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세대를 이해합시다②_ 4050세대
도시이주·고학력·교육열 특징…‘부모 모시랴 자식 챙기랴’ 노후준비 뒷전
자녀세대를 이해합시다②_ 4050세대
도시이주·고학력·교육열 특징…‘부모 모시랴 자식 챙기랴’ 노후준비 뒷전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6.08 13:45
  • 호수 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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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고령화로 최근 평균수명이 급격히 늘면서 인생 10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인구 사이에 많게는 30~40년의 연령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흔히 생물학적 관점에서 아이가 성장해 부모가 될 때까지의 기간으로 구분하는 30년의 세대(generation)가 전기노인과 후기노인 사이를 벌려 놓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70~80대 어르신들에게 40~50대는 ‘철없는’자녀세대의 범주에 속합니다. 특히 1960~70년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한국사회의 격동기 당시 40~50대였던 70~80대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헌신으로 가능했던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과실을 먹고 자란 40~50대와 세대차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본지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 노년세대간 또는 노년세대와 자녀세대간 소통과 공감의 장을 마련하고자 70~80대 어르신들이 40~50대 자녀세대와 10~20대 손자손녀세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각각 2회씩 모두 4회에 걸쳐‘자녀세대를 이해합시다’란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 부모, 자녀에 대한 부양책임을 동시에 안고 있는 4050세대. 이들은 사실상 부모를 직접 모시는 마지막 세대로, 70~80대 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생활비와 의료비 등 경제적 부담을 감내하려는 특징을 지닌다. 사진=연합
4050세대는 6·25전쟁이 끝난 직후 출산율이 이전보다 크게 높았던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한국 현대사의 산 증인들이다. 이들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앞으로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경제적 기대감 속에서 태어나 고도 성장기에 청년기를 보냈다. 1962년 발표된 ‘경제개발5개년계획’과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태동기, 즉 보릿고개를 넘고 희망의 젖병을 물고자란 세대다.

이후 5·16군사정변, 5·18민주화운동, IMF 위기 등 격동의 시기를 온몸으로 버텨내며 국가경제 발전의 초석을 다진 이들은 현재 은퇴를 앞둔 예비노년층에 속한다. 도시이주·고학력의 첫 세대, 뜨거운 교육열의 장본인이다. 현재 이들은 70~80대 노부모의 봉양을 걱정하고, 결혼적령기 자녀의 결혼에 관심이 많다. 또한 일을 계속하든 여가를 즐기든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부모봉양·자식부양 2중고, ‘낀세대’
4050세대는 부모, 자녀에 대한 부양책임을 동시에 느끼는 가장 고달픈 세대다. 사실상 부모를 직접 모시는 마지막 세대인 셈이다. 그래서 이들은 ‘낀세대’ ‘샌드위치세대’로 불린다.

이들은 70~80대 부모의 생활비와 의료비 등 적지 않은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 특히 최근 평균수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경제적인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통계청 조사(사회조사를 통해본 베이비붐세대의 특징·2010)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10명중 7명이 부모 생활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의 생활비 주 제공자를 묻는 질문에 모든 자녀가 부담한다는 응답이 33.6%로 가장 많았고, △장남 또는 맏며느리 18.8% △아들 또는 며느리 13.9% △딸 또는 사위 2.4% 등이었다. ‘부모 스스로 해결한다’는 응답은 30.8%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부모 부양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학비와 결혼비용 마련도 자신의 몫이라 여기고 있었다.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었더니 ‘자녀의 대학교육비’는 99.1%, ‘자녀 결혼비용’은 90%가 ‘지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대학등록금이 1000만원을 넘어서면서 대학이 부모 등골을 뺀다는 의미의 ‘등골탑’ 혹은 ‘인골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실제로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지난 2010년 베이비붐세대 46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은퇴 후 자녀결혼자금(29.2%), 자녀교육자금(26.9%), 은퇴 후 생활자금(26.9%) 등의 순으로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자녀 교육과 결혼자금에 짓눌려 막상 자신들의 노후 준비는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태생은 농촌, 10~20대 도시로… 도·농 문화 공유
한국의 40~50대는 도시와 농촌 문화를 동시에 공유하는 유일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 대부분은 농촌에서 태어나 성장했지만 10대 또는 20대에 도시로 이주했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전국 15개 시·도 베이비부머 4674명 중 54.2%가 읍·면 지역에서 성장하다 10대와 20대에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이었다. 직장을 얻으려고 도시로 진출한 경우가 49.0%로 가장 많고, 대학 진학 등 교육적인 이유가 20.5%, 가족이주 14.1%, 결혼 11.1% 등이었다.

4050세대의 자산보유 현황만 살펴봐도 이들의 도·농 문화 공유현상은 두드러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베이비부머 통계 자료(2010년)에 따르면, 베이비붐세대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우리나라 전체 토지비중의 42%, 건물 58%, 주식 20%다. 일찍이 도시생활을 시작했지만 토지비중이 42%에 달하는 것은 미국, 일본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특히 최근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귀농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귀농인구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 1월 농림수산식품부가 도별 귀농인구를 예비집계한 결과, 지난해 귀농가구 수는 6500가구에 달했다. 2002년(769명)과 비교하면 10년 새 9배나 증가했다. 귀농인구의 직업 중 직장 은퇴자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고, 연령별로는 은퇴연령 전후인 50~59세가 1457가구로 전체 35.8%를 차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성주인 농촌발전팀장은 “귀농인구의 증가는 농촌에 대한 어릴 적 추억과 농사경험을 가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대도시 거주 베이비부머의 66.3%가 농어촌 이주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 중 13.9%는 5∼10년 안에 이주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귀농을 선택한 4050세대는 바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고향에서 삶의 여유로움을 되찾고 싶어했다”며 “그들은 퇴직 전부터 전원의 삶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뜨거운 ‘교육열’…삶의 보람은 ‘자녀’
베이비부머의 가장 특징은 본인이 원하는 수준까지 학교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자녀만큼은 자신이 책임지고 교육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교육열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밑거름이 됐다.

4050세대는 6·25전쟁 이후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첫 세대다. 이로 인해 이전 부모세대보다 학력은 상당히 높아졌다. 베이비부머의 4분의 3 정도가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췄다. 부친 세대의 고졸 이상 학력 비율은 11%였고 대부분 무학(39.1%), 초등학교 졸업(39.77%) 정도에 그쳤다. 이들은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자신을 중간계층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88%로 높았고, 부모보다 계층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41.2%에 달했다.

하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중 자신이 원하는 단계까지 학교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은 64.2%로 여전히 높았다. 그 이유로 ‘경제적 형편’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9.2%로 가장 많았고, 집안돌봄(6.1%), 시험실패나 학업부진(5.9%), 부모의 사고방식(5.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며 대한민국을 세계 무역규모 8위의 경제대국으로 이끈 산업역군들에게 끊임없는 경쟁과 희생이 요구됐던 것이다. 이들은 농경사회에서 도시·산업화시대로 급격한 사회변화에 적응해야 했고,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희생을 끊임없이 강요당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삶은 과감히 포기해야만 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 배우지 못하고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자식들이 누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이들에게 자녀는 유일한 삶의 보람이자 행복이었다. 자녀에 대한 큰 기대와 애정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한민국의 ‘교육열’을 낳은 것이다.

▲부부만의 시간 19.4년… 노후준비는 ‘낙제점’
자녀 독립 후 노부부가 독립적으로 생활해야 하는 시간은 20여년으로 늘었지만 이들의 노후준비 점수는 ‘낙제점’에 가깝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자녀가 모두 독립하고 부부만 남는 ‘빈 둥우리’(empty nest)기는 19.4년이다. 부모세대(1.4년)와 비교하면 이 기간이 14배나 늘었다.

이들은 평균 24.95세에 결혼했고, 결혼 후 4년 이내에 평균 2명(1.92명)의 자녀를 출산했다. 평균수명 80세를 기준하면 60세 전후에 자녀를 출가시키는 셈이다. 특히 ‘평생직장’ 개념도 깨져 직장을 중간에 그만둔 경험이 있는 비율도 남성 63.2%, 여성 39.9%로 높게 나타났다. 현재 남성은 93.1%, 여성은 60.8%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노년기에 비해 노후대책은 미비하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39~65세 중장년층 1086명을 대상으로 ‘저출산·고령화 국민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노후 준비율은 45% 내외에 불과했다. 나머지 55%는 노후 준비를 안하고 있었다.

연령별로는 노년층에 가까워질수록 노후 준비율이 낮았다. 39~47세 연령층은 45%가 노후준비를 했지만, 57~65세 연령층은 그 비율이 39%에 그쳤다. 그동안 자녀교육 등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은퇴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의 노후 대비를 가로막는 장애 요인으로 사교육비와 높은 집값을 꼽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비부머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교생 자녀가 53만4000원(월 생활비의 17.3%), 대학생이 40만4000원(월 생활비 14.4%)이었다. 부동산은 전체 자산 가운데 76%를 넘어 처분해서 쓸 수 있는 돈이 적었다. 대출도 평균 5700만원씩 지고 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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