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의료인 신고·대처 제도화해야”
“노인학대, 의료인 신고·대처 제도화해야”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2.03.02 14:35
  • 호수 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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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인 역할 심포지엄…“신고의무자 보호 장치도 필요”

노인학대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사례를 의료현장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의료인들이 학대 예방 및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는 2월 29일 오후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노인학대 없는 사회를 위한 의료인의 역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조경환 고려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학대의 의학적 접근’이란 주제발표에서 “노인학대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노인이 학대행위자가 가족인 것을 수치심으로 여기고 숨긴다는 사실”이라며 “피해노인이 학대사실을 숨김으로써 신체적·정서적 고통이 지속돼 우울, 자포자기에서 자살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국내 노인자살률이 증가하는 추세임을 볼 때 노인학대와 자살은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의료인들, 특히 학대의 결과로 발생한 신체적·정신적 문제를 의료현장에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의사들이 문제의 인지와 신고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인학대는 의료측면에서 진단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피해노인이 노화로 인해 이미 각종 질환을 갖고 있거나 갖게 될 위험성이 크며, 의사도 노인학대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증상과 징후를 노인에게 빈발하는 질병의 증상과 징후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노인의 질병에 대한 치료는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보호자가 곧 학대 가해자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조 교수는 “일차적으로 노인학대가 의심되는 경우는 의료인은 환자의 호소와 증상, 그리고 신체소견을 정확하게 사진촬영 또는 기록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며 “어떤 상황이 노인학대와 관련된 건강상태인지 의료인들에 대한 계몽과 교육 외에도 노인학대 선별도구 개발을 비롯해 노인성 질환을 보다 전문성 있게 진료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 교수는 현행법상 노인학대 신고의무자인 의료인의 신고율이 다른 의무자에 비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학대로 인해 발생한 신체적·정신적 문제를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의사들의 문제의식 제고도 필요하지만, 신고 촉진을 위한 신고의무자의 제도적 보호장치가 반드시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원의를 비롯한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책적인 합의가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진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의료적 대책 방안’으로 “건보공단과 협조, 장기요양보호서비스 이용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노인학대 예방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요양보험 등급 신청 및 재심사시 의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노인학대와 관련한 항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대피해노인의 응급사례가 종종 발생하므로 의사들이 노인학대에 민감해질 수 있도록 교육·홍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인학대 상담건수가 5년 동안 무려 3배 이상 증가했고, 학대로 인한 노인자살도 늘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010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근거해 발표한 ‘국내 노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건수는 2006년 2274건에서 2010년 3068건으로 5년 동안 약 35% 증가했다.

노인학대가 발생한 장소의 85.6%는 ‘가정’이었고, 생활시설 및 공공장소(7.0%), 병원 및 이용시설(3.6%)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학대행위자도 82.7%가 가족이었다. 노인부양이 학대의 주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노인일수록, 교육정도·생활수준·직업·건강상태 등이 좋지 않을수록 학대를 당할 확률은 더 높았다. 학대가해자는 40~50대가 가장 많았고, 아들(48.4%), 딸(12.7%), 배우자(10.0%), 며느리(11.3%) 등의 순이었다.

노인학대 유형별로는 정서적 학대가 1981건(39.0%)가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 1304건(25.7%), 방임 891건(17.6%), 경제적 학대 574건(11.3%), 자기방임 196건(3.9%) 등이 뒤를 이었다.

노인학대 발생빈도는 ‘일주일에 1회 이상’(35.4%), ‘거의 매일’ (26.7%), ‘1개월에 한번 이상’ (20.0%) 등의 순으로 나타나 노인학대에 대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개입과 장기적인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 교수는 “노인학대와 방임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 국민적 관심은 절대 부족하다”며 “정부가 법적·제도적 정비를 서둘러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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