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년의 성, 체계적인 교육·상담 통해 개선해야
아름다운 노년의 성, 체계적인 교육·상담 통해 개선해야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3.09 13:50
  • 호수 3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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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이혼’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듯, ‘황혼의 만남’도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금기시되던 노년층의 성(性)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있지만, 65세 이상의 노년층의 3분의 2가 성생활을 즐긴다는 조사결과를 놓고 신기한 듯 법석을 부릴 정도로 노년층의 성에 대해 무지한 것도 현실이다. 이처럼 한국사회 노년층의 성은 주변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어르신들은 자녀와 친구, 이웃 등 모든 대인관계에서 성을 가볍게 입에 담을 수 없다. 부지불식간에 억눌린 성욕은 때로는 왜곡된 채 또 다른 사회문제로 불거지기도 하고, 어르신 스스로의 삶을 힘겹게 하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노년의 아름답고 안전한 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본다.

▲ 직접적인 성관계를 갖지 않더라도 이성교제와 같은 대인관계도 성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이성만남 행사에 참가한 남녀 어르신이 짝을 이룬 뒤 관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백세시대DB
▲노년 성, 억압·왜곡 탓 문제 발생
노년층의 성과 관련된 자료들은 한결같이 65세 이상 노인의 성욕구와 성적 능력이 신체의 노화와 달리 청장년 시절과 별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즐기는 문화적 토대가 부족하다. 내면의 성적 욕구를 스스로 억압하는 풍토가 팽배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노인성상담전용 전화상담 사례를 보면 32세 정신지체 장애 조카를 대상으로 성욕을 해소하거나 근친상간 등 사회통념상 일탈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는 극단적인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한 노인성전문상담사는 이에 대해 “어르신들은 폐쇄적인 성문화 속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온 분들”이라며 “성을 입에 담는 것조차 망측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아 성욕 자체를 부인하거나 오히려 왜곡된 형태로 분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한다.

어르신들은 지금껏 어깨를 짓눌렀던 양육의 짐을 벗게 되면서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지만 성욕구를 표현하고 요구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

성상담센터로 직접 전화하는 어르신들은 상당히 적극적인 경우다. ‘주책없다’ ‘노망났다’ 등의 비난을 감수한 채 가장 가까운 친구나 배우자에게조차 성욕구에 대해 자유롭게 털어놓지 못하고 ‘이렇게 살 바에야 죽는 게 낫다’며 자살예방센터로 고민 상담을 하는 경우도 많다.

경제력이 있는 경우는 성욕구를 다양하게 해소하기 위해 시도한다. 재산 분할 문제로 자녀들과 갈등을 초래하더라도 이성교제 또는 애인 등 다양한 돌파구를 찾는다.

문제는 성욕구를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저소득층 홀몸 어르신들이다. 이 어르신들 역시 ‘주린 배를 움켜쥐고 찬 물만 들이켜도 이를 쑤시는’ 과시적·폐쇄적 문화에서 성장, 해결할 길이 없는 성욕구를 말도 못한 채 참으며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성교 아닌 이성교제도 ‘성관계’
일선 상담사들은 대인관계, 인간관계의 일부분으로서 ‘노년층 이성교제’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테면, 직접적인 성관계를 갖지 않더라도 이성교제와 같은 대인관계도 성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의 노년세대는 온전한 이성교제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황혼 만남’에서 여성 어르신들은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일부 매너가 부족한 남성노인에 대해 여성노인이 “더 이상 데이트를 안 하겠다”고 하면 데이트 비용을 물어내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또 아내가 있는데도 이성만남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도 있어 가족관계등록부 등의 확인절차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한 노인성상담사는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로 인해 고통 받는 것도 절반쯤은 어르신들의 잘못된 성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어르신들에게 성교육을 언급하면 ‘성교를 통한 성관계’에 필요한 교육만 떠올리고, 건전하고 올바른 이성교제에 필요한 교육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남성노인의 경우 여성노인과의 정서적 유대감 형성보다는 직접적인 성교나 성행위를 떠올리며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굴절된 성인식 또는 성교육 탓에 종종 노년층의 성적 일탈이 빚어진다.

성욕구는 무조건 성관계로 해소될 수 있다는 이해 부족도 일탈을 거든다. 성욕구는 손잡고 산책하며 밥을 함께 먹고 이야기만 나눠도 해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년층이 겪는 신체변화에 대한 교육도 필수요소다. 신체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처법 등도 다뤄야 한다는 것.

여성은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며 피부가 늘어지며 질 내부에도 변화가 온다. 때로 피로감과 우울증, 수면 장애도 동반된다. 질 요도나 방광 기저부 등은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위축성 변화가 나타난다. 질 건조감과 성교통 등으로 인해 성행위 회피 등 성 행동 자체에 변화가 온다.

남성 어르신도 신체 변화를 겪는다. 30대 이후부터는 해마다 테스토스테론이 1%씩 줄어든다. 남성 어르신은 여성 어르신과 달리 성기능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상당히 적극적이다.

한 노인성상담 전문가는 “남성 어르신들은 건강을 위해 최근에 먹은 알약 하나도 성기능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계속 복용 여부를 심각하게 질문한다”며 “자연스러운 성 호르몬 감소로 야기되는 성 행위 관련 신체변화조차도 강박적으로 근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남성 재혼·여성 연애 ‘견해차’
인구보건복지협회의 ‘황혼 미팅’에 대한 노년층의 반응은 뜨겁다. 하지만 일선 노인성상담 전문가들은 ‘황혼 만남’은 자연스럽게 남성 및 여성 어르신이 교제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전문 성교육센터를 운영하며, 노인과 여성, 청소년의 건강한 성교육을 선도하는 사단법인 ‘탁틴내일’ 정한경 강사는 “인위적인 만남보다 다양한 내용의 공동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어르신들의 ‘황혼 만남’을 기획하는 공공기관 교육 주체가 먼저 ‘열린 성’ 교육을 받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년층의 성에 대한 논의도 남성 어르신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여성 어르신의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인인권으로 삶의 질 차원에서 추구하고 누려야할 요소로 논의되는 성도 결국 남성 어르신 위주의 시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체적인 생리 약화를 인식하고 그동안 여성 어르신이 겪어온 성의 사회화 과정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65세 이상 여성노인의 결혼 만족도에서 성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하지만 같은 연령대 남성은 70%의 비중을 두고 있어 매우 대조적이다.

경기도가족연구원 안태윤 연구위원은 “사실 여성 어르신이 이성만남 모임 참석률이 더 높고 이들은 만남에서 재혼을 원하는 게 아니라 친구, 이성교제를 통한 친밀감에 초점을 둔다”며 “이와 달리 남성 어르신들은 재혼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안 연구위원은 “홀몸이란 생활 여건에서 볼 때, 여성노인의 경우 가사부담 및 육아로부터의 해방이란 의미가 비교적 크고, 지역사회 네트워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가능하다”며 “이에 반해 남성노인은 요리 등 가사, 정서적인 외로움을 다루는 데 익숙치 않은 데다 지역사회 네트워크 참여율도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녀·친지·지역사회의 개입 필요
한 노인성전문상담사는 “자녀들이 먼저 ‘어머니도 남자 친구 만나시라’고 먼저 권유하기도 하고 성적인 상담을 시도할 것”을 주문했다.

폐쇄적인 성문화 속에 성욕구 억압에 익숙한 어르신들에게 외부에서 먼저 고통을 나누는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는 속마음을 들어주기만 해도 풀릴 수 있는 부분도 상당하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걸쳐 노인의 성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자녀들은 재산 문제 때문에 어르신들의 재혼을 극구 말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웃이나 지역사회도 노인의 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귀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소득 홀몸노인의 경우 사회복지 차원에서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것이 대안으로 지적된다. 사회복지사가 직접 찾아가 성상담 등을 병행하면서 노인대학이나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적극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제시된다.

전문가들은 어르신들은 자신의 신체 변화에 따른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생식기를 청결하게 씻고 속옷을 자주 갈아입는 등 위생관리에 신경을 쓰며 건강유지를 위해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에 유의하도록 한다. 또한 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신체 변화 및 성행동 변화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여성 어르신 가운데 생식기 질병이나 성병에 걸려도 수치심에 병원진료를 꺼리며 병을 키우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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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부터 2012-04-25 05:40:17
자식 농사 해놓고 50년 세월 지나 이제 둘만의 오북하게 지나고저 하였다. 그런데 발기가 6개원 전부터 안된다. 전에는 남의 이야로만 들었다. 축 늘어진 콩나물처럼 말이다.

옛날 달팽이의 노래가 뇌리에 스쳐간다.

'우리 옴마 잘간다 통 동...( 달팽 새끼는 어미 속에서 어미 살을 파 먹고 잘아난다. 농두령에 비오는 날 텅 빈 어미 달팽이가 빗물에 떠 내려 간다. 새께 달팽이 들이 농두령에 서서 부르는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