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권익운동의 전략은 있는가
노인 권익운동의 전략은 있는가
  • 박영선
  • 승인 2006.12.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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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노인인구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는 매일 600명의 노인이 탄생한다. 이렇듯 노인인구는 많고, 또 앞으로 더 많아질텐데 노인의 복지수준 및 생활수준은 아직도 열악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노인들은 가난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중 60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다. 여기에다 차상위 계층에 해당하는 노인까지 합치면 40%가 넘는 노인이 빈곤선에 있다.

 

노인의 90%가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등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병에 시달린다(200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또 연간 4100여명의 노인이 자살한다. 이는 하루 평균 13명꼴이다. 자살을 왜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앞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여가문화가 별로 없다. 경로당에서 화투나 친다고 비난하기도 하는데, 이는 노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도 늘지 않고 있다.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의 숫자는 조금 늘고 있지만, 프로그램은 거의 변화가 없다.

 

그렇다고 사회나 가정에서 노인들에게 무료한 시간을 질(質)적으로 향상시켜 주지 않는다.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도 대부분 젊은 사람들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

 

위의 예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세계 11대 경제대국에 알맞은 경제·사회·문화 수준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노인을 위한 국가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노인복지 예산이 적기 때문이다. 2006년도 노인복지 예산 4217억원에 비해, 2007년도에는 6412억원으로 증액된다고 하지만 이 중 빈곤노인을 위한 경로연금이 전체 노인복지 예산의 74%다. 나머지 예산을 가지고 노인복지시설을 만들고, 인건비와 운영비 주고, 노인취업지원사업 등도 한다.

 

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노인소득보장사업이다. 노인소득보장은 ‘소득보조차원’이라는 복지 추구적인 관점에서 예산을 투입시킬 것인가 아니면, ‘생계유지차원’에서 시장·경제적 관점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가 문제다.

 

그런데 불행한 것은 위의 노인취업정책이 아직도 ‘함량미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취업을 원하는 노인은 많은데 일자리는 적고, 받는 돈도 그야말로 ‘코끼리 비스킷’ 수준이다.

 

우리나라에는 대한노인회를 비롯한 여러 노인단체가 있지만, 노인들에게 복지정책을 해 달라는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노인의 권익운동이 있었다.

 

그러나 ‘노인권익운동사’에 남을 만한 역사적인 사건이 없었다는 것이다. 2002년도에 ‘노인권익당’이 있었지만 지방선거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자멸했다.

 

우리나라의 노인 권익운동은 노인 스스로 권익을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배정해주면 그것이 바로 ‘노인복지’의 핵이 되는 지극히 ‘수동적인’ 노인복지다.

 

그런데 지난번에 모처럼 능동적인 노인 단체의 목소리가 있었다. 2004년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노인은 선거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노인 폄하 발언을 대한노인회(회장 안필준)가 문제 삼은 적이 있었다.

 

그것을 계기로 ‘노인취업지원’ 예산을 추가 경정예산에 반영했고, 그 다음해부터 노인취업지원사업이 정책궤도에 오르는 ‘사건’이 있었다.

 

이제 노인 문제는 정부의 정책에 의해 해결 될 수도 있지만 노인 스스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정책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이 도로를 막고 데모를 하거나, ‘ㅇㅇ연대’에서 고속도를 통제하고 시위를 벌이면 대부분 목적이 달성된다. 그야말로 한국사회는 목소리 큰 사람이 떡을 많이 차지하는 사회다.

 

그렇다고 노인들에게 젊은 사람들처럼 격렬하게 데모나 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자기 목소리를 낼 때가 되었다고 본다.

 

그 목소리는 우리나라를 세계의 빈민국에서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오늘날의 노인들에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우리나라 경제수준에 걸 맞는 대우를 해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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