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의 교훈… “노인 홀대·무시하는
후보·정당 살아남지 못한다”
4·11총선의 교훈… “노인 홀대·무시하는
후보·정당 살아남지 못한다”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2.04.13 16:05
  • 호수 3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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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분노케 한 ‘김용민 막말’, 여대야소 판세로 뒤바꿔
12월 대선서도 ‘노인표’가 가장 핵심적 승패요인 될 듯

▲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선거가 실시된 가운데 서울 강서구 가양 1동 주민센터 3층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거동이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투표하러 나온 한 어르신이 투표함에 용지를 넣고 있다. 이날 어르신들은 오전 6시 투표소 문을 열기 전 도착해 줄을 서기도 했다. 사진=임근재 기자
당초 여야의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던 제19대 국회의원선거는 노년층을 주축으로 한 보수층의 결집을 바탕으로 여당인 새누리당의 승리로 결말이 났다.

특히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갑 김용민 후보가 과거 노인을 비하하는 망언을 했다는 사실이 들춰진 이후 대한노인회가 성명서를 내고 시위를 통해 후보사퇴를 요구하는 등 직접적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하면서 노년층을 비롯한 보수세력의 표심이 여당 지지로 급선회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불거진 정동영 후보의 ‘노인폄훼’ 발언에 이어 이번 총선의 ‘김용민 막말 파동’이 빚은 ‘참패’는 노년층을 얕잡아보거나 홀대할 경우 선거에서 결코 낙승할 수 없다는 정치적 교훈이어서 오는 12월 대선에서도 ‘노인표심’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19대 총선 결과,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300석의 의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과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했고,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자유선진당 5석, 무소속 3석 등을 얻었다. 정당투표 득표율(상위 4개 정당)에서도 새누리당은 42.77%, 민주통합당 36.47%, 통합진보당 10.31%, 자유선진당 3.24%를 획득했다.

선거 전 각 언론사는 여당과 야당의 의석수 비율이 5대5로 엇비슷한 박빙의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막판에 ‘김용민 막말’이 불거지면서 총선 결과가 여당의 승리로 바뀐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4월 12일 오전 MBC 선거토론회에 출연, “김용민 문제로 수도권에서는 결과대로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 같으나, 중부권 특히 충청권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을 내부에서도 분명히 확인했다”며 “김용민 사건에 대해 당에서 잘잘못을 빨리 정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서울 영등포을에서 당선된 신경민 민주통합당 후보도 한 방송에 출연, 공천과정에서 잡음이 있었고, 막판에는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도 매끄럽게 대처하지 못해 민주통합당이 패배했다는 데 동의했다.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가 과거 인터넷방송에서 “요즘 시청역 앞에서 오버하고 지랄하는 노친네들이 많은데 다스리는 법이 없을까요”라는 개그맨 김구라의 질문에 대해 “엘리베이터와 에스켈레이터를 모두 없애버리고 이걸 전부 계단으로 만들자”고 제안하는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용민 후보의 멘토를 자처했던 조 국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한 네티즌이 “(진보성향 박원순 후보에 투표하도록) 부모님을 설득하기 힘들어 10월 25~27일 수안보 온천 예약해 드렸다”는 글을 올리자 “진짜 효자”라며 찬동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 서울 노원구 노인회 어르신 500여명이 4월 7일 오후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 사무실 건너편에서 김 후보의 ‘막말’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김용민 후보의 망언이 보도된 직후인 4월 5일 대한노인회는 매우 격앙된 논조로 △김용민 후보 사퇴 △조 국 교수 해임 △김구라 방송퇴출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김용민 후보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 노인회(회장 이순옥)도 6일 긴급이사회에 이어, 7일 오후 김 후보 선거사무실 앞에서 노인회원 500여명이 결집, 항의집회를 열고 김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항의집회를 주도한 이순옥 대한노인회 서울 노원구지회장은 “노인에 대해 막말하는 후보가 우리 지역에 있는데 최고 어른으로서 좌시할 수 없었다”며 “개표결과 발표 후 전국 노인들로부터 많은 격려전화를 받았고, 이번 시위가 기폭제가 돼 노인의 힘으로 전국 경합지역의 선거결과를 뒤집은 것에 대해 노원구 노인들은 상당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심 대한노인회장은 “이번 4·11총선은 노인의 표가 선거결과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여실히 입증한 매우 중요한 선거였다”며 “앞으로 어떠한 선거를 막론하고 노인을 무시하거나 홀대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며, 대한민국 노인들은 김용민 후보와 같은 인사가 당선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동’과 이에 대한 대한노인회의 항의 성명발표, 노년층의 표결집이 이뤄지면서 김 후보의 경쟁자인 이노근 후보를 비롯해 서울 은평을 이재오 후보, 인천 서구 강화갑 이학재 후보 등 야당후보와 경합을 벌이거나 뒤지던 새누리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인 승리를 통해 원내 1당이 된 새누리당이 서울에서만 패배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총선에서 ‘서울 승리=총선 승리’라는 공식이 깨졌기 때문에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8대 총선에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서울의 총 48개 지역구 가운데 40석을 석권하며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서울 지역구의 3분의 1인 16곳 정도에서만 승리했다.

일각에서는 ‘김용민 막말’ 이후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대구·경북, 부산·경남 이외에 충청과 강원지역에서 노년층을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표가 결집했지만, 서울의 경우 이 같은 효과가 미미해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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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泳 2012-04-15 18:06:18
그래서 우리는 부모노릇 잘 해야 합니다. 다 부모가 무식하고 아는 것이 없어 자식을 그렇게 기른 것입니다. 결국 부모 욕먹이는 셈이지요. 불효의 표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