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노인취업지원 우수사례⑨
“노인취업, 민간일자리 개발과 지역소통이 해법”
2011년 노인취업지원 우수사례⑨
“노인취업, 민간일자리 개발과 지역소통이 해법”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2.06.29 11:20
  • 호수 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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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층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일자리다. 은퇴 후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최고의 노인복지’란 말까지 등장했다. 노년기의 일자리는 소득기회 제공뿐만 아니라 심리·사회네트워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인들의 사회참여 확대와 노하우 전수의 측면에서도 그 효과는 탁월하다. 이에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는 전국 조직망을 활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어르신들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2만여명의 어르신들이‘일할 수 있는 기쁨’을 선물받았다. 백세시대은 노인일자리의 필요성을 알리는 한편 다양한 취업 사례를 공유하고자 2011년 노인 취업 우수사례를 매회 2편씩 연재한다. <편집자주>

▲ 서울 도봉구지회 취업지원센터 직원들이 취업박람회장을 돌며 취업희망자 모집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노인회, 민간취업 집중·신속한 알선이 센터 경쟁력
2010년 4월 문을 연 서울 도봉구지회 취업지원센터에는 ‘항조온세(恒造溫世) : 항상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자’란 글귀가 커다랗게 적혀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센터 훈(訓)이다. 직원들은 그 의미를 매일 되새기며 다양한 노인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끊임없이 노력하며 달려가고 있다.

사실 도봉구지회는 2010년 부진기관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면서 센터 존폐 위기에까지 처했다. 아무런 기틀도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맞게 된 시한부적 삶.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직원들이 멘토링 교육을 자처했고, 지역 곳곳을 누비며 찾아다닌 결과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변화가 생겼다. 우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무한한 가능성을 얻었다. 또한 노인 민간취업에 대한 노하우와 통계들이 축적됐고, 내공도 강해져 센터 경쟁력도 한층 강화됐다. 전 직원이 이를 악물고 힘을 합친 결과 단 1년만에 부진기관이 우수기관이 됐다.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도봉구지회 취업지원센터는 고객들의 방문과 전화 벨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사무실에는 회원들로 북적이고, 늘 활기가 넘친다. 직원들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해 9월까지 센터를 통해 취업을 알선 받은 어르신은 모두 421명, 그리고 현재까지 취업을 유지하고 있는 회원은 187명에 달한다. 월 평균 40여명의 알선, 20명의 취업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단시간에 꼴찌가 1등을 따라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선택과 집중, 그리고 신속한 대응체계를 갖춘 것이 해법이다. 도봉구 노인취업지원센터는 2010년 11월 업무분장을 통해 민간취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공공일자리사업은 사무국으로 이관하고, 오로지 민간취업 알선에만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예상대로 업무분장 이후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신속한 일자리연계 시스템도 주목할 만 하다. 취업 희망자원을 박람회 현장 모집투어, 유관기관 협조, 매체홍보 등을 통해 확보했다면 그 즉시 가능한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 워크넷과 일자리플러스센터 등 공공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업체 개발을 진행해 온 결과 2011년 1월에서 9월까지 등록된 사업체 수만 79개에 달한다. 이 중 23개 업체에서 104명의 어르신을 채용했다.

지역적 특색과 계절적 특성을 고려한 알선정책도 한 몫했다. 수도권 동북부 주변에 산재한 골프장과의 인접성을 활용, 2~3월 봄철에 100여명의 취업실적을 올렸다. 또한 8월 장마와 폭우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쏟아낼 때, 29명의 일자리를 알선했다. 이는 한석삼 센터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감각과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휴일과 업무시간을 가리지 않는 고객 서비스를 빼 놓을 수 없다. 주말이면 사무실 전화를 핸드폰으로 착신 연결해 고객 대응력을 높였다. 일이 많아지면서 조기 출근과 늦은 퇴근은 다반사였다. 휴일에도 업체 면접을 위해 어르신과 동행하기도 했고, 여름휴가 기간에도 전화응대를 쉬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자 회원들과 업체의 신뢰도와 인지도는 자연히 높아졌다. 소위 말하는 ‘단골’ 구인업체까지 생겨났다.

이와 함께 업체 및 고객 사후관리 분야에도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우선 취업한 어르신들에게 다음날 전화로 출근 여부를 확인한다. 근무요령과 근무시 자세 등에 대한 설명도 빠뜨리지 않는다. 이후 1개월, 3개월 때마다 취업 후 적응여부와 애로사항 등을 점검한다.
상담부터 취업 후 관리까지 이뤄진 모든 내용이 고객관리 자료로 기록 보관되고 있다.

▲도봉 센터 운영 10계명(誡命)
①자신의 일에 자신감을 가지자
②고객에게 진정성과 대응력으로 신뢰를 주자
③뚜렷한 목표 의식과 추진력을 가지자
④업무일지는 매일 상세하게 기록하자
⑤취업관련 증빙 자료는 확실히 하자
⑥보관서류 편철을 잘해 상시점검에 대비하자
⑦유관기관의 자원연대를 위해 노력하자
⑧센터 활성화를 위해 찾고 노력하자
⑨신독(愼獨)을 통해 자기 관리를 잘하자
⑩항상 희망과 비전을 갖고 최선을 다하자.

▲ ‘씨밀레 베이커리&카페’에서 제빵사와 바리스타로 일하는 어르신들이 포즈를 잡고 있다.
경기 광주시노인회, 자체 운영 베이커리 카페 ‘인기’
경기 광주시지회 노인취업지원센터는 고즈넉한 카페를 운영하면서 노인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소통, 이윤창출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함께 잡고 있다. 이는 쓰레기줍기, 청소 등 단순 노무직에 한정된 노인일자리 분야를 보다 확대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다.

‘씨밀레 베이커리&카페’는 2010년 11월 16일 문을 열었다. 씨밀레는 ‘영원한 친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친근히 다가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추구하며 지은 이름이다. 이 카페를 통해 노인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수익과 사회공헌까지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씨밀레 카페는 경기도에서 기초투자 사업비 4000만원을 지원받고, 시장형노인일자리 사업비로 어르신들 인건비와 약간의 재료비를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다. 제빵은 물론 바리스타 역할도 모두 어르신들이 담당하기 때문에 수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선발된 10여명의 회원들은 2개월 간 제과제빵과정과 바리스타 교육을 수료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제빵 기계와 커피머신 등의 장비도 직접 구매하고, 실내 인터리어도 모두 어르신들의 의견을 반영해 완성됐다.

현재 매장에서는 어르신들이 직접 구운 빵과 수제쿠키를 비롯해 다양한 음료·차 등을 판매한다. 지역기관과 연계해 어린이집, 관공서, 경로당, 사회복지단체 등의 주문 배달서비스도 펼치고 있다.

카페가 지리적으로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해 홍보와 매출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우선 대한도시가스의 후원으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쿠키체험교실을 운영한다. 여름, 겨울철 방학기간에는 어린이 제과제빵 체험교실도 열고 있다. 또 광주시 문화센터 여성강좌 중 제과제빵 교실 취미반을 운영해 다양한 세대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광주시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수제 음료판매 및 제빵체험 마당도 수시로 열고 있다. 지난해 열린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광주 왕실 도자기축제 기간 중에는 한 달 간 부스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방법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고 함께 소통하면서 씨밀레 실버카페는 광주시에서는 사회적 이슈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단순히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수준을 넘어 사회참여형 민간일자리 사업으로 거듭나는 발판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김희옥 취업지원센터장은 “어르신들도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새로운 일터에서 젊은 사람 못지않은 열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다”며 “제과제빵자격증과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맛있는 빵과 음료를 개발하기 위해 매일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어르신 카페를 시작할 때에는 ‘과연 잘 운영해 나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과 불안감이 컸지만 지금은 앞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씨밀레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씨밀레 카페가 위치한 자리가 상권이 좋거나 교통편이 좋은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 부지는 과거 공동묘지가 있던 자리였다.
광주시가 새로운 상업문화 구역 조성을 위해 인근에 공원을 만들고, 어르신 일자리 제공을 위해 건물 하나를 광주시지회에 위탁했지만 실버카페 운영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공동묘지였던 곳에서 노인들이 파는 커피를 과연 손님들이 마시러 올까?”라는 부정적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곳은 어르신들의 꿈과 희망이 자라나는 생명의 공간이 됐다. 어르신들은 빵과 음료에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을 담아 판매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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