들은 부모와 거리를 둬야 한다.

 

▲무시형 불안정 애착을 만드는 보호자들
△물리적·정신적 보호자가 없었던 보호자
부모와의 사별이나 부모의 이혼, 엄마나 아빠가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부모 자녀 간 접촉이 차단된 경우에 해당한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보호자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억제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과 욕구도 무시하며 아이에게 공감해주지 못한다.
△심하게 간섭하고 귀찮게 하는 보호자
잔소리가 심해 아이의 행동을 지나치게 통제한다. 이런 경우 아이는 자기 보호의 일환으로 보호자를 피하게 된다.

▲집착형 불안정 애착을 만드는 보호자들
△이랬다저랬다 하는 보호자
아이를 밀쳐냈다가도 미안해하면서 지나치게 잘 해주기를 반복한다. 기분이 좋으면 잘해주고 나쁘면 짜증을 낸다. 그 기준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 자신이다. 그러므로 아이는 원하는 것을 부모가 해줄지 안 해줄지 알지 못해 불안하고 초조해 떼를 쓰게 된다.
△강압적 원칙을 강요하며 협박하는 보호자
“너, 엄마가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엄마는 이 자리에서 죽어버릴 거야” “말 안 들으면 죽어버린다”라는 말을 자주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매우 불안정한 성격 패턴을 보이게 된다.

▲혼란형 불안정 애착을 만드는 보호자들
△아이가 힘들어하는데 위로하고 해결해주지 않는다. 아이는 우는데 오히려 엄마는 웃는다.
△아무런 이유나 진실성이 없어 호들갑 떨며 아이를 대한다.
△훈육시 적절하고 합리적인 한계를 정하지 못한다.
△아이를 가까이 오라고 해놓고, 막상 오면 도망 가버리는 황당한 장난을 친다. .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도움말 : 윤병문(수지 마음과마음 정신과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