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서 자원봉사 앞장섰더니 저절로 존경받는 어른 되더라”
“지역서 자원봉사 앞장섰더니 저절로 존경받는 어른 되더라”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2.04.13 15:58
  • 호수 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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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시범사업 ‘자기주도적 노인자원봉사클럽’에 대한 평가
은퇴와 함께 어르신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공동체 등에서 새 역할을 찾지 못한 채 고독과 소외 가운데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노인자원봉사활동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국내의 경우 봉사활동 참여율은 저조한 실정이다. 사회인식 등 여러 장애가 이유로 꼽히고 있다. 어르신들의 자원봉사활동이 직면하고 있는 이 같은 현실의 타개책으로 대한노인회는 지난 한 해 동안 부설기관인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를 통해 소그룹 중심의 자기주도적 노인자원봉사클럽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대한노인회의 6개 광역시연합회를 비롯해 8개 도연합회 조직이 참여해 732개의 노인자원봉사클럽이 결성됐으며, 1만4813명의 회원, 2078명의 클럽 코치, 224명의 컨설턴트가 활동하고 있다.

 

▲ 자원봉사는 은퇴 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참여율이 저조한 가운데 ‘자기주도적 자원봉사활동’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대한노인회도 이같은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지난해 ‘노인자원봉사클럽’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최근 1년간의 성과를 평가했다. 사진=백세시대DB

 
대한노인회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는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올 1월 16일까지 ‘노인자원봉사클럽’ 코치 총 2078명과 컨설턴트 20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으로 시행된 노인자원봉사 클럽 활동을 평가하는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결과 봉사자로 참여한 어르신들은 자긍심 고취 등 당초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어르신들의 활동이 여전히 단순 노력 봉사에 그치고 있는 일부 자원봉사클럽 등은 향후 지속적인 봉사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보완점으로 지적됐다.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가 지난 1년간의 시범운영기간 자원봉사클럽이 전반적인 노인자원봉사에 얼마나, 어떻게 기여했는지, 또 향후 자원봉사클럽 활동에서 개선점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노인에 특화된 관리체계 절실
노인자원봉사지원센터의 조사에서 노인의 자원봉사활동 부진 이유는 네 가지가 꼽힌다.

첫째, 아직까지 어르신을 자원봉사의 대상으로 여기고 주체로서 인식하지 않는 사회인식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노인의 신체 및 경제, 심리 특성상 자원봉사의 대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것.

둘째, ‘봉사활동 프로그램’ 개발 부족도 지적됐다. 이 때문에 어르신들이 자원봉사할 수 있는 영역이 한정돼 있다. 현재 어르신들은 단순 노력 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전문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참여 의지가 충분하더라도 봉사자의 관심과 욕구에 맞는 봉사가 미흡해 어르신이 보유한 지식이나 경험이 자원봉사활동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셋째, 자원봉사자 모집과 면접, 인력 배치와 교육 및 훈련, 그리고 보상과 평가라는 일반적인 자원봉사 관리체계는 어르신들의 자원봉사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자원봉사 영역에서 관리체계는 부실한 현실이다.

관리체계가 부실하다보니 소규모 자생 단체들마저 활동을 지속하지 못했다. 자원봉사 전문가의 안내와 지도는 요원한 상태이고, 조직 구성원의 결속을 다질만한 리더십, 그리고 주위의 정신적·물질적 지원도 미약하다.

넷째, 노인의 건강 악화와 경제적인 여유 부족도 부진의 원인이다. 남을 도울 만큼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심리적, 신체적,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이에 따른 노인자원봉사활성화를 위한 개선 과제는 △노인맞춤 자원봉사 프로그램 및 노인자원봉사활동 수요처 개발 △노인전담 자원봉사관리자 및 지도자 양성 △노인 자원봉사 전담조직 설치와 운용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보상체계 강화 △노인자원봉사자를 위한 체계적·지속적 교육 강화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인식개선 및 이해도 증진 등으로 꼽혔다.

▲‘자기주도적’봉사활동이 해결책
노인의 자원봉사활동 부진에 대한 대안으로 어르신이 주체가 되는 자원봉사활동 형태로 ‘자기주도적’ 소그룹 활동이 강조되고 있다.
‘자기주도적 자원봉사’란 봉사기관에서 일방적으로 배정하는 봉사활동 내용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봉사 참여 어르신이 주체적으로 활동 목표를 정하고 의사를 결정하며 계획 수립과 봉사 시행까지 총체적인 봉사활동 과정을 검토하는 것이다. 봉사활동이 ‘자기주도성’을 갖는 손쉬운 방법은 그룹 단위 봉사활동이다.

에듀플랜의 김의욱 대표는 “어르신들의 자기주도적 봉사활동에서 소그룹 활동이 강조되는 이유는 은퇴 후 어르신들은 고립되고 개별화돼 있던 데다 지역사회에서 개인은 단순히 봉사기관의 지시사항을 따를 뿐 능동성을 띠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어르신들이 주도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펼치려면 어떤 형태로든 지역공동체내에서 기관과 공식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어르신들은 소그룹 활동을 통해 뜻을 같이하는 여러 봉사자들과 만나면서 적극성과 자신감을 갖추게 될 뿐만 아니라 공동체내의 관련 기관과 공식적인 관계를 맺는 것도 용이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그룹 자원봉사활동은 어르신끼리 만이 아니라 젊은이 등 여러 세대로 구성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자기주도적’ 소그룹 단위의 봉사활동에 적합한 조직으로는 종교단체와 대한노인회 전국 조직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전국망을 갖춘 데다 행정서비스도 아울러 지원할 수 있는 기존의 민간조직으로 대한노인회가 가장 적절한 것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대한노인회는 지난해 전국망을 바탕으로 소그룹 중심 봉사활동사업으로 ‘노인자원봉사클럽’을 시범운영했다.

시범사업 당시 관련 전문가들은 노인봉사자들이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해당지역 어르신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어르신 스스로의 위상 강화와 함께 그 동안 노인자원봉사활동의 걸림돌로 지적돼왔던 노인인식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봉사주체로서 어르신들의 이 같은 자긍심 강화는 봉사활동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어르신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모두에 유익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밖에 노인자원봉사 참여의 지역간 격차도 줄이면서 지역 내외의 네트워크 형성도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1년 동안 노인자원봉사클럽은 20명 내외의 소그룹 단위로 지역사회에 토대를 두고 봉사활동을 지속하며 확장하는 데 주력해왔다. 특히 대한노인회의 기존 자원봉사활동 조직도 이들 소그룹 클럽으로 재편했다. 클럽은 3명의 코치와 기타 조직원으로 구성됐으며, 외부 조언자도 둬 자원봉사활동을 모니터링했다.

▲“상인회 등 관련단체와 연계해야”
시범사업은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다. 3개 지역의 클럽 코치 9명과 컨설턴트 9명, 4개 지역 지원센터 실무자 등 총 22명을 인터뷰한 결과 클럽 활동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경륜과 지혜를 자연스럽게 자원봉사활동으로 연계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자원봉사활동의 가치를 내면화하면서 자기 성장의 계기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그룹 단위의 활동은 자원봉사활동의 가치를 심화하고 내면화하는데 매우 효과가 높았고, 다른 조직원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 등은 참여 어르신들이 향후 자원봉사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저력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소그룹 단위로 활동하면서 사회적으로 봉사 대상 기관과 공식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결국 이는 지역사회에서 어르신의 위상을 높이고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강릉지역의 한 경로당 어르신들이 마을 청소봉사활동 등 환경개선사업을 꾸준히 벌인 결과 동 주민센터에서도 어르신들을 지역의 주요 활동주체로서 행정의 공식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후속 환경개선작업을 클럽과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

조사 관계자는 이처럼 클럽 활동에 참여하신 어르신들이 “나이 먹었다고 마을 어른으로 인정받는 게 아니다”며 “이제야 지역사회에서 어른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인자원봉사클럽의 봉사활동 내용 면에서는 여전히 ‘환경보전 및 자연보호활동’이나 ‘교통 및 기초질서 계도활동’ 등 단순 노력 봉사에 그치면서 기존 노인봉사활동과의 차별성을 갖지 못한 한계도 지적된다.

에듀플랜 김의욱 대표는 이에 대해 “봉사활동 내용 등 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시범 사업 기간이 짧았다”며 “사업이 본격화한 올해부터 봉사활동이 차츰 축적되면 자연스럽게 봉사 내용 등 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봉사활동 내용 개발을 위해서라도 향후 노인자원봉사클럽은 조직 차원에서 다른 소속 단체와의 연계가 중요하다”며, “특히 지회별 클럽간 자원봉사활동에 대해 상호협의하고 조정하는 협력체계의 구축이 시급한 정책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단순히 쓰레기 줍는 봉사활동일지라도 재래시장의 상인회와 연계될 경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활동으로 의미가 부여되거나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지역 클럽과 공동체내의 여러 단체와의 네트워킹은 지역 특성에 맞는 봉사활동 프로그램 개발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대표는 “특히 지난해 시범사업에 이어 본격적으로 1차년도 사업이 시행되는 올해는 지역사회에 클럽의 자원봉사활동이 뿌리 내리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며 “세심하고 전문적인 관리 시스템이 절실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호영 기자 eesoar@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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