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노인취업지원 우수사례⑥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찾아드립니다
2011년 노인취업지원 우수사례⑥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찾아드립니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5.25 15:20
  • 호수 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영월노인회, 경제원칙 따라 전문성·경쟁력 갖춰 ‘결실’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층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일자리다. 은퇴 후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최고의 노인복지’란 말까지 등장했다. 노년기의 일자리는 소득기회 제공뿐만 아니라 심리·사회네트워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인들의 사회참여 확대와 노하우 전수의 측면에서도 그 효과는 탁월하다. 이에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는 전국 조직망을 활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어르신들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2만여명의 어르신들이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선물받았다. 백세시대은 노인일자리의 필요성을 알리는 한편 다양한 취업 사례를 공유하고자 2011년 노인 취업 우수사례를 매회 2편씩 연재한다. <편집자주>

▲ 실버수목관리사 교육생 어르신들이 현장실습을 받고 있다.
전북 전주시지회 “수목관리사, 노인에게 안성맞춤”

지난 8년 동안 양질의 취업희망자 확보와 구인업체 개발에 힘 써왔던 전주시지회가 지난해 2월부터 야심차게 실시하고 있는 일자리사업이 있다. 한국 환경관리지도사 총연합회 전북지부와 대한노인회 전북연합회·전주시지회가 함께 기획하고 실시하고 있는 ‘실버수목관리사양성사업’이다.

어르신 수목관리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일은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우선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노인일자리 사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단순 노무직을 연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을 통해 시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특히 수목관리는 체력이나 기술보다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노인 일자리로 적합한 직종이다. 어르신들에게는 소득보전과 일 할 기회를 제공하고, 수요처인 기업은 끈기 있고 연륜이 높은 고급 인력을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노인회 뿐 아니라 지자체와 민간단체도 함께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이다. 전주시와 한국환경관리지도사 총연합회 등의 민간단체가 연합해 연륜 있는 수목 전문가 양성에 힘을 모으고 있다. 취업교육을 통해 은퇴 후 새로운 전문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발전은 물론 환경개선, 일자리 창출 등의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대대적인 모집 광고를 통해 총 12명의 어르신들이 최종 선발됐다. 전직 공무원, 고등학교 퇴직 교장, 중소기업을 운영했던 전직 CEO출신 등 이력도 다양하다. 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어르신들은 나무에 대한 이해와 병충해관리 등 일주일 간 기본이론과 실습교육을 마쳐야만 한다. 물론 교육을 마쳤다고 바로 현장에 투입되지는 않는다. 농장주가 경험도 없는 새내기 실버수목관리사에게 고가의 수목을 실습용으로 난도질하도록 허락할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농원에서 실시하는 수목전정 실습과정을 무사히 마쳐야 비로소 전문 수목관리사로 활동할 수 있다.

‘수목전정’은 자연 그대로의 나무를 병충해로부터 보호하고,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모양과 생장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 목적에 따라 미관, 실용, 생리적인 측면을 고려해 생장을 돕거나 억제하기도 하고, 개화나 결실을 많게 조절하기도 한다. 따라서 실제로 나무심기, 병충해방제, 월동준비 등 필요한 기술을 습득해야만 비로소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철저한 교육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수목전정 기술은 일당도 높은 편이다. 숙련공은 일당 12만원, 비숙련공은 일당 6~7만원에 달한다. 일도 힘들지 않아 농사 경험이 있는 어르신들에게는 안성맞춤 일자리다. 현재는 1기생 11명이 한 달에 열흘 이상 실버수목관리사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 후에도 스스로 자조모임을 만들어 매달 모임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9월에는 2기 실버수목관리사를 모집해 20명을 선발, 교육했다. 1기에 부족하다고 여겨졌던 실습교육 시간도 늘렸다. 농장에서 보다 체계적인 교육을 10회에 걸쳐 받았다.

이는 수요처에서 필요로 하는 실무교육을 강화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올해는 3기와 4기 교육이 예정돼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농장주가 요구하는 신설과목도 추가할 예정이다.

전주시지회 취업지원센터의 목표는 단 하나다. 전문 수목관리사를 배출해 수료생 전원이 취업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취업지원센터 직원들은 농장과 노인회를 동분서주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정진하고 있다. 나무를 사랑하는 노인들이 앞으로 10기, 20기, 100기까지 배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 지역 휴양시설에 취업한 어르신들이 골프장 환경 정리 및 잡초제거를 하고 있다.
강원 영월군지회, ‘단골’ 구인기업 확보가 경쟁력

구인기업을 단골로 만들며 지역사회에 노인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강원 영월군지회 취업지원센터.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된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일하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을 찾아내 좋은 업체와 연결시켜 그 좋은 관계를 지속한다’는 취업지원 기관의 기본을 철저히 지킬 뿐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만을 앞세워 노인인력을 채용할 수 는 없다. 충분히 따지고 계산해서 기업에 이익이 된다고 판단이 들 때 비로소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월군 취업지원센터는 발로 뛰는 취업연계를 추구한다. 전 직원이 지역 내 100여 곳의 경로당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있다. 일자리사업은 건강하고 의욕있는 노인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는 박춘달 센터장의 신념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 곳곳을 찾아다니며 구직 희망자들과 심층 상담을 실시한다. 이장님댁도 수시로 방문해 구직희망 어르신들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수집한다. 센터를 찾는 구직 희망 어르신과의 꼼꼼한 취업상담은 기본이다. 또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노인들이 일할 만한 직종이 발견되면 책임자를 만나 취업지원센터의 역할과 계획 등을 알리는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취업지원센터는 양질의 인력확보와 함께 지속 가능한 구인업체 모집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구인업체 대표나 임원을 직접 찾아가 노인일자리의 필요성과 효과를 역설하고 있다. 특히 노인취업 가능 일자리 리스트를 별도로 마련해 집중 공략한다. 기술과 체력보다는 인내심과 성실함이 요구되는 단순 경비나 감시직종, 주차관리, 주유업무, 유원지·골프장 잡초제거 및 청소, 농산물 수확·선별 등이 이에 속한다. 지난해에는 사회 참여가 활발한 천연가스발전소, 종합휴양시설, 영농법인, 주유소, 시장조합 등과 계속 접촉을 시도해 왔다.

먼저 인사차 방문을 하고, 그 후부터는 수시로 찾아갔다. 일자리 연계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노인회 지회장님과 함께 방문해 노인인력 채용의 유리한 점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그 결과 휴양업체, 경비업체, 시장조합, 영농조합법인 등과 2년 째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종합휴양시설업체인 (주)동강시스타에는 골프장 잡초제거를 비롯해 볼마크 수리, 잡초제거 등 20여명의 어르신들이 일하고 있다. 영농조합법인은 김장철이면 절임배추생산에 필요한 인력 10여명을 채용하고 있다. 이 밖에 경비, 주차관리 등의 단순 업무는 수시로 일자리를 제공한다.

구인기업을 단골로 만드는 영월군지회 취업지원센터는 취업 후 기업과의 관계유지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 선별된 인원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 2차, 3차 구인요청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인력 보충 요청에 준비된 인력을 신속하게 배치하니 어르신들의 만족도와 회사의 신뢰도가 동시에 높아진다. 이를 위해 취업알선 후에도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다. 취업지원센터와 기업은 협력자라는 생각이 좋은 일자리와 급여를 보장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박춘달 취업지원센터장은 “노인취업도 결국 경제원칙에 따라 그 성패와 실적이 좌우된다”며 “노인인력이 잘 할 수 있는 업종을 찾고, 그 업체가 희망하는 인력을 즉시 연계할 수 있는 취업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가 대표 노인일자리 지원기관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다할 때 더 많은 단골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