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리워라! 어머니 손잡고 봄나들이 나섰던 오일장”
“아, 그리워라! 어머니 손잡고 봄나들이 나섰던 오일장”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4.13 15:26
  • 호수 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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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아련한 오일장에서, 한 때는 어르신들도 어린아이였다. 엄마 손에 이끌려 찾은 오일장에는 세상 진귀한 물건은 죄다 모아 놨다 싶었고, 입 안 가득 군침 고이게 만드는 먹을거리는 또 어찌나 많았는지…. 없는 게 없다는 대형마트가 골목골목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요즘이지만,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오일장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 냄새, 고향 운치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에 오일장은 두고두고 가고 싶은 마음의 유적지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전국 주요 오일장을 소개한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으며 손자손녀 손을 잡고 오일장 나들이에 나서는 보는 것은 어떨까.
정리=이호영 기자 / 사진·도움말=한국관광공사
 
한산오일장…“추억과 꿈을 팝니다”
충남 서천 한산면
충남 서천의 한산오일장은 매월 1, 6으로 끝나는 날 한산터미널에서 한산초등학교 사이에서 열린다. 한때는 서천군내에서 가장 큰 장이었는데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아이들은 어른들 바짓가랑이 사이로만 다닐 수 있었다’고 한다. 장터 초입은 채소전 거리다. 시금치, 무, 당근, 냉이, 쑥, 고구마를 비롯해 각종 잡곡들도 풍성하게 나온다. 장작불에 솥을 걸고 끓여낸 도토리묵, 직접 만든 두부도 먹음직스럽다. 어물전의 주인공은 서천의 특산품인 박대다. 잡화전에는 검정, 노랑 고무줄부터 빨래집게, 면봉, 칫솔, 손톱깎이, ‘이태리타올’까지 없는 게 없다. 본격적으로 장이 서는 시간은 오전 9~10시. 한산장의 명물인 모시전을 보려면 새벽 6시 전에는 한다공방 옆 모시거래장에 도착해야 한다. 한산오일장과 연계해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한산모시관, 월남 이상재 선생 기념관, 조류생태전시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마량포구나 홍원항까지 봄 바다를 만끽하며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고,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서천 조류생태전시관에서 군산 금강습지생태공원에 이르는 금강 자전거길을 달려봐도 좋다.
문의:서천군청 문화체육과 041-950-4225

구례오일장… 약초·봄나물이 풍성
전남도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전남 구례오일장으로 떠나는 봄나들이는 한결 신바람이 난다. 산수유, 벚꽃이 줄지어 피어나고 지리산 자락의 봄기운도 한창 무르익는다. 구례오일장은 여느 장터와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차가운 시멘트 담벼락 사이로 난전들이 펼쳐진 퇴색한 모습이 아니다. 구례읍 봉동리에 들어서는 장터는 한식 장옥과 정자로 구수하게 단장돼 있다. 여기에 산수유, 당귀, 더덕 등 지리산에서 나는 약재에 온갖 산나물까지 쏟아져 시끌벅적한 봄 풍경을 만들어낸다. 장터는 싸전, 채소전, 잡화전, 어물전 등 구역이 정갈하게 구분돼 있다. 쏟아지는 사투리와 직접 농기구를 달궈내는 대장간 풍경은 장터의 흥을 돋운다. 섬진강 자락의 오일장으로 명맥을 이어 온 구례 장터는 끝자리가 3, 8로 끝나는 날 들어선다. 오일장 나들이는 산수유, 벚꽃길이나 화엄사 등 고찰산책과 함께하면 더욱 풍성해진다.
문의:구례군청 문화관광실 061-780-2227

강화닷새장… 넉넉한 인심 ‘일품’
인천 강화군 강화읍 중앙로
2일과 7일마다 강화풍물시장 주차장에서 열리는 강화닷새장은 수도권에서 아직 유명세를 잃지 않고 있다. 냉이, 달래 등의 봄나물과 순무, 속노랑고구마, 사자발약쑥, 강화인삼, 강화섬쌀 등 강화특산물을 팔러 나온 할머니들은 인심 좋은 낯빛으로 외지 손님들을 대한다. 섬 안의 장터라서 해산물도 풍부하다. 강화도가 ‘살아있는 역사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체험학습여행지도 많은 때문인지 장터에서는 초등학생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도 자주 눈에 띈다. 그러나 강화도 특산품인 왕골공예품이나 화문석은 평화전망대로 가는 길 중간의 화문석문화관에 가야 볼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 강화닷새장 구경과 쇼핑은 바로 곁의 강화풍물시장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1층은 강화의 청정 농산물이 소비자와 직거래되는 상설장터이고 2층은 식당가이다.
문의:강화군청 관광개발사업소 032-930-4338

원주오일장… 잔칫집 같은 장터
강원도 원주시 평원동
오래도록 강원도의 근간이 되어온 원주시의 오일장은 원주천변에 자리한 풍물시장에서 열린다. 매 2, 7일이면 원주교에서 봉평교까지 이어지는 삼각형의 민속풍물시장 터에는 봄빛 가득한 상품을 갖고 나온 상인들로 북적인다. 원주오일장은 먹을거리의 천국이기도 하다. 원주오일장에서 40여년 째 직접 만두를 빚어 팔고 있는 아주머니의 손만두, 어머니 때부터 20년 가까이 장터를 오가는 삼형제 족발, 뜨겁게 달궈진 철판에서 부쳐내는 정선할머니의 메밀부침, 돼지고기를 곱게 갈아 만드는 떡갈비 등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음식들이다. 오일장터가 흐벅지게 잔치가 벌어진 잔칫집처럼 느껴지는 이유이다. 원주에는 원주 한지테마파크, 박경리문학공원, 원주역사박물관 등 볼거리와 체험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장소도 있다. 4월 벚꽃에 물들고 싶다면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로 찾아갈 것.
문의:원주시청 문화관광과 033-737-2832

안성오일장… 신명나는 전통시장
경기도 안성시 서인동
수도권에서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경기도 안성의 오일장이다. 끝자리가 2와 7로 끝나는 날, 안성 중앙시장 주변에 Y자 형태로 들어선다. 안성장은 조선시대 대구장, 전주장과 함께 조선 3대장으로 불릴 만큼 컸다. ‘안성장은 서울 장보다 두세 가지가 더 난다’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영조실록’에는 안성장의 규모가 서울의 이현시장이나 칠패시장보다 커서 물화가 모이고 도적떼들도 모여든다는 기록이 있다. 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10시. 상인들이 좌판을 준비하는 모습부터 보려면 9시까지 장에 나와야 한다. 시장은 초입부터 시끌벅적하다.예부터 안성장은 소를 사고파는 우시장으로도 유명하다. 시장 한켠에 있는 식당에서 매콤하고 얼큰한 국밥 한 그릇을 해치우고 나면 봄기운으로 나른한 몸은 보약 한 첩을 먹은 것처럼 몸에 힘이 솟는다. ‘안성맞춤’으로 대변되는 ‘유기’를 살펴볼 수 있는 안성맞춤박물관, 신명나는 남사당놀이를 관람할 수 있는 남사당공연장, 아침 안개가 서정적인 고삼저수지 등과 함께 일정을 짜면 알찬 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문의:안성시청 문화체육관광과 031-678-2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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