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세대를 이해합시다①_ 4050세대
권위의식 버리고, 실용·건강·문화 적극 투자
자녀세대를 이해합시다①_ 4050세대
권위의식 버리고, 실용·건강·문화 적극 투자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6.01 16:07
  • 호수 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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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고령화로 최근 평균수명이 급격히 늘면서 인생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사이에 많게는 30~40년의 연령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흔히 생물학적 관점에서 아이가 성장해 부모가 될 때까지의 기간으로 구분하는 30년의 세대(generation)가 전기노인과 후기노인 사이를 벌려 놓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70~80대 어르신들에게 40~50대는 ‘철없는’자녀세대의 범주에 속합니다. 특히 1960~70년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한국사회의 격동기 당시 40~50대였던 70~80대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헌신으로 가능했던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과실을 먹고 자란 40~50대와 세대차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본지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 노년세대간 또는 노년세대와 자녀세대간 소통과 공감의 장을 마련하고자 70~80대 어르신들이 40~50대 자녀세대와 10~20대 손자손녀세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각각 2회씩 모두 4회에 걸쳐‘자녀세대를 이해합시다’란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 4050세대는 건강과 외모에 관심이 많아 자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중년 남성들의 변화가 눈에 띤다. 한 이벤트 행사장에 참여한 50대 남성들이 피부마사지, 패션 코디 등 ‘꽃중년 변화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연합>
대기업 임원 A(55)씨는 캐주얼 의상을 자신의 취향에 따라 직접 맞춰 입는다. 특히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청바지나 스포츠 브랜드 의류를 즐겨 입는다. 매일 스포츠센터를 찾아 수영과 헬스로 근육 만들기에 열심이다. 또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등산을 하고, 틈틈이 아들과 컴퓨터 게임도 즐긴다. 그는 “생활환경이 변하고 수명이 늘어난 만큼 과거보다 10년은 젊게 살아야 한다는 게 신조”라고 말한다.
분당에 사는 김수향 씨(53·여·주부)는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30대 후반~40대 초반의 나이로 보인다. 몸매가 잘 드러나는 원피스를 즐겨 입고, 짧고 세련된 헤어스타일을 고수한다. 건강과 몸매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세 번씩 요가도 꾸준히 배운다.

과거 중장년층이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세대였다면, 현재의 4050세대는 직장과 가정에 충실하며 자신에게도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세대다.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고 건강과 외모에 신경을 쓴다. 젊은이들 못지않게 유행에 민감하다. 대부분의 중장년층이 실제 나이보다 더 젊고 건강해 보이길 원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활기차고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즐기려는 성향이 강하다. 또한 문화적 욕구가 높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적극적이라 정보기기도 능숙하게 다룰 줄 안다.

40~50대 즉, 4050세대는 6·25전쟁 후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났다. 이들은 한국의 고도 성장기에 청년기를 보냈고, 40세 전후에는 IMF 위기를 극복하며 국가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은 은퇴를 앞둔 예비노년층에 속한다. 자녀는 결혼 후 분가했거나 결혼적령기다. 일을 계속하든 여가를 즐기든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2010년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40~50대는 15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인구의 36%를 차지하는 수치로, 20~30대(35%)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다.

▲“아줌마·아저씨라 부르지 말라”
4050세대는 아저씨, 아줌마가 되는 것을 스스로 거부한다.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것을 원하며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따라서 패션과 외모에 관심이 높다. 칙칙한 양복과 튀어나온 배가 상징적이었던 40~50대 남성들도 캐주얼 의상을 즐겨 입는다. 자신이 직접 어울리는 옷을 고르고, 피부과나 마사지 숍도 당당하게 찾는다. 이전엔 꼬불꼬불 파마머리에 펑퍼짐한 치마로 상징되는 ‘아줌마’에 속했던 40~50대 여성들도 꾸준한 자기관리로 30대 못잖은 몸매를 자랑한다.

이처럼 중년의 삶을 멋지게 그려가는 이들이 늘면서 최근엔 ‘루비족’, ‘노무족’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루비족은 상쾌함(Refresh), 특별한(Uncommon), 아름다움(Beautiful), 젊음(Young)의 영문 첫 글자를 딴 신조어로 20대와 같은 멋과 패션, 젊음을 추구하는 40~50대 중년여성들을 말한다. 노무족(No more uncle)은 권위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실용성과 멋을 추구하는 40~50대 중년 남성들을 지칭한다.

루비족과 노무족은 달라진 4050세대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들은 자신을 가꾸고 투자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뿐만 아니라 건강과 젊음 유지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유로운 사고와 생활을 추구하며 다른 세대와 융합하고자 노력한다.

특히 가부장적이었던 남성 가장들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들은 자신을 위한 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가장은 돈만 벌어다 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과 생활을 공유하고자 노력한다.

고운세상마케팅연구소 임현진 이사는 “예전에는 40~50대 남성의 경우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만 권위적이고 가족 내에서 친밀감이 없어 동떨어진 사람으로 여겨졌다”며 “최근에는 주5일제, ‘웰빙’(Well Being·심신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함) 트렌드와 맞물려 자기를 가꿀 줄 알고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세대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관심사, ‘고물가’ ‘안티에이징’
그렇다면 4050세대가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1년 대표 키워드 및 모바일 이용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0~50대의 최대 관심사는 ‘고물가’ ‘안티에이징’ ‘기상변화’였다. 이 보고서는 지난 1년간 온라인포털사이트 ‘다음’에 제공된 기사를 문화·생활, 경제, 스포츠·엔터테인먼트 3개 분야로 나눠 각 분야별 인기 기사 상위 1500개를 분석한 결과다.

경제분야에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이 대중적 관심을 모은 가운데, 40~50대는 ‘고물가’ 관련 기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고물가 관련 소식은 배추 가격, 점심 식사 가격, 장바구니 물가 등이었고, 연령별 기사 조회 수에서 1~4위를 40~50대가 휩쓸었다. 이를 통해 조부모와 자녀를 부양하며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4050세대의 역할과 책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화·생활 분야에서는 ‘기상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유난히 기온이변이 잦았던 지난해, 이상기후, 구제역, 일본 지진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더불어 ‘안심 먹거리’에도 4050세대의 관심은 높았다.

스포츠·엔터테인먼트(놀이문화) 분야에서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쎄시봉’ 공연이 최대 관심사로 꼽혔다. 조영남·송창식·윤형주·김세환씨를 주축으로 한 ‘쎄시봉’ 열풍은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시니어들이 젊은 세대처럼 박수 치고 눈물 흘리고 싶어 하는 문화적 요구를 자극해 콘서트 등을 개최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아날로그-디지털 공존… 정보 활용도 높아
4050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가 공존하는 유일한 세대다. 현재 직장에서 핵심적인 직책을 맡고 있는 이들은 스마트폰 및 SNS(인터넷을 활용한 1인 커뮤니티) 활용에도 능숙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마케팅자료 전문 사이트 ‘DMC미디어’ (www.dmcmedia.co.kr)가 지난 4월 발표한 ‘소셜 지수’에 따르면 40~50대의 SNS 활용성 지수는 61.9점으로, 20~30대(68.2점)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소셜 미디어 이용 경험 및 시간은 20~30대 59.3점, 40~50대 41.7점으로 많은 차이를 보였다.

‘소셜 지수’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 마이피플 등), 마이크로 블로그, 미니홈피, 프로필 기반 서비스(페이스북) 등의 새로운 미디어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이고, 얼마나 활용하는지 수치로 나타낸 지표다.

DMC미디어 R&D팀 배진철 부장은 “40~50대의 뉴 미디어의 이용시간은 아직까지 젊은 세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활용도와 관계성 지수는 20~30대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한 만큼 향후 소셜 미디어를 점진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은퇴 후에도 재취업·창업 ‘열풍’
4050세대는 은퇴 후에도 새로운 일자리를 얻어 경제활동을 계속 유지하려는 욕구가 높다.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를 모두 부양했던 이른바 ‘낀 세대’지만 정작 본인을 위한 노후 준비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최근 전경련(이하 전경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퇴직을 앞둔 베이비부머(1955~63년생) 중 56.3%가 ‘퇴직이후 노후생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응답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가입자 자료를 토대로 베이비부머의 노후준비 실태를 분석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학력이 높기 때문에 여가선용보다 재취업과 창업에 더욱 관심이 많다.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55~64세의 취업희망자 비율은 73.9%에 달한다. 이 중 48.8%가 재취업을 원했고, 20.6%는 자영업 또는 창업을 희망했다.

4050세대의 재취업·창업 ‘열풍’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 2007년 2~3월 한 달 평균 121건 등록에 그쳤던 50대 이상 고령 구직자의 이력서가 올해 초 월평균 653건이 등록됐다. 불과 5년 새 5.4배나 증가했다. 전체 이력서 중 50대 이상 이력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0.6%에서 1.6%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40~50대 구직 희망자들이 이력서에 올리는 희망 업종은 매장관리, 판매, 고객상담, 리서치, 영업, 기능, 생산, 노무 등 ‘단순직’이 많았다. 젊은층은 6개월 안팎의 비교적 짧은 기간의 일자리를 원했지만 40~50대의 71% 이상은 1년 이상 안정적인 단기 일자리를 찾았다.

이영걸 알바몬 이사는 “노년 인구의 증가와 함께 경제활동을 원하는 고령 아르바이트 구직자의 임시직 노동시장 유입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 단순하고 장기적인 일자리를 얻으려는 고령 구직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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