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기료 ‘2만원’ 무서워 폭염에 부채질만
여름철 전기료 ‘2만원’ 무서워 폭염에 부채질만
  • 장한형 기자
  • 승인 2012.08.10 13:47
  • 호수 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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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노인, 혹서기 재난에 무방비…지역사회 관심·지원 절실

올해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고령층에서 사망자가 속출한 가운데 혹서기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저소득층 홀몸노인에 대한 보호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일정한 한계를 갖는 만큼 냉방기 및 전기료 지원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복지자원을 연계한 실질적인 보호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노인여가복지시설 가운데 경로당의 경우 이미 정부지원을 통해 에어컨 가동 등 냉방이 비교적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어르신들의 접근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부터 전국 응급의료기관을 통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를 집계한 결과 7월 31일까지 총 41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7명이 사망했다.

올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7명은 70대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와 80대, 50대가 각각 1명으로, 대부분 65세 이상 고령자가 폭염피해에 노출됐다.

혹서기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저소득층 홀몸노인이다. 이들은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건강상태를 확인할 가족이 없는데다 냉방기기를 갖추는 것은 물론 전기료 등의 경제적 부담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8년 7월, 전국 1000명의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거노인 냉·난방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91.5%는 선풍기에만 의존했고, 에어컨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5.2%에 불과했다.

그러나 홀몸어르신들이 가정에서 냉방기기를 이용하는 경우는 ‘더위가 아주 심한 날에만 잠깐씩 사용하는 편’이 35.7%로 가장 많았고, ‘더위가 심한 시간대에만 사용하는 편’(29.7%),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17.3%)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여름철 무더위 대피장소도 10명 중 6명은 자택(59.8%)이었고, 경로당(11.5%), 공원(9.8%), 이웃 및 친구집(3.7%) 등의 순이었다.

홀몸어르신들이 냉방기기를 두고도 충분히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전기요금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때문이었다. 조사대상 어르신들은 여름철 가장 어려움을 겪는 사항으로 ‘기온변화로 인한 신체적 건강문제’(35.1%)와 대등하게 ‘냉방기 사용으로 인한 전기료와 같은 경제문제’(32.4%)를 꼽았다.

이들이 여름철에 지출하는 냉방비는 평균 2만1080원에 불과했다. 2만원의 전기요금이 무서워 살인적인 폭염에도 비지땀만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노년층, 특히 저소득층 홀몸노인들은 매년 무더위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지만 올해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폭염 탓에 당사자는 물론 정부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8월말까지 특별점검을 실시하는 등 폭염 대비 노인 보호체계를 강화하겠다”며 “쪽방촌 거주노인 및 저소득 독거노인이 좀 더 시원한 여름을 나실 수 있도록 냉방용품을 추가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복지부가 밝힌 지원은 지난 7월 저소득층 홀몸노인 5000명에 전달된 대나무 돗자리를 비롯해 8월 2일 신한금융그룹이 낸 2억원의 후원을 통해 쪽방 거주노인 전체(1555명)에게 지원한 ‘쿨 매트’와 저소득층 홀몸노인 2400여명에게 추가 지원한 선풍기가 전부다.

이처럼 폭염에 대비한 정부지원은 분명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은 지역사회의 복지계획을 심의하거나 건의하고, 사회복지·보건의료 관련 기관·단체가 제공하는 사회복지서비스 및 보건의료서비스의 연계·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각 시군구에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해당지역 사회복지·보건의료 관련 학자 및 기관?단체 대표자, 담당공무원 등으로 구성돼 지역사정을 속속들이 인지하고 있어 가장 효율적인 복지서비스 제공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의례적인 정례회의만 개최할 뿐 혹서기 홀몸노인 지원 등 실질적인 복지사업은 손도 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노인여가복지시설 가운데 어르신들의 접근성이 가장 높은 데다 정부지원을 통해 에어컨 등 냉방장치가 이미 완비된 경로당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부터 ‘서민층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제품 교체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각 지방정부와 함께 전국 경로당에 에어컨을 보급 중인데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에어컨이 설치된 경로당의 전기료를 지자체가 전액 대납키로 했다.

한서대 한정란 교수(사회복지학)는 “2008년 복지부의 독거노인 냉난방 실태조사 이후 도출된 개선방안이 현재까지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며 “올해와 같은 폭염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저소득층 노인에 대해 전기료 등을 무상 또는 할인 제공하는 ‘에너지 바우처’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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