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손녀 ‘좋은 성품’ 만들어 주는 대화법
손자·손녀 ‘좋은 성품’ 만들어 주는 대화법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4.06 15:37
  • 호수 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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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족, 기혼여성 취업 등이 자연스러운 요즘, 손자손녀 양육에서 조부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손녀. 하지만 양육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입니다. 제 부모보다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돌보고 똑똑하게 자라도록 돕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지요. 요즘 아이들에게 맞는 정확하고 올바른 육아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손자손녀를 양육하는 어르신들에게 달라진 시대에 필요한 양육 지식을 제공하고, 육아로 지친 어르신들의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10회에 걸쳐 ‘조부모 육아가이드’를 연재합니다. ■도움말=좋은나무성품학교 이영숙 대표 <편집자 주>

‘성품’은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 행동이 표현되는 것이며 ‘성품 교육’이란 손자손녀에게 좋은 생각과 바른 감정을 길러주면서 바르게 행동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좋은 성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과 훈련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성품 교육’에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대화’를 통해서다. 이를 ‘성품 대화’라고 하는데 ‘좋은나무성품학교’ 이영숙 대표는 “좋은 성품을 기르는 데는 독서, 역할모델 등이 있겠지만 가장 손쉽고 강력한 방법은 ‘대화’”라고 강조한다.

이같은 이유는 대화자끼리 생각과 마음, 행동을 나누는 대화를 통해 생각을 바꾸고 감정을 조절하며 좋은 행동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부모의 ‘존중과 이해 위주’의 ‘성품 대화’를 통해 책임감, 감사, 배려, 기쁨, 긍정적인 태도, 경청, 지혜, 정직, 창의성, 절제, 순종, 인내 등 12가지 ‘좋은 성품’을 갖춘 아이로 성장하게 된다.

좋은 성품을 길러주는 대화법인 ‘성품 대화’는 영아기부터 시작된다. 이때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며 요구에 적절히 반응하는 감성에서부터 시작한다.

유아는 정확한 문장을 짚어주면서 감정을 표현할 때 존중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대화의 꽃을 피우는 아동기 때는 다양한 사안이나 문제를 생각하도록 하면서 논리적인 사고 형성에 중점을 두되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성장 과정에서 ‘성품 대화’의 핵심은 ‘경청’이다. 경청이란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집중해 들으면서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한지 인정해주는 것’이다.

결국 올바른 대화로 맺은 좋은 관계, 행복한 관계에 대한 손자손녀의 경험이 좋은 성품을 길러낸다.

조부모의 마음을 연 올바른 듣기와 대화법을 통해 손자손녀는 궁극적으로 좋은 성품을 갖추게 된다.

▲좋은 성품 길러주는 ‘성품 대화’
‘성품 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자녀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존중’이란 나와 상대방을 소중히 대함으로써 가치를 인정하고 높이는 태도다.

흔히 조부모 등을 비롯해 양육자의 입장에서는 손자손녀의 학업 등 미래를 위해 ‘지시나 강요’를 하는데 이는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무한한 잠재능력을 가진 존재로서 자녀를 바라보는 것, 그리고 손자손녀의 성공을 위한 길을 찾는 동반자라는 조부모의 시각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손자손녀를 관찰하며 나누는 대화다. 조부모의 좋거나 싫음, 또는 판단을 떠나 관찰만 잘 해도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손자손녀를 있는 그대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한 다음 말 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속마음까지 읽어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또 느낌 뒤에 숨은 욕구를 잘 표현하는 대화다. 손자손녀가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욕구를 잘 읽어주고 이를 대화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인간의 욕구를 잘 이해해야 한다. 사람에게는 7가지 기본 욕구가 있다. 꿈과 목표를 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과 자유를 원하며, 생일이나 파티 등 의미 있는 날을 기리는 의식을 갖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또 소속감, 사랑, 수용과 신뢰, 정서적 안정 등 상호의존에의 욕구도 있다. 그리고 자존심, 재미에 대한 욕구가 있다.

이외에도 좋은 음식과 운동, 휴식 등 신체적인 욕구가 있으며 아름다운 것을 보고 소유하고 싶다는 영적인 욕구도 있다. 이같은 인간의 욕구에 비춰 손자손녀들의 욕구를 이해하고 채워주는 대화일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으로 욕구를 요청하고 표현하는 대화다. 효과적으로 요청하는 방법은 △‘컴퓨터 하지마’보다는 ‘컴퓨터는 일주일에 한번, 토요일만해라’ 등 긍정적인 언어로 요청하는 것 △‘집안을 어질러놓으면 짜증이 나니 물건을 치워라’ 등 구체적인 행동을 요청하는 것 △‘뭐하라고 했는지 말해줄래?’라며 오해 방지 차원에서 요청한 것 확인하기 △요청한 것에 대한 손자손녀의 솔직한 반응과 행동계획 요구하기 등이 있다.

강요나 지시 없이 원하는 바를 요청할 수 있는 이같은 ‘성품 대화’는 손자손녀의 좋은 성품을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이와 같은 대화에 익숙한 손자손녀들이 인간관계를 원만히 잘 맺어 성공으로 나아가는 비결이기도하다.

▲관계를 망치는 대화
‘너는 너무 이기적이다’라든지 ‘그렇게 느려서 언제 성공하려고 그러니’ 등 상대방에게 꼬리표를 붙이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꼬리표는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같은 대화는 삶을 고립시키고 비참한 관계를 빚어낸다.

흔히 부모들이 자녀의 미래나 학업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행동을 통제하기 때문에 관계를 깨뜨린다.

▲조부모라면 “아이 이해·존중하는 대화를”
0~3세 아이는 스펀지 혹은 찰흙에 비유될 정도로 교육적 효과가 두드러지는 시기다. 적절한 자극과 인정이 필요하며 정서적으로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생후 1년 반 정도까지는 ‘스킨십을 통한 대화’가 중요하다. 안고 만지며 뽀뽀해주는 신체 접촉이 아이를 자극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감과 열의도 키운다. 이때 아이들은 많이 쓰다듬어 줘야 한다.

어느 정도 자란 다음에는 말로 칭찬하고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 이때는 ‘참 잘하는 게 많구나’ ‘너를 믿는단다’ 등 인정하고 격려하는 말을 통해 자신에 대한 믿음을 키워가는 시기다.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치를 전달하려는 교훈식의 대화는 잔소리로만 들린다. ‘이해하는 대화’가 중요하다.

이는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하는 대화다.
아이가 ‘심심해’라고 할 때 ‘저렇게 장난감이 많은데 뭐가 심심해’가 아니라 ‘정말 심심하겠다’라고 아이의 입장에서 대응해주면 아이는 말문을 열게 된다. 아이의 숨은 동기를 끌어내고 관계를 유연하게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대화가 시작된다.

아이를 올바르게 이끌려면 흔들림 없는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면서 가치를 전하는 대화는 20의 비중으로, 이해하는 대화의 비중은 80이라는 대화의 법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의 행동을 하찮게 또는 마땅치 않게 보는 게 습관이 되면 안 된다. ‘장난이나 하고 싸움이나 하는’ 아이가 아니라 ‘장난도 하고 싸움도 할 줄 아는’ 아이로 바라봐야 한다.

가장 많이 사랑하면서도 상처주기 쉬운 관계가 가족이다. 특히 아이가 인정받고 싶어하는 양육자의 말 한마디, 하나의 표정이 주는 파급효과는 크다. 한마디의 말에서 아이는 양육자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느끼기 때문에 항상 격려해주는 말이 필수다.

결국 조부모의 말이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조부모는 손자손녀에게는 ‘천사’가 될 수 있다. 이미 자녀 양육경험이 있는 노련한 조부모가 다음 세대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타인과 환경에 대해 사랑과 관심으로 잘 관찰해 보살펴 주는’ 배려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대화의 5가지 등급


1등급 대화 “최상의 친밀 단계”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 받아주고 지지해주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는 대화다. 서로의 감정과 느낌, 생각을 막힘없이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신뢰가 형성된 관계일 때 가능하다.

 

2등급 대화 “감정과 직관 단계”
정보교환 수준을 넘어 판단과 생각, 더 나아가 느낌과 감정까지 나누는 대화다. 이 단계부터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친밀감 형성이 가능하다.

3등급 대화 “의견과 판단 단계”
정보교환에서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포함된 대화다. 정보뿐만 아니라 그것에 대한 생각이 포함된 내용으로 대화가 구성된다.

4등급 대화 “사실과 보고 단계”
아직까지는 일상적이고 의례적인 내용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대화다. 단순히 정보만 주고받고 생각이나 느낌은 전혀 주고받지 못하는 단계다.

5등급 대화 “상투적·기초적 단계”
상투적이고 기초적인 대화로 친밀감과는 거리가 멀다. 의례적으로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참 좋죠’ 등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은 대화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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