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노인취업지원 우수사례⑪
홀몸노인·여성노인 등 취약계층 위한 노인일자리 발굴 ‘시급’
2011년 노인취업지원 우수사례⑪
홀몸노인·여성노인 등 취약계층 위한 노인일자리 발굴 ‘시급’
  • 관리자
  • 승인 2012.07.13 15:31
  • 호수 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생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층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일자리다. 은퇴 후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일자리가 최고의 노인복지’란 말까지 등장했다. 노년기의 일자리는 소득기회 제공뿐만 아니라 심리·사회네트워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인들의 사회참여 확대와 노하우 전수의 측면에서도 그 효과는 탁월하다. 이에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는 전국 조직망을 활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어르신들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2만여명의 어르신들이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선물받았다. 백세시대은 노인일자리의 필요성을 알리는 한편 다양한 취업 사례를 공유하고자 2011년 노인 취업 우수사례를 매회 2편씩 연재한다. <편집자주>


여수시노인회, 홀몸노인에게 일터는 ‘생명줄’
2011년 3월 어느 날. 남자 어르신 두 분이 사무실을 방문했다. 선해 보이는 인상에 조금은 힘이 없어 보이는 어르신 한분과 그 어르신을 대신해 모든 말씀을 해주시는 또 다른 한 분이었다. 두 분의 관계는 다름 아닌 집주인과 세입자였다. 단칸방에 홀로 사는 세입자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집주인이 노인회 취업지원센터까지 직접 모시고 왔던 것이다.

일단 어르신의 이력과 취업희망 신청서를 작성하고, 상담에 들어갔다. 이름은 김춘식(가명), 나이는 1943년생, 학력은 고졸, 가족관계는 없음, 전직은 자영업. 상담 중 “가족들은 아무도 안 계세요?”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셨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몰라도 가족 이야기를 꺼낸 후,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지 오래인 것 같았다.

김 어르신은 월세 15만원의 단칸방에서 홀로 살고 있었다. 노령연금 외에 다른 소득원이 없다보니 그 흔한 휴대전화도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그 월세마저 감당하기 힘들어 더 작은 방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떤 일이라도 좋으니 어디든 일할 수 있게만 해 달라”며 두 손을 꼬옥 잡았던 어르신의 간절한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일자리 찾아서 금방 연락드릴께요. 걱정마세요”라는 말로 위안을 드려 보냈지만 마음은 결코 편치 않았다. 이미 노인일자리사업은 3월부터 시작됐고, 일흔을 넘긴 고령의 나이 때문에 연계해 드릴 일자리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김 어르신은 동사무소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해 3개월 정도 일을 하셨다. 이따금 소식이 궁금해 전화를 하려면 함께 오신 집주인 어르신과 통화를 해야 했다. 그렇게 안부를 묻던 8월. 전자화학고등학교 야간경비원으로 일할 어르신을 알선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오후 5시부터 오전 8시까지 밤샘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일이었다. 고등학교라 야간자율학습으로 하교가 10시가 넘고, 기숙사가 있어 학생들이 항시 상주하고 있어 근무조건이 초등학교에 비해 더 힘들었다. 그 대신 아침과 저녁 식사를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문득 김춘식 어르신이 생각났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니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식사도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았다. 작은 방에서 홀로 외로운 밤을 보내는 것보다 학교에서 보내시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어르신의 의견을 물었다. 걱정은 기우였다. 김 어르신은 흔쾌히 근무하겠다고 허락하셨다. 그 즉시 사무실에서 이력서를 작성하고, 고용업체와 학교 측에 연락해 면접 날짜를 잡았다.

김 어르신의 의욕적인 모습에 업체방문 면접과 학교장 면접은 어렵지 않게 마쳤다. 그리고 면접 다음 날부터 바로 인수인계가 시작됐다. 전자경비시스템 설치 및 해제방법을 익히고, 야간 순찰방법과 근무일지 작성 등의 모든 업무를 하루 만에 모두 배웠다. 웃음기 없던 어르신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학교 측도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야간 업무에 일은 다소 고되지만 노인일자리사업보다 월급도 많고,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어 김 어르신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됐다. 취업 후 매달 김 어르신의 근무상황을 점검하면 “성실히 근무 잘하고 계시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춘식 어르신처럼 다양한 사연과 이유를 가진 어르신들이 오늘도 취업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린다. 저마다의 기대와 희망을 품고서 말이다. 그 때마다 김 어르신의 눈물짓던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취업 후 활짝 웃던 모습을 함께 생각한다. 인생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사회의 어르신들에게 취업은 생존을 위한 필수과정이 됐다. 여수시 지역 어르신들이 일자리 걱정없이 지금보다 더 크게 웃을 수 있도록 노인취업지원센터는 뛰고 또 뛴다.



당진군노인회, “행복도우미를 소개해 드립니다~”
노인일자리사업 대부분은 경비, 환경미화, 교통봉사 등 단순 노무직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남자 어르신 중심이다. 실제로 남성보다 여성의 수명이 10년 정도 더 길지만 여자 어르신들의 일자리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같다. 경비직은 두 말할 여지도 없고, 아파트 미화원도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관절이 안 좋으신 대부분의 여성 어르신들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음식을 만드는 식당을 찾아봐도 40~50대 젊은 여성들을 찾는다고 단칼에 거절당하기 일쑤다.그래서 당진군지회 노인취업지원센터는 “어떻게 하면 일을 하고 싶은 여성 어르신들의 취업률을 높일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부터 직업 알선을 시작한 일이 바로 가사도우미다.

때마침 당진군지회 노인취업지원센터에 한 중년 남자분이 전화를 걸어왔다. 가사도우미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혼 후 4명의 아이들을 돌보느라 아침에 밥과 빨래를 해 줄 분을 찾는다는 것. 그 분은 신분 노출을 꺼려 전화로 도우미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문득 최근에 센터 상담을 받았던 인춘복(가명) 어르신이 떠올랐다. 인 어르신은 홀로 작은 단칸방을 얻어 생활하는 홀몸노인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덜고자 백방으로 일을 찾아다녀도 마땅한 취업자리가 없어 취업지원센터를 방문한 것.

시기가 맞아 어르신에게 가사도우미 일을 소개했고, 어르신도 흔쾌히 승낙하셔서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인 어르신은 가사도우미 모범 사례로 손꼽힐 정도로 현재까지 업무를 매우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의 일과는 초등학교 1학년 막내 아이를 깨우는 일부터 시작된다. 엄마 품이 그리운지 할머니의 목을 끌어 안고서야 눈을 뜬다. 네 아이의 등교시간은 늘 분주하다. 아침을 준비하며 아이들 학교 갈 채비를 돕는다. 깔끔한 빨래와 청소는 기본이다.

처음에는 낯설어 하던 아이들도 조금씩 달라졌다. 이젠 친할머니처럼 친근하게 대해준다. 아이들 아버지는 찬거리 준비에 쓰라며 신용카드를 건넬 정도로 서로 간의 믿음이 두터워졌다. 하지만 인춘복 어르신은 힘이 좀 더 들어도 재래시장에서 싸고 싱싱한 반찬을 고집한다. 지금은 도우미 일이 아니어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왕래도 잦아졌다.

인 어르신은 “가족의 사랑이 부족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집안일을 돕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정성과 사랑까지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성어르신들의 가사도우미 성공사례가 늘어나면서 당진군취업지원센터에서는 가사도우미 소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어르신들에게 직업의식과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최근 맞벌이 가정이 크게 늘면서 가사도우미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에 사전 교육은 필수가 됐다.

교육 중에는 “어르신들이 행복한 마음을 전달해주는 행복 바이러스”라며 “아들과 딸집에 가서 일을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일하면 작업도 힘들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다”고 늘 강조한다. 이로 인해 어르신들도 교육을 받은 후에는 당당하고 자신 있게 일을 하신다.

노인일자리를 개척해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민간취업은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당진군지회 노인취업센터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모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사업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가사도우미’는 여성 어르신들과 결손 가정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해 성공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엄마로서 수 십년을 살아온 여성 어르신들이 위기가정 및 해체가정을 찾아가 사랑을 주고, 또 받는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 평생 쌓은 삶의 경륜과 사랑을 나누는 어르신들에게 ‘가사도우미’란 표현보다는 ‘행복도우미’ ‘건강가정 도우미’란 표현이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