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노인취업지원 우수사례⑦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찾아드립니다
2011년 노인취업지원 우수사례⑦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찾아드립니다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6.01 15:14
  • 호수 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 동구·광주 서구, 고령자 민간취업 알선 ‘총력’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층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일자리다. 은퇴 후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최고의 노인복지’란 말까지 등장했다. 노년기의 일자리는 소득기회 제공뿐만 아니라 심리·사회네트워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인들의 사회참여 확대와 노하우 전수의 측면에서도 그 효과는 탁월하다. 이에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는 전국 조직망을 활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어르신들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2만여명의 어르신들이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선물받았다. 백세시대은 노인일자리의 필요성을 알리는 한편 다양한 취업 사례를 공유하고자 2011년 노인 취업 우수사례를 매회 2편씩 연재한다. <편집자주>

▲ 부산 동구지회 권광숙 취업지원센터장(사진 오른쪽)이 재취업 어르신들의 고충처리를 위해 작업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사진 왼쪽은 취업에 성공한 김광수(62)씨.
부산 동구노인회, 구직자-구인기업 잇는 ‘교두보’ 역할 담당
“감사합니다! 대한노인회 동구 취업지원센터입니다”
“제 나이가 올해 ○○세인데… 혹시 일자리 있을까요?”

취업지원센터의 전화벨은 항상 분주하게 울린다. 센터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항상 반가운 목소리로 응대하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망설이듯 작은 목소리다.

‘수요자 중심의 친절 서비스’를 강조하는 부산 동구지회 취업지원센터. 이 곳에서 노인일자리를 전담하고 있는 직원들은 전화기 저편의 목소리만 듣고도 어르신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수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자신감, 그리고 성별과 연령, 상담내용을 종합하면 취업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항상 어르신들의 취업만 생각하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급변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노인 취업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노인일자리 숫자는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젊고 건강한 노인 인구는 이 보다 더 빠르고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100세까지 길어진 노후의 경제적 소득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에 대한 갈망은 더욱 크기만 하다. 과거 지금 노인세대들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에 심리적 괴리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이 보다 더 큰 벽은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다. 노인을 힘없고 약한 존재로 바라보기 때문에 이들에게 제공되는 일자리 또한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노인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스스로를 ‘취업 불가’ 내지는 ‘취업 곤란’으로 단정짓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동구지회는 ‘포기하는 순간 일자리도 없다’는 생각으로 노인일자리 연계에 나선다. 어르신이 원하는 일자리 제공은 물론 개인적인 인맥을 총동원해 가능한 인적, 물적 자원을 찾아 연결시키는데 집중하고 있다. 만약 일자리 적응에 곤란을 겪는다면 기업과 어르신들의 입장을 절충해 소통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나아가 어르신의 자아만족과 욕구 충족에 필요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부산 동구지회 취업지원센터는 ‘무엇이 진정 노인을 위한 것일까’를 고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권광숙 센터장은 “일자리가 없는 65세 이상 노인은 355만명, 이 중 구직 희망자는 114만명에 달하지만 정부가 창출하는 일자리는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2만여명에 불과하다”며 “법정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취업센터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 취업알선을 가로막는 더 큰 문제는 터무니없이 낮은 일자리의 질이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경비나 청소부, 환경미화 등 단순 노무직에 머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노인들도 많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자리를 연계해야하는 기관의 입장은 난감할 수 밖에 없다. 무조건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산 동구 취업지원센터는 상담을 의뢰하는 어르신과의 심층적인 면담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일하고 싶은 열정부터 과거 경력, 현재 경제상황, 일하고 싶은 영역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교육도 펼쳐야 하고, 재취업에 임하는 자세와 소중함도 일깨우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

단순 일자리 알선을 넘어 기업과 노인들을 연결하는 매개체의 기능까지 담당하는 부산 동구 취업지원센터의 힘찬 발걸음을 함께 응원한다.


 

 

▲ 광주 서구 양동지하철 스크린도어 공사 안전관리 요원으로 일하게 된 70대 재취업 어르신.

광주 서구노인회, 신뢰·신속성 담보로 ‘민간취업’ 개척
“생활고로 구직전선에 나선 분들은 대부분 70세 이상이다. 하지만 구인 기업들은 50~60대만 원한다. 서구지회는 나이와 체력은 반비례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동행면접, 민간취업알선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지회 노인취업지원센터를 찾는 어르신들은 90% 이상이 70세다. 나이가 많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이들은 40~50대 못지 않은 건강한 체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70세가 넘어가면 취업의 문은 더욱 좁아진다. 구인의뢰가 많은 건물 경비나 주차관리원, 병원 및 아파트 청소원들의 채용 연령은 68세가 마지막 커트라인이 된다. 60대 회원들은 기업 면접만 잘 진행되면 금새 일자리를 얻는 것과 분명히 비교되는 결과다.

그래서 광주 서구 노인취업지원센터는 센터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고정관념 타파에 발벗고 나섰다. 채용 기업에 신뢰감을 주기 위해 동행면접을 실시하고, 노인취업의 필요성과 효과를 직접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1명의 어르신을 취업시키기까지 구인기업과 구직자에게 10통이 넘는 상담이 이뤄지고, 3~4번의 취업알선 및 면접이 진행된다. 노인회의 다른 업무와 병행하다보면 퇴근시간도 잊는 날이 허다하다.
어르신의 적성에 맞고, 원하는 근무여건과 급여를 갖춘 민간기업에 취직이라도 되는 날엔 거의 축제분위기다. 그만큼 좋은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구 취업센터는 ‘어떤 형태로든 일자리를 신속하게 제공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가장 짧은 시간에 많은 취업을 연계했던 ‘하지H산업’의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하지H산업’은 서울시 양천구 신정4동에 위치한 용역회사다. 취업지원센터가 끈길지게 노인일자리의 경제성을 이해시킨 결과, 지난해 6월 회사 대표가 직접 “광주시 서구 양동 지하철에 스크린도어 공사에 필요한 안전관리 요원 3~4명이 필요하다”고 알려왔다. 다른 업무와는 달리 크게 힘쓰는 일이 아니라 70대 어르신 4명을 추천했다. 다음 날 센터직원과 4명의 어르신들이 서구 양동에 있는 회사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대표이사와 상담 및 면접을 거쳤고, 총 3명의 어르신들이 그 자리에서 채용됐다. 신속하게 상담과 면접, 채용을 진행한 직원들의 노고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고령의 어르신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 직원들이 가뭄과 폭염 속에 소낙비를 맞는 기분을 느꼈다. 늘 사업체를 찾아다니며 일자리를 부탁하는 입장에서 어느새 구인을 부탁받는 입장에 선 것이라 그 의미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특히 최근에는 취업 후 일을 금방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재취업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사전에 근무내용과 보수를 파악하고, 취업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정부(행안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 및 희망근로사업은 임금은 적지만 일이 편하다. 반면 민간취업은 전문성이 필요하거나 일은 다소 힘들지만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다.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찾아드리기 위해 광주 서구지역을 동분서주 하고 있는 노인취업지원센터 직원들. 이들은 어르신들이 일할 수만 있다면 민간취업 뿐 아니라 공공기관, 정부의 일자리 사업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구인처 및 구직자를 발굴하기 위해 오늘도 발품을 팔고 있다. 고령의 지역 어르신들에게 일하는 보람을 선물하기 위해서다.
정리=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