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 육아 스트레스…
“자녀에게 정당한 육아 보상 요구해야”
조부모 육아 스트레스…
“자녀에게 정당한 육아 보상 요구해야”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3.30 16:03
  • 호수 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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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족, 기혼여성 취업 등이 자연스러운 요즘, 손자손녀 양육에서 조부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손녀. 하지만 양육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입니다. 제 부모보다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돌보고 똑똑하게 자라도록 돕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지요. 요즘 아이들에게 맞는 정확하고 올바른 육아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손자손녀를 양육하는 어르신들에게 달라진 시대에 필요한 양육 지식을 제공하고, 육아로 지친 어르신들의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10회에 걸쳐‘조부모 육아가이드’를 연재합니다. ■도움말=인구보건복지협회 <편집자 주>

 

아무리 사랑스러운 손자손녀라지만 친자녀 양육을 모두 끝낸 50대~70대 조부모들이 다시 양육을 시작한다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고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알게 모르게 누적된 ‘육아 스트레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스트레스는 ‘살면서 적응해야만하는 모든 변화’를 뜻한다. ‘과도한 업무나 학업, 어려운 살림’ 등 모든 게 스트레스 유발요인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기라고도 하지만 모든 것은 지나칠 때 문제가 된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정서적 육체적 증상으로 자각할 수 있다. 육체적으로는 지침과 피곤함, 무기력함 등이 대표적이다. 손발이 차가워지고 불면증으로도 나타난다. 성욕 저하, 잦은 방뇨, 식욕 저하 혹은 증가, 술이나 약물 사용 증가 등이 모두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들이다.

심리 증상으로는 짜증과 안달, 분노, 적대감, 걱정과 흥분, 고통, 무감각, 슬픔 등이다. 잡다한 생각이 끊이질 않으며 기억력도 감퇴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무엇인가에 짓눌린 듯한 느낌이 들면서 유머 감각조차 잃어버린다.

현재 조부모들이 손자손녀 양육 과정에서 이같은 증상들을 느끼고 있다면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손자손녀를 기르는 어르신들이 받는 스트레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손자손녀 양육, 대부분 울며 겨자먹기”
어르신들이 손자손녀를 키우게 된 과정만 봐도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어르신들이 손자손녀를 자발적으로 양육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손자손녀를 양육 중인 조부모들 가운데 “자식들이 분가 전에는 어머니 힘들다며 손자손녀 키워달라고 안 한다더니 결국 맡기더라”는 경우는 흔하다. 딸이나 며느리가 직장을 다니면서 자연스레 양육은 조부모 몫이 된다. 이처럼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반 강제적으로’ 양육이라는 짐을 지게 된다.

이처럼 ‘원치 않는 것을 하게 되면서 오는’ 스트레스와 함께 손자손녀 양육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다. 늙어가면서 스트레스 저항력도 청장년 때와 많이 다르다. 키우다가 ‘다치면 어떻게 하나’ ‘혹시라도 잘못 키우면 어떻게 하나’ 등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많다.

여기에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아이들은 60대~70대 어르신들이 하루 종일 안고 다니기에 상당히 버겁다. 강서구 지역 한 어르신은 “외손녀를 키우고 있는데 할머니하고 안 떨어지려고 해 14~15kg인 아이를 하루 종일 안고 다니는 데 상당히 고되다”고 전했다.

▲육체·정신적 스트레스 혼자 삭이며 ‘시름시름’
하지만 이같은 육체적인 고통은 부차적인 문제다. 자녀 양육을 모두 마치고 나이 들어서까지 하루 종일 손자손녀가 다칠까봐 마음을 졸이는 가족내 자신의 위치와 처지가 억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는 호소가 많다.

또 자녀양육과 손자손녀 양육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있다. 자녀들의 양육법도 존중해야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자녀는 양육의 책임과 권한 모두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었지만 손자손녀의 경우는 ‘봐주는 것은 어르신이지만 자녀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노년이 되며 변화한 감성도 스트레스에 한 몫한다. 자녀를 길렀을 때는 청장년층이지만 손자손녀를 기르는 지금은 노년층이고 이에 따른 신체적 감성적 특성 변화로 과거에는 스트레스가 아니었던 부분까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육 과정의 각종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어르신들은 혼자서 삭이는 경우가 많다.

▲건강 관리·종교생활, 육아 스트레스 해소 ‘지름길’
그렇다면 어르신의 손자손녀 양육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먼저 일상의 스트레스처럼 접근한다. 스트레스 관리는 평소 유머와 웃음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목욕을 자주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매일 한 가지씩 다른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도 도움이 된다.

또 어르신만을 위한 시간을 정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도 좋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 이완 훈련과 함께 명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외로움을 많이 타는 노년층인 만큼 자녀들에게도 매사 솔직히 의사를 표현하고 친구를 자주 만나며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가깝게는 자녀와 손자손녀에게 편지를 쓰는 것부터 손자손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을 덜고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오수숙 청계산숲학교 유치원 원장은 “정기검진과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와 함께 종교생활 등으로 정신적인 위로와 정서적인 점검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노화와 함께 동반되는 육체적 심리적 변화를 자각하는 것도 필수다. 손자손녀 양육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결여되기 쉬운데 이를 회복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무조건 참는 것 안돼… 정당한 보상 요구해야
특히 오수숙 원장은 이같은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려면 자녀들이라고 무조건 참지 말고 손자손녀 양육에 대해 당당히 물질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조부모로서 당연히 돌봐줘야 한다는 책임감만 강조되다 보면 쌓이는 스트레스로 우울함, 억울함이 노후 생활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물질뿐만 아니라 정신적 위로와 보상, 그리고 향후 노후 생활 보장 등 자녀들에게 양육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게 좋다”고 제안한다.

이어 그는 어르신들이 손자녀들을 돌보면서 가사노동까지 떠맡는 경우가 있는데 집안일은 어디까지인지, 양육은 어디까지인지 한계를 설정해 가사 노동과 양육을 엄격히 분리하라고 지적한다.

또한 양육방법에 대한 세대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녀들의 요구를 수용할 것 등을 강조했다.

오수숙 원장은 “결국 손자손녀를 양육하면서 오는 스트레스 극복에서는 손자손녀 양육이 어르신과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현실적으로 물질적인 보상을 통해 손자손녀를 양육하는 어르신 스스로에 대해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또는 환경을 개선하는 게 먼저다. 이것이 어렵다면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이나 생각을 바꾸도록 노력한다. 또는 긴장을 푸는 이완훈련이나 명상 등으로 스트레스 상태를 변화시킨다. 이같은 스트레스 관리법과 함께 스트레스를 줄이는 식사법도 중요하다. 지방과 설탕, 소금을 줄이며 야채와 과일을 골고루 먹고 곡류와 감자, 현미같은 잡곡들 중심의 복합 탄수화물을 먹도록 한다. 고기대신 식물성 단백질인 콩을 섭취하며 카페인은 되도록 줄이고 술도 제한한다. 복합비타민을 섭취한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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