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 4주년, 개선점은…
요양기관 양적 확대는 ‘안정권’… 서비스 질은 아직 갈길 멀어
노인장기요양보험 4주년, 개선점은…
요양기관 양적 확대는 ‘안정권’… 서비스 질은 아직 갈길 멀어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2.07.13 16:58
  • 호수 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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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질환으로 혼자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에게 신체활동이나 일상가사노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 7월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어느덧 시행 4주년을 맞았다. 그간 다양한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많은 개선점이 남아 있고, 이는 현장에서 직접 만나는 요양보호사와 장기요양보험 이용자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지난 4년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거둔 성과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보고, 보다 선진화된 고령사회의 사회보장제도로 나아가기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 양승조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한‘노인장기요양보험 4년의 성과와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7월 9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행사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 관계자로 계단까지 가득 차 발 딛을 틈 없이 붐볐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도입 당시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지난 4년간 비교적 순조롭게 운영돼 왔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도입 초기 제기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1년 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 이용자는 만65세 이상 노인의 5.8%(32만여명)로 시행 첫해 2.9%(14만여명)였던 것을 감안하면, 수급자의 범위가 크게 늘고 있다. 재가기관은 5배(1만9947개), 입소시설은 3배(3751개) 증가해 서비스 접근성도 높아졌다. 전반적인 서비스 만족도도 2009년 74.7%에서 2011년 86.9%로 상승했다. 또한, 요양보호사를 양성, 24만여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3조75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요양보호사 및 노인장기요양보험 관계자들은 여전히 제도의 한계점을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다양한 개선점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부족한 재정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온 국민이 부담하고 있는 사회보험인 만큼, 충분한 재정 확보를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확대발전을 위해 크게 서비스 수요자인 대상자와 공급자인 요양보호사가 갖고 있는 개선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급자 확대·등급 세분화해야
먼저 수급자 관련 개선점으로는 보험 혜택 대상자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장기요양보험 실행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문제점이다. 국민 전체가 보험금을 부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약 6%만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 내에 수급자를 확대했음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만65세 노인의 10%)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보험 혜택을 원하고 있지만 등급 외 판정을 받은 경우, 아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올해 7월, 3등급 판정 기준 최하 점수를 55점에서 53점으로 낮춘 것도 이러한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또, 등급 판정시 수급희망자의 현실적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의학적 소견을 토대로 한 점수만으로 요양 서비스의 필요를 판단할 경우 일상생활의 곤란, 즉 대상자가 느끼는 현실적 어려움을 놓치기 쉽다.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대상자의 상태를 과장되게 진술하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최혜지 교수(서울여대)는 노인장기요양보험 관련 연구를 통해 “등급외자들마저 서비스 수혜를 위해 신체·정신적 기능 저하를 희망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등급판정 과정에서 조사자들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가능성도 크다. 엄기욱 교수(군산대)의 연구에 따르면, 등급판정인정조사시 응답자가 ‘예’ ‘아니오’ 또는 ‘있다’ ‘없다’ 등으로 답하도록 해 세부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오차범위가 너무 넓고, 조사자의 주관이 작용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3개 등급으로 이뤄지는 등급판정은 등급 간의 점수 간격이 너무 커 장기요양욕구를 민감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총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상자의 등급을 세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시급
장기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과 관련, 대표적인 개선점은 요양보호사의 처우와 전문성을 높이는 것으로 압축되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노인을 돌본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요하는 전문직이지만, 현실은 ‘국가공인 파출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활동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수급자에 대한 수발뿐만 아니라, 가사노동 등 다양한 잔업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최근 수급자와 요양보호사 간의 성추행 등 성 관련 범죄 또한 증가, 요양보호사의 인권침해 우려까지 낳고 있다.

지난해 요양보호사 운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들은 직업에 대한 불만족 사유로 저임금, 근무환경의 열악성, 수급자와의 갈등 등을 꼽았다.

요양보호사의 관리체계 부재도 개선점으로 논의되고 있다. CHA의과대 문창진 보건복지대학원장은 “현장밀착형 직무교육·훈련시스템, 보수교육 프로그램이 미비할 뿐만 아니라, 직업비전 형성을 위한 직업적 안정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자격증을 통해 선발된 요양보호사가 체계적으로 관리·교육되지 않고 있는 것.

이처럼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에 대한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장기요양시설은 요양보호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요양보호협회 이경규 상무이사는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난립으로 수급자 대비 요양보호사가 너무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보도와는 달리 시설에서는 수급자의 수요에 부응할 만큼 요양보호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요양보호사 수급이 부족한 이유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도 열악한 처우로 인해 조기에 그만둬 ‘장롱자격증’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애초에 자신의 가족을 돌보며 지원금을 받는 ‘가족요양보호사’를 목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도 상당수에 달한다.

한 요양보호사 파견기관 관계자는 “수급자의 거주지(접근성), 가족 수, 성별 등에 따른 요양보호사의 호불호가 엇갈려 연계에 어려움이 있다”며 “특히 요양보호사의 변심으로 인한 수급자 교체가 잦은데, 이는 요양보호사의 낮은 처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요양보호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수급자는 많지만 이들과 요양보호사를 연계하는데 현실적인 난제가 가로막고 있다. 특히 농·어촌과 같은 인구과소지역의 경우는 도시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보호사 처우, 서비스 질과 직결
요양보호사 처우를 비롯해 현재와 같은 부실한 관리 체계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이는 고스란히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핵심 축인 요양보호사와 서비스 이용자의 불만 및 고통으로 직결된다. 특히, 요양보호사가 부족해 수급대상자의 이용 및 선택권이 제한되는 문제점은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또, 보험 수급자의 인권이 침해될 소지도 높다. 요양보호사는 수급자의 목욕, 대소변 등 개인의 민감한 활동까지 조력해주는 이들이다. 따라서 요양보호사의 잦은 이직과 교체는 수급자에게 거부감과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다시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에 접어듦에 따라, 앞으로 장기요양보험의 수급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요양보호사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요양보호사 공급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질적 수준을 악화시키고, 양적 규모만 팽창시켜 ‘빛 좋은 개살구’처럼 실속 없는 제도가 될 확률이 높다.

이경규 상무이사는 “정부가 교육비를 부담하고, 요양보호사의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당장 1~2년 후부터는 일본처럼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글·사진=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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