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한자·한글 교재를 개발해 지난해 11월 ‘꿈아이서당’을 창업한 김인술(79) 대표.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그는 월 20만원을 받던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했던 평범한 동네 어르신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사장님’ 소리를 듣는 어엿한 한자교육기업 대표가 됐다.
김 대표는 “일흔 아홉의 나이에 창업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사업가나 교육자란 직함보다는 어린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불러 줄 때가 제일 행복하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큰 돈을 버는 게 목표가 아니다. 그저 더 많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한자를 공부할 수 있도록 넓은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부터 종로구에서 실시하는 교육형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했다. 어린이집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한자와 한글을 가르치는 역할이었다. 남들은 소일거리로 여기는 일이었지만 그는 달랐다.
남다른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9년 동안 교육을 이어오면서 늘 ‘쉽고 재미있는 한자교육법’ 찾기에 몰두했다.
그가 특허를 받은 색칠교육법은 오랜 인내와 열정이 빚어낸 결과였다. 5년 전 어느 날, 아이들이 색칠공부에 흥미가 높다는 것을 발견한 그는 한자쓰기와 색칠공부를 결합한 새로운 학습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3년 동안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이 책을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 컴퓨터도 서툴러 수 백자의 한자도 일일이 손으로 그렸다. 그렇게 사용한 종이만도 수 만장에 달한다.
김 대표는 “색깔을 활용해 필순을 정확히 익히는 쓰기학습법을 시도했는데 아이들의 학습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며 “밤을 꼬박 새면서도 새 교재로 아이들과 공부할 것을 생각하면 힘이 솟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렇게 3년여의 연구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놀이처럼 한자를 익힐 수 있는 책이 개발된 것이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에게 한자를 배운 아이들이 한자8급 시험에 전원 합격하면서 교재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기 시작한 것. 최근에는 ‘꿈아이서당’이 입소문을 타면서 ‘훈장모시기’ 경쟁까지 벌어졌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독특한 교수법과 교재를 여러 사람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창업을 결심한 것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장년창업프로젝트’에 참가해 아이디어를 현실화했고, 지난해 12월 교수법에 대한 특허까지 출원하면서 ‘꿈아이서당’이라는 교육기업을 만들게 됐다.
그는 “한자는 읽고 쓰기가 어려운 글자로 인식돼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 말의 절반은 한자어다. 무엇보다 한자를 배우면 한글 공부는 물론 언어적 창의력 개발에도 좋다. 또한 색을 통해 글을 익히면 기억력도 높아지고,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발달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자교육 활성화’를 꿈꾸는 김인술 대표. ‘꿈아이서당’은 이제 막 돛을 달았을 뿐이다. 장년창업센터의 도움을 받아 사업은 시작했지만 교재보급을 위한 사업자금 마련이 넘어야 할 첫번째 벽이다. 현재 사무실도 아내와 함께 사는 단칸방에서 어렵게 유지되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거나 물러서지 않는다. 대량출판이 가능하도록 교재를 수정하는 일에 전보다 더 열심이다. 최근에는 직접 만든 책을 들고 다니며 출판사를 찾아다니고 있다.
김 대표는 “젊은 시절 무역회사에서 일본과의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며 생활 속에서 한자를 익혔다. 사실 나보다 한자와 일어를 더 잘하는 노인들이 주변에 많다. 능력있는 노인들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사회적 인식을 극복하고, 노인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해 보이고 싶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남들은 늦었다고 말할 때 ‘할 수 있다’를 외치며 당당하게 일어선 새내기 사업가 김인술 대표. 그는 자신의 교육법이 크게 성공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밀알처럼 땅에 떨어져 무너진 한자 교육을 세우는 거름이 되길 바랄 뿐이다. 또한 ‘꿈아이서당’을 발판으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 글을 모르는 노인들을 위한 한글 교재도 개발해 보급하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꿈을 품은 소년처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위대한 발걸음을 함께 응원한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