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고충은 노인이 가장 잘 알지”
“노인의 고충은 노인이 가장 잘 알지”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2.05.25 15:14
  • 호수 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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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노인 정서적 지원 ‘노-노케어’ 효과만점 집중부각

▲ 최근 생활고와 고독에 지친 홀몸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방법으로 ‘노-노케어’가 부각되고 있다. 경기 부천시 오정노인복지관의 ‘생명사랑교육단’어르신들이 병상에 누워있는 한 홀몸 어르신을 찾아 손을 맞잡고 진심으로 위로하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최근 홀몸노인 증가로 인해 생활고 및 외로움 등으로 노인 우울증과 자살이 급증하는 가운데 노인이 노인을 돕는 ‘노-노 케어’가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부천시 오정노인복지관의 ‘생명사랑교육단’ 어르신들이 4년 전부터 지역 내 노인우울증·자살 예방을 위해 벌이고 있는 활동은 ‘노-노 케어’의 효과를 입증하는 실례다.

‘생명사랑교육단’에 소속된 어르신 14명은 공원과 지하철역 등을 직접 찾아 홀로 있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우울증 테스트를 하거나 홀몸노인의 집을 방문해 말벗이 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생명사랑교육단’은 우울증 또는 자살고위험군 어르신들에게 대화의 창구를 제공, 지속적인 관심과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오정노인복지관이 참여 어르신 1인당 월 20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매달 활동시간이 36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많은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생명사랑교육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례(68) 어르신은 “홀몸노인들의 우울증 지수가 내려가는 것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며 “나 또한 건강해지는 것 같아 계속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어르신의 돌봄을 받고 있는 홀몸노인 고모(81) 어르신은 “미안하기도 하지만 찾아와주니 좋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생명사랑교육단’에서 활동하는 어르신 가운데 최근 배우자와 사별한 경우도 있지만 어르신들이 일반적으로 겪게 되는 상실감과 외로움을 봉사활동을 통해 극복한 사례도 있다. ‘노-노 케어’를 통해 돌보는 어르신과 돌봄을 받는 어르신 모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홀몸어르신들끼리 자조모임을 결성, 외로움과 자존감 상실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가양4종합복지관의 ‘지역사회와 어르신들의 행복한 어울림’ 사업이 지역 내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한 ‘노-노 케어’의 성공적인 본보기다.

가양4종합복지관은 지난 2007년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을 반영, 홀몸 어르신들을 연계해 짝을 맺어주기 시작했다. 홀몸 어르신 6명 미만으로 구성된 각 조의 조원들은 복지관의 지원 아래 지속적인 모임을 갖는다. 조 모임을 통해 이웃이 형성된 어르신들의 상호체계는 지역 어르신의 우울증 지수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현재는 이 같은 어르신들의 자조모임이 정착되고 있는 단계다.

한서대 한정란 교수(노인복지학)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노인 돌봄 서비스에 관한 수요를 제한된 시장이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공공에서 어르신 자원봉사자들을 적극 유치하여 ‘시빅 서비스(Civic Service·시민 서비스)’를 실현해야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시빅 서비스’는 일자리와 자원봉사의 중간 개념으로, 자원봉사자들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는 고령화시대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한편, ‘노-노 케어’는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하되, 지역사회 내 노인 간의 연대를 강화시켜 서로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처럼 형성된 유대관계는 홀몸어르신의 정서적 결핍을 해소하고 보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연결망을 유지시킨다.

‘노-노 케어’는 정부의 일방적 지원만으로는 홀몸노인을 충분히 보살필 수 없다는 인식에서부터 시작됐다. 그간 홀몸노인에 대한 정부 정책은 경제·의료 혜택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홀몸노인은 소득·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또한 몹시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다. 이에 따라 어르신들의 우울증·자살충동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고립(감) 해소가 절실하다.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노-노 케어’가 부각되고 있다.
이다솜 기자 soyo@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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