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전용극장 ‘서대문아트홀’ 역사 뒤안길로
노인전용극장 ‘서대문아트홀’ 역사 뒤안길로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2.07.13 17:10
  • 호수 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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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호텔 건립 계획… 노인문화공간 홀대하는‘한국사회’일면

▲ 서울의 노인여가문화공간을 상징하던 노인전용극장‘서대문아트홀 청춘극장’이 개발논리에 밀려 7월 11일‘자전거 도둑’상영을 끝으로 결국 문을 닫았다. 2000원만 내면 어르신들이 추억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던 ‘청춘극장’은 단순한 영화관람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이 서로 만나 쓸쓸함을 달래고 외로움을 쓰다듬던 소통의 공간이었다. 12일 오전, 한 어르신이 청춘극장을 찾았다가 밖으로 들려 나온 집기를 통해 폐관을 확인한 뒤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임근재 기자
서울의 노인여가문화공간을 상징하던 노인전용극장 서대문아트홀이 개발논리에 밀려 7월 11일 ‘자전거 도둑’ 상영을 끝으로 결국 문을 닫았다.

서대문아트홀 측은 “서대문아트홀의 영사기가 11일 마지막으로 돌아간다”며 “자본주의 논리에 밀려 폐관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대문아트홀은 1964년 ‘화양극장’으로 개관한 600석 규모의 시설로, 현재 영화상영과 공연을 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단일관이다.

특히, 당초 멀티플렉스에 밀려 경영난에 시달리던 서대문아트홀은 지난 2010년부터 노인전용극장인 ‘청춘극장’으로 변신을 꾀해 노인을 대상으로 2000원만 내면 볼 수 있는 추억의 영화를 상영, 어르신들의 문화공간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2010년 종로 낙원동의 허리우드극장에서 노인전용극장을 운영 중인 김은주 대표가 서대문 아트홀에 두 번째 노인전용극장 설립을 계획할 당시 서울시도 노인복지사업 차원에서 ‘청춘극장’을 제안하며 매우 적극적으로 협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건물주가 바뀌면서 서대문아트홀을 철거하고 대신 관광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이 나온 뒤 문제가 시작됐다.

현재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임대차계약 기간이 만료된 서대문아트홀을 대신해 은평구에 자리한 메가박스상영관을 대관, 노인전용극장인 ‘청춘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서대문아트홀을 운영한 김은주 대표는 “그간 극장을 지켜달라며 1만여명의 어르신들이 서명해 주셨으나, 결국 극장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서대문아트홀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폐관일인 11일 삭발식을 갖기도 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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