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연령은 낮아지고 평균 수명은 늘어나면서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 직종에 재취업하는 은퇴자들이 늘고 있다. 은퇴 직전까지 종사했던 업종과 관련 있는 자격증이거나, 아예 새로운 직종의 자격증에 도전하는 경우다. 자격증 취득은 일에 대한 전문성을 담보하기 때문에 비자격자보다 훨씬 더 취업에 유리하다. 대부분 은퇴와 함께 막연히 쉰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자격증 취득에 대한 열정도 놓치게 된다. 하지만 최근 일을 원하는 장노년층이 급격히 늘면서 자격증 취득도 서서히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국가기술자격 통계에 따르면, 50~60대 자격취득자가 2007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스스로 전문자격을 취득해 길어진 노후를 당당하게 보내려는 새로운 풍속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자격증 취득 계획이 있다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기 전에 도전하는 것이 유리하다. |
30년간 금융업에 종사하다 지난해 퇴직한 안모(59)씨는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대형 아파트단지의 관리소장으로 재취업했다. 아직은 일이 낯설지만 서비스업에서 오랜 시간 종사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앞으로 10여년 간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전업주부 정수자(64)씨는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딸과 함께 ‘온라인 출장뷔페’를 창업했다. 평소 요리솜씨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터라 취미도 살리고 노후자금도 마련하기 위해 과감히 사업에 뛰어들었다.
안씨나 정씨처럼 은퇴 후 재취업을 위해 자격증을 준비하는 장노년층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 자격취득자가 4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국가기술자격증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자 63만4061명 중 50대 이상이 2만9413명으로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50대 자격취득자는 2만63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5384명보다 3.6% 늘어났다. 2007년(1만5246명)보다는 73%가 증가했다. 60세 이상 취득자도 3103명으로 2007년(1369명)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20대 청년층 자격취득자는 2011년 21만8424명으로 2007년(35만5857명) 대비 39%가 감소했다.
▲한식·지게차 등 유용한 자격증 인기
장노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자격증은 무엇일까. 지난해 60대가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증은 조경기능사였다. 이어 한식조리기능사, 지게차운전기능사, 보일러기능사 순이었다. 50대 또한 순서만 바뀌었을 뿐 크게 다르지 않다. 50대는 한식조리기능사, 지게차운전기능사, 굴삭기운전기능사, 조경기능사, 보일러기능사 순으로 나타났다.
이명재 산업인력공단 자격관리팀장은 “한식, 건설중장비, 조경 등이 중장년층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연령 제한 없이 바로 취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여성 어르신들은 한식, 조경기능사를, 남성어르신들은 지게차, 보일러기능사 자격증에 많이 도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에게 자격증 취득은 안정적인 노후설계를 위한 새로운 도전이다. 하지만 자격증 취득 목적이 단순히 재취업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은퇴 후 주어진 제2의 인생을 보다 활기차고, 새롭게 열어가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일터를 잃어버리고, 자녀까지 출가시킨 이후 무기력해진 삶을 바꿔 활력을 되찾고자 하는 것이다.
올해 초 한식 자격증을 땄다는 박금자(65)씨는 “평생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요리 자격증을 따고나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함께 공부했던 복지관 친구들과 초등학교 급식업체에 취직해 이전과는 다른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에 막연하게 창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창업보다 안전한 것이 자격증 취득을 통한 재취업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향후 수요가 늘어날 전문분야의 자격증이라면 더욱 유용하다.
▲기관 공신력·취업우대 여부 살펴야
자격증이 재취업을 위한 경쟁력으로 통하고 있지만 무턱대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어떤 자격증이 자신의 희망분야에서 우대 받는지 파악해야 한다. 국가가 인정하는 ‘공인 자격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간자격증의 경우 실효성도 없는데 취업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도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명재 팀장은 “자신의 경력과 적성, 흥미를 잘 파악해 자격증 도전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격시험을 준비할 때는 주관기관의 공신력, 자세한 시험일정과 향후 전망 등을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전할 자격증을 선택했다면, 시험 일자를 비롯해 필기시험 과목과 실기시험 유형, 합격률, 창업·취업 가능분야 등을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 자격증 취득에는 적잖은 비용이 드는 만큼 국가가 실시하는 취업교육을 이용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30~50%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자격증을 준비할 수 있고, 검증된 강사로부터 충실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에 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 큐넷(www.q-net.or.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장노년층이 선호하는 자격증 |
▲한식조리기능사(한국기술자격검정원) 한식조리기능사는 한식요리에 대한 요리자격증이다. 영양과 위생을 고려한 메뉴 선정, 재료준비, 조리, 검수, 저장까지 모든 주방업무를 책임지는 전문가로 인증 받는 과정이다. 숙련된 요리솜씨를 갖춘 주부라면 자신 있게 도전해 볼 만하다. <시험> ▷필기시험(객관식 4지 택일형, 60문항, 60분)=식품위생 및 법규·식품학·조리이론과 원가계산·공중보건 ▷실기시험(작업형, 70분)=한식조리작업 ※2011년 합격률 필기 39.5%·실기 31.1% <취업> 자격증 취득 후에는 호텔 등 관광업소, 요식업소, 기업·학교·병원 등의 단체급식소 등에 취업할 수 있고, 음식점 및 요리학원 창업도 가능하다.
▲조경기능사(한국산업인력공단) ▲지게차·굴삭기 운전기능사(한국기술자격검정원) ▲보일러기능사(한국산업인력공단) ▲주택관리사(한국산업인력공단) ▲보육교사(한국보육진흥원) |