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和萬事成 첫 출발은 ‘대화’…
가족간 대화 살리는 세대별 실천법
家和萬事成 첫 출발은 ‘대화’…
가족간 대화 살리는 세대별 실천법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2.24 14:58
  • 호수 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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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대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가족 평균 대화시간이 10분에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학교폭력이나 성적비관 자살 등의 근본적인 원인도 대화 없는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을 느껴야 할 아이들이 소외감과 고립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가족이 함께 있더라도 대화가 없는 경우다. TV나 컴퓨터에 대화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가족 간 대화의 창을 열기 위해서는 어르신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어르신들이 먼저 다가가 말문을 열고, 가족을 대화에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족간 대화를 늘리는 실천적 방법은 무엇일까.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와 ‘좋은나무성품학교’의 상담 전문가들을 통해 단절된 가족 대화를 살릴 수 있는 실천방법을 살펴봤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개최한 ‘1·3세대 여름캠프’에서 할머니와 손녀가 도미노 게임을 함께 즐기며 자연스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백세시대DB
3세대(10~20대)

▷컴퓨터·게임 줄이고, 가족과 취미 공유해야
가정 내에서 대화가 단절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핵가족이 보편화되고, 맞벌이부부가 증가했다. 서로 다른 생활패턴과 세대차, 대화시간 부족 등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외적인 조건 외에도 가족간의 애정 결핍 심화, 대화 기술의 부족 등도 내적인 요인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가족 소통의 단절을 극복하려면 우선 가족간 대화를 방해하는 요소부터 제거해야 한다.

3세대인 10~20대 아이들에게 컴퓨터는 가족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다. 대부분의 손자녀들이 방과 후 집에 오면 방문을 닫고 게임에 열중한다. 밤새는 줄도 모른다. 가족들끼리 모여 앉은 순간에도 혼자 휴대전화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도 부지기수다. 정부는 ‘인터넷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최근 ‘셧다운제’(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심야시간의 인터넷 게임을 제한하는 제도)까지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게임 그만 하라”며 아이에게 무조건 윽박지르는 것부터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보다 먼저 왜 게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지 아이의 입장에서 살피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모가 아이들의 생각을 공감하지 않고 “네 정신 상태가 글러 먹어서 그렇다”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 등의 질타와 훈계가 이어진다면 아이들의 게임 중독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된다. 마음을 닫아 대화가 어렵게 될 가능성이 많다.

게임 중독은 아이 혼자 극복해야 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 혼내거나 방치하지 말고 가족들이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특히 게임에 빠진 아이들은 가족에게서 느껴야 할 사랑과 관심이 부족해 사이버 세계에서의 활약을 통해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강하다. 부모의 잦은 다툼 등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당면했을 때 폭력적 게임에 몰입하는 경우도 많다.

원인을 찾았다면 가족들과의 시간을 늘려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식사를 자주하거나 취미생활을 함께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건 아이뿐만 아니라 가족과 교사 등 주변 사람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아이 본인에게도 게임은 적당히 즐기는 가상공간의 오락일 뿐이지, 현실에서 자신의 미래를 바꿔주는 ‘마법의 램프’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가정에서의 해결이 어렵다면 외부 기관을 활용할 수도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인터넷중독대응센터(문의:1599-0075)에서는 오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연중무휴 무료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운영하는 ‘가족치유캠프’(초등생 대상) 등에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세대(30~50대)

▷가족위한 시간 확보 우선…먼저 대화 시도해야
가족 대화에 있어 부모세대인 2세대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녀들의 관심을 컴퓨터에서 가족으로 되찾아야 하고, 표현에 서툰 조부모들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다가가 대화를 시도하고, 대화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부모세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남편의 경우 빠듯한 직장생활 탓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이때는 약속을 정하듯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을 따로 잡는 것이 좋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가정의 중심은 부부’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부부간의 끊어진 대화를 회복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집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엄마의 역할이 가족 대화 회복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녀와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들어야 한다. 어렵더라도 끝까지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기만 해도 그 아이는 이해받고 사랑받는다는 걸 느끼며 부모에게 믿음을 갖는다. 아이의 입장이 돼 공감하며 듣는 훈련을 계속 해야 한다.

또한 자녀와 친밀한 대화에 성공하려면 칭찬과 격려를 통해 자녀의 마음 깊은 곳까지 들어가 공감을 얻어야 한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대화 수준을 아이 에게 맞추는 것도 좋다.

전문가들은 ‘나’ 대화법을 추천한다. ‘너’를 주어로 말할 경우 아이들은 비난받는 느낌을 받지만 부모 즉, ‘나’ 대화법을 사용하면 감정을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명령하듯 대화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후 사정을 묻지 않고 화부터 내거나 아이들의 말 중간에 끼어들어 의견 자체를 무시하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며 지시하는 위치가 아니라 생각을 공감하면서 가장 편안히 소통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

1세대인 조부모 세대와 대화를 시도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성세대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쑥스러워 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들도 그런 말을 자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듣지 못했고, 또 표현해 보지 못한 말들을 용기를 갖고 말로 표현해야 한다.

특히 1세대와 대화를 시도할 때는 서로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만을 내세우며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대화는 소통을 가로막을 뿐이다. 과거의 부모님이 어떤 모습이든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경우라면 대화의 필요성과 그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1세대(60~80대)

▷권위의식 버리고, 긍정적 언어 사용해야
요즘과 다르게 가부장적 사회문화 속에서 배우고 자란 1세대에게 대화는 낯설기만 하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때려야 하고,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유교적 가정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가 다양화되고 개체화된 요즘, 과거의 관습에 얽매여 가부장적인 상하관계만 고집한다면 최고 어른이라는 위치마저 상실할 수 있다. 어색하고, 낯설어도 어르신들이 먼저 대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1세대가 젊은 세대와 대화를 시작하려면 우선 권위의식을 버려야 한다. 일방적인 의사표현을 자제하고,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해할 수 없고, 잘 모르는 내용이 있다면 묻고 답하며 상호 의사소통이 가능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가족과의 식사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침 일찍 직장과 학교에 가야하는 자녀, 손자손녀 세대와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대화 주제는 날씨나 TV프로그램, 연예인 등과 같은 가벼운 주제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부정적인 언어를 삼가야 한다. “늙으면 죽어야 돼” “아이구 내 팔자야”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등이다. 이밖에 설득·설교하는 말, 충고·제안하는 말, 평가·비판, 비난·우롱하는 말, 탐색·심리분석의 말, 둘러대기나 비교하기 등이 지나치면 가족 간의 대화를 방해하게 된다.

특히 손자손녀 세대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2세대에 속하는 자녀와 되도록 긍정적인 말로 대화하고, 칭찬하는 것이 좋다. 손자손녀를 칭찬을 할 때는 구체적인 행동을 언급하면 효과적이다. 머리를 쓰다듬거나 안아주는 등의 스킨십까지 곁들인다면 아이의 성품을 키워가는 좋은 대화방법이 될 수 있다. 칭찬 한마디에 손자손녀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강하게 느낀다. 칭찬은 손자손녀의 건강한 정체성 확립에도 큰 도움을 준다.

가족 대화를 위한 7원칙

1. 가족간의 대화는 식사자리에서 시작하라= 어색한 분위기도 줄일 수 있고, 음식을 씹을 때는 기분도 좋아진다. 이런 작은 변화가 가족 간 대화의 물꼬를 틀수 있다. 

2. 서로 간의 기대를 낮춰라= 가족은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가장 잘 알고 있다. 기대감을 갖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대화를 시작할 때 더 중요하다.
3. 자신의 이야기부터 먼저 꺼내라= ‘나’ 대화법을 사용해 가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상대의 말을 재촉하기 전에 자신의 이야기부터 하는 것이 좋다.
4. 눈을 마주치며 인격적인 대화를 시도하라= 일방적인 명령이나 지시는 대화가 아니다. 얼굴, 특히 눈을 마주하며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대화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5.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이야기하라=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할 때는 경청하고 중간에 말을 자르거나 끼어들지 않고 듣는 것만으로도 상대에 대한 배려가 전달된다.
6. 칭찬과 긍정언어를 자주 사용하라= 칭찬과 긍정언어는 막힌 담을 무너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비방, 설득, 충고, 평가하는 말은 가족 간의 대화를 방해하는 요소다.
7. 호응하며 감탄하는 말로 표현하라= “그래” “으음” “그랬구나” 등의 감탄사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호응의 표현들이다. 이는 상대를 이해하고 수용한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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